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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3485 bytes / 조회: 466 / 2022.07.20 12:31
동시대를 사는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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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B가 이사를 했는데 소위 숲세권이다. 원래는 우리집 거실 뷰였다는 사연이 있지만 여하튼 체감상 열 걸음에서 다섯 걸음 정도로 가까워진 B의 새 보금자리에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하고 있다. 이사하는 날 쏟아져나오는 배달음식 쿠폰의 현장에 '나를 부르지 않았다니'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었더니 이후 배달 시킬 때면 잊지 않고 부른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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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와 기말시험이 겹친 B 대신 거실을 차지하고 앉아 기사님이 인터넷 설치를 하는 동안 숲세권을 누리며 읽은  『닥치고 정치』

 

대개 사람들은 어렵게 말하는 건 잘하지만 쉽게 말하는 건 잘 못한다.

김어준과 유시민은 그 어려운 걸 하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천재가 맞다.

그리고 식자의 지성을 거리의 언어로 청산유수 뱉는 김어준은 유시민과 다른 의미로 천재다.

 

'으하하하'로 마침표를 찍는 김어준의 말은 일견 저자거리의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지만 들여다볼수록, 곱씹을수록 그 저변의 넓이와 깊이에 감탄이 나온다. 

바야흐로 우리는 김어준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니 김어준을 마음껏 누리고 소비하자.

 

대선 이후 본인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에서 김어준이 '내가 언제까지 마이크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는 말로 듣는 사람 간 떨리게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어준이 없는 시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막막했고 어느새 김어준이 공기만큼이나 당연한 존재였음을 깨달았다. 간 떨리는 멘트를 뱉더니 이내 '80살까지' 할 거라고 농담처럼 덧붙였지만 그날의 목소리, 그 날의 표정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김어준도 지치고 피곤했을 거다. 그 날은.

 

그럼에도 김총수, 오래오래 얼굴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들려주시길.

적어도 80세까진. 그때쯤엔 '그래, 그대도 좀 쉬어야지' 편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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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도를 가질 권리가 있다ㅣ

 

오로지 자기 안에 자기만 있는 이명박 덕분에 영화에나 나올 이런 정도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는 찬스가 온 거다. 이게 역사의 반작용이다. 부시에게 학을 뗀 미국인들이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든 것처럼. 그게 그런 거다. 다음 시대엔 또 다음 시대의 자질이 호출될 거다.

하지만 오바마가 천국을 도래시키지 못했듯, 노무현으로 천국이 오지 않았듯, 문재인으로도 천국은 오지 않는다니까. 맞다. 인간 세계에 천국은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 없었다면 이명박이 얼마나 나쁜지 몰랐다. 노무현으로 인해 되돌아갈 지점을 알게 된 것처럼, 문재인은 또 다른 기준이 된다. 역사는 그런 거다. 그런 기준을 가져보느냐, 못 가져보느냐.

 

『닥치고 정치』

 

김어준의 장담처럼 문재인은 또 다른 기준이 되었고, 아마도 우리는 윤정부 내내 그 차이를 확인할 거다.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던 도중에 주문. 

사실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책이고 도서관에서 대출할 생각이 없었는데 하필 신착도서 칸에서 눈에 띄는 바람에 얼떨결에 대출한 거라 대출하면서도, 읽으면서도, 이 책은 살 건데??? 내내 어리둥절 했다.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만 놓고 주문을 미루었던 건 언제 어느 때든 그의 생각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그러다 이번 대선 직후 불현듯 그의 책을 주문해야겠다 했던 건 아마도 내 무의식이 윤 정부를 공안정부라고 인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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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은 62쇄, 내 책은 96쇄다. 출간 서너달 만에 96쇄인 걸 보니 많이들 읽었구나 싱글벙글 한다.

 

 

갑자기 책을 주문한 두번째 이유는 <월말 김어준>을 갖지 못한 결핍의 반작용도 있다. 

<월말 김어준>이 너무너무너무 갖고 싶은데 대체 왜 안 파느냐고ㅠㅠ 책만 나오면 당장 살 텐데, 내 것도 사고 친구들 것도 살 텐데ㅠㅠ 몇 달을 징징징 했다.

예스24 독점으로 전자책은 출간했던데(지금 확인해보니 그새 사라졌다) 어차피 전자책은 서브장르 외엔 거의 안 읽으므로 나한텐 그림의 떡인지라 딴지러들이 출간해달라고 목소리 좀 내주기만 바랐는데, OMG!!!

 

으아닛! 

 

글을 작성하던 도중에 아무 생각없이 온라인서점 창을 띄우고 '월말 김어준'을 검색했더니 이게 웬일!!!! 출간하는 모양이다!!!!!!! 아이씨 넘 좋다ㅠㅠ 역시 간절히 바라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나 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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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은 김총수 웃음소리까지 그대로 실었던데 종이책도 같은 구성인지 궁금하다. 예상으론 편집될 것 같은데... 그게 옳은 방향이기도 하고.

 

part2도 출간 예정이라니 어쨌든 넘넘 감사하다.

출판사 사정이 뭔지는 모르지만 부디 잘 해결되고 정리되어 조만간 책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월말 김어준』은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하버마스와 헤겔을 연구한 박구용 철학자와 ‘철학’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칸트의 초월철학, 헤겔의 시대정신, 니체의 초인과 르상티망을 다루며, 2장은 우주론, 물리학, 브레인 사이언스를 공부한 전자공학박사 박문호와 ‘과학’을 주제로 우주의 시작인 빅뱅으로 시작해서 지질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뇌 과학, 인간 기억, 느낌, 감정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자연 현상을 통섭, 빅히스토리의 매력을 알려주고, 3장은 은둔의 미술사학자 노성두 박사와 ‘미술’을 주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비트루비우스 인체 비례>에 숨겨진 오류를 바로잡고 기존의 미술사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4장에서는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과의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비운의 천재 모차르트, 소심한 늦깎이 천재 차이콥스키의 인생을 기반으로 대표 작품을 소개하며, 5장은 <옥루몽>을 연구한 국문학자 유광수와의 ‘고전 문학’을 주제로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김만중의 『구운몽』과 조위한의 『최척전』을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다.

 

 -『월말 김어준』 출판사 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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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리커버 에디션이라더니 왜 양장이 아닌 거야, 플라스틱 커버 어쩌고 분명 그랬는데, 궁시렁궁시렁 『건투를 빈다』를 후루룩 넘기다가 멈춘 건 해당 문장이 지금의 내 고민과 맞닿아있어서였다.

요즘의 내 모습은 딱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지'. 

아직까진 '이럴 줄 알았지'까지는 안 갔지만 이대로 갈팡질팡만 하다간 언제고 저 꼴이 날 거다.

 

선택은 포기를 동반하므로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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