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요즘... > 오거서(五車書)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8855 bytes / 조회: 1,297 / ????.10.24 02:31
바쁜 요즘...


1. 노벨문학상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나라에서 이젠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만, 하루키에 대한 제 취향은 좀 복잡해서 말하자면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설명을 덧붙이면 그의 단편은 좋아하는데 장편은 별로 제 취향이 아닙니다. 제일 친한 친구와 그 언니가 하루키의 열혈팬이라 친구집에서 하나씩 가져다 읽다보니 그의 장편을 거의 다 읽게 됐는데, 감상은 분량으로 보면 중편에 더 가까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장편 <댄스 댄스 댄스>를 그나마 괜찮게 읽었고 나머지는 고만고만 했습니다.
사실 하루키의 장편은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거의 엇비슷합니다. 친구가 최고라고 손꼽는 <태엽감는 새>처럼 환상 소설의 냄새를 살짝 덧입히기도 하지만 결국 그가 소설에서 하는 얘기는, 어느 날 우연히 발생한 사건으로(주로 사람 혹은 무엇이 실종되는) 일상성이 깨어지면서 정체성이 흔들린 주인공이 방황하는 내용으로 압축됩니다. 이것은 그가 좋아한다고 고백한 폴 오스터의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그러니까 같은 주제의 변주곡(=캐논)을 듣는 감이 있는 그의 장편은 대표작 두어 권 정도만 읽어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생각입니다.
하지만 국적불명의 사막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장편과 달리 기름기와 지방을 싹 뺀 담백한 그의 단편은 꽤 좋아합니다. 결국 그의 단편 때문에 "나는 하루키를 싫어해"라는 말을 못 하는 것이지요.
결과는 도리스 레싱에게 돌아갔습니다만 신문 지상에서 후보 리스트에 하루키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헉!"한 것은 저 뿐인지….

어쨌든,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김에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민음사)를 추천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작가가 소설의 극적 내러티브에 어떤 태도로 참여하는가에 따라 한 권의 소설을 읽은 후 독자의 독서 체험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감상하는 수동적인 단계에 머물거나 혹은 그것을 넘어 내,외적 인식의 확장으로 도약하는 능동적인 단계에 이르거나….
<다섯째 아이>는 읽는 내내 잔뜩 찌푸린 음울한 회색 하늘이 연상되는 소설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젊은 부부가 행복에 가득 차있을 때조차도 그들의 행복은 유리로 만들어진 꽃처럼 불안하고 간당간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느 문학이 그렇듯 이러한 불편함은 그들에게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창 안을 들여다보듯 냉정하고 건조한 작가의 서술에 기대어 그들의 얘기를 기어이 끝까지 지켜보게 만듭니다. 이상적인 가족, 이상적인 행복, 이상적인 혈연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2. 품절 도서 구입
몇 달 전, 품절된 로맨스소설 한 권을 간신히 구한 뒤로 다시는 품절된 책쪽으로는 눈길도 안 돌려야지 다짐했건만, 어찌어찌 또다시 인연이 될려고 했는지 다시 품절된 책 두 권을 구입하게 됐습니다. 출판사로부터 품절이 아닌 절판이라는 대답을 들었던 두 권의 책은 송우혜의 <하얀 새>와 이인화의 <하늘꽃>입니다. <하얀 새>는 우연히 모닝365에서 발견, 구입했고 <하늘꽃>은 부산의 B양이 구해서 보내줬어요. - 슬, 절판된 책은 이제 추천하지 말아주길... --;
덕분에 B양이 '어차피 택배비가 드니까' 라는 이유로 <하늘꽃>외에도 책을 세 권이나 더 보내준 덕분에 아직까지도 행복한 감나무입니다. * 앞으로 튀어 나온 네 권이 주인공. 이중 에쿠니 가오리는 순전히 변덕에 의한.



3. 새 연재가 늦어집니다.
제가 9월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게으름을 피웠더니 그것이 10월로 이어지면서 해야 할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해서 요즘 정신이 좀 없습니다. 제가 한 가지 일만 할 때는 능력(?)을 200% 발휘하는데 일의 경중에 상관없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을 하게 되면 바보가 돼서 - 네, 요즘 바보가 다 됐습니다(흑흑) - 이래저래 새 연재가 늦어진다는 긴 변명이었습니다. * 제가 동시에 잘하는 유일한 한 가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 읽기(혹은 글쓰기)입니다.


4. 바쁜 요즘 1



사전은 주로 입학하거나 졸업할 때 물려받거나 선물로 받았는데 사진에 있는 사전들은 저와 역사를 거의 함께 해온 제가 무지하게 아끼는 녀석들입니다. 제일 위 빨간색 영한사전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중학교 입학 때부터 쓰던 녀석이고 제일 아래 국어사전은 가장 신참입니다. 찾는 영어 단어가 없을 때 가장 마지막에 찾는 놈이 웹스터 영영대사전이고, 손때가 가장 많이 묻은 것은 (사진에는 빠졌는데)아무래도 휴대가 간편한 웹스터 포켓과 롱맨 영영입니다. 단어를 찾을 때 고생을 많이 하는 사전은 의외로 국어사전입니다. 일어사전을 쓰는 일이 많다보니 히라가나 배열(아이우에오)에 익숙해져서 곧잘 헤맵니다.
마지막 사진은, 제가 워낙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주위에서 다들 전자사전을 쓸 때도 꿋꿋하게 종이 사전을 고집했는데 작년에 친구가 런던으로 유학을 가면서 전자사전을 사러다닐 때 같이 보러 다니다가 결국 구입까지 하게 된 전자사전입니다.
터치 스크린에 내장 펜으로 직접 단어를 입력, 검색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터치 스크린에 쓱쓱 그리기만(!) 하면 되므로 한자와 일어를 찾을 때 정말 정말 편리합니다. 사실 제가 옥편 얘기만 나오면 작아지거든요(기초교육이 부족해서 흑흑). 초록색은 영어사전 중심이고 같은 모델의 분홍색은 일어, 파란색은 중국어 중심입니다. 리얼보이스 기능도 있고, 점프 기능도 있고 등등 여러모로 편리한 건 사실인데 그래도 역시 손이 가는 건 익숙한 종이 사전입니다. 참, 지금은 훨씬 더 좋은 기능의 전자사전이 많이 나왔더군요. 중요한 것은 이러쿵저러쿵 해도, 막상 요즘처럼 바쁠 때는 사전을 펼치는 것보다 wordsmart 같은 vocabulary를 하루 종일 CDP에 걸어놓는 편법을 쓴다는 것이지요;;


5. 바쁜 요즘 2


사진은 모 DIY 업체에 부탁해서 오늘 받은 샘플. 최근에 벌인 조금 덜 바쁜(=덜 급한) 일의 흔적의 일부입니다. 다섯 개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무 냄새가 좋아서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서 킁킁- 거리고 있습니다. 이러다 진짜 나무가 되면 안 되는데... (썰렁;;)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645건 36 페이지
오거서(五車書) 목록
번호 제목 날짜
120 디킨슨 / 김연수 / 고종석 / 몽우 / 사마천 사기 ??.05.23
119 셰익스피어 4대 비극 ??.05.13
118 While I was away from home ??.05.13
117 4월 책 - 전집 & 외서 ??.05.04
116 4월 책(2) ??.05.02
115 4월 책 ??.05.01
114 정여울 / 장 아메리/ 이사야 벌린 / 장 콕토 ??.04.14
113 도서관 대출 ??.04.14
112 롤랑 바르트 / 로쟈(이현우) / 한나 아렌트 ??.04.12
111 찰스 부코스키 & 페르난두 페소아 ??.04.11
110 크누트 함순(Knut Hamsun) ??.04.05
109 악의 역사 세트 / 중세의 가을 ??.04.02
108 사사키 아타루의 비평서 두 권 ??.03.27
107 필립 로스 / 에밀 졸라 / H.G.웰스 ??.03.27
106 필립 K.딕 外 인터파크 주말 도서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