2019년 소더비에서 한화로 약 15억 원에 '소녀와 풍선'이라는 그림이 낙찰되는 순간 그림이 파쇄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아마도 'Banksy'를 전세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순간이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이 사건으로 뱅크시를 알게 되었으니.
나는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not my business) 기성 순수미술계에 반발하는 현대미술가들의 의도에는 공감하는 편이다. 다소 냉소적으로 표현하자면, '일부 순수미술'은 침실과 화장실에 있어야 할 인간의 욕망 - 외설과 배설에 가격표를 붙여 돈이 남아 도는 인간의 허영을 터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p/B52l1NkHa71/?utm_source=ig_web_copy_link
참고로 나는 뱅크시가 그래피티스트인 동시에 퍼포머라고 생각하는데 뱅크시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도 그 일부라고 생각한다.
뱅크시는 영상과 함께 메모를 덧붙였다.
벤치에 누워있는 라이언을 촬영하는 20분 동안 행인들은 라이언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뜨거운 음료와 초콜릿바 두 개와 라이터를 주고 갔다.
뱅크시의 메모에서 내가 놀란 건 바로 '라이언'.
영상 속 인물은 'Homeless'도 'Anonymous'도 아닌 'Ryan'이다.
이 벽화는 이후 누군가가 루돌프코에 붉은 색칠을 했고 시 당국이 코 한 개는 색을 지웠지만 나머지 한 개는 색을 지우지 못했으며 지금은 아크릴판으로 벽화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뱅크시의 그래피티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제거해야 되는 거리의 낙서에서 보존해야 하는 예술품이 되었다. 뱅크시가 줄곧 저항하고 있는 바로 그 레토릭이다.
전시관 밖의 예술
책을 주문하려고 검색했더니 절판의 향연.
왜 갑자기 '뱅크시'인가 하면, 새해 연휴 택배사 휴무를 앞두고 온라인서점 장바구니를 좀 털까 싶어 리스트를 보던 중에 뱅크시 절판의 향연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뒤늦게 홈에서 한풀이를 하고 있는 거다.
책 내용을 훑어보고 리뷰도 찾아본 뒤 『뱅크시 - 벽 뒤의 남자』와 절판된 『Wall and Piece』원서를 주문했다. 원서 땜에 보름 뒤에나 받겠지만 그의 그림을 보는 게 급한 게 아니므로 괜찮다. 늘 그렇듯 중요한 건 내 손에 갖는 것이므로. 그림은 온라인에서 아무 때고 얼마든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