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크리스토퍼 <풀의 죽음> > 오거서(五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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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8765 bytes / 조회: 1,086 / ????.01.14 21:12
존 크리스토퍼 <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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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리스토퍼 <풀의 죽음>

 

SF 문학은 대개 미래를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두 개의 세계관을 기저로 삼는데 비율만 보면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가 월등히 많다. 아마도 이 분야 작가들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것 같다. 혹은 기계문명에 대한 불신일 수도 있겠고. 

뱀발이지만 인형놀이 하자는 것도 아니고 휴머노이드를 인간의 외피를 쓴 AI로 정형화하는 건 AI를 지나치게 인간 중심으로 보는 편견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다. 굳이 기계 위에 피부를 입히고, 가발을 씌우고, 옷을 입혀야 하나? 나아가 미래 인간의 파트너로서 AI가 굳이 인간성을 탑재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뭐어쨌든 결론만 얘기하자면, 문송의 섣부른 생각이겠지만 나는 AI가 인간성을 흉내내는, 정확히는 카피(copy)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학습된 것이든 주입된 것이든.

 

지나치게 냉소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인간도 결국 인간다움을 학습하고 주입받으면서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특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그리고 그에 준하는 경계성 인격장애, 사회부적응자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작가들은 이미 충분히 문학적인 수사를 통해 주장해왔다. 

<파리 대왕>을 일례로 들면, 인류가 지구의 다른 생명 개체와 자신을 구분하는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인간성, 인간다움이란 실상 별 거 아니어서 문명과 비문명을 가르는 경계에서 한 치만 벗어나도 인간이 자랑하는 인간다움은 순식간에 원시상태로 회귀한다.

 

다시 질문.

AI가 굳이 인간성을 탑재할 필요가 있는가. 미래에, 보다 발전된 시대에 등장할 AI의 정체성 '로봇다움'이 인간다움보다 훨씬 이상적일지도 모를 일 아닌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에서 좀비가 인간을 이어 다음 지구를 지배하는 새로운 종족이 되듯, AI도 공룡 - 원인류 이후의 인간을 잇는 지구의 다음 지배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예전에 썼던 <나는 전설이다>의 리뷰를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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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ㅣ리처드 매드슨

 

소설과 영화의 주제 의식이 다르다. 구분 要.

영화의 네빌은 인류를 좀비바이러스로부터 구원하는 인물로서 전설, 소설의 네빌은 좀비에게 지구를 내준 마지막 생존 인간으로서 전설. 

(소설의)네빌이 살아있는 한 좀비는 기형종, 이상종일 뿐이다.

네빌이 죽음으로써 좀비들은 이제 자손들에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종족 이전에 '인간'이라는 종족이 지구에 있었는데......'

마지막 구인류 네빌의 퇴장으로 비로소 신인류 좀비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휴머노이드'는 SF의 영원한 클리셰이자 아이러니다. 별(행성)이 폭발하는 걸 보고 전율을 느꼈던 리플리컨트를 떠올려보자. 굳이 '인간성'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쓰다보니 이 책이 미래의 기계문명에 관한 얘기인가 오해할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재난과 식량 문제에 직면한 군상을 다루고 있다.

인류가 식량 문제를 해결한 건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열강들의 패권 싸움에 밀려나거나 소외된 많은 지역이 여전히 식량 문제를 겪고 있다.

 

미래의 문학 아홉 번째 도서. 존 윈덤의 <트리피드의 날>과 함께 영국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존 크리스토퍼의 <풀의 죽음>이다. 볏과 식물(쌀, 밀, 호밀 등)을 공격하는 '충리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난 세계적인 기근에 영국 사회가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작품이 발표된 195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고 유례없는 경제 성장기를 맞아 영국인들의 자긍심이 높던 시기였다. 가상의 사건이지만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는 대신 국민을 속이는 데 급급한 영국 정부, 생존을 위해 '영국인다운' 고상함을 기꺼이 포기한 중산층, 무법지대로 변한 잉글랜드의 모습은 영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소설은 영국인의 풍족한 삶이 자연과 세계 여러 국가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음을 꼬집고, 먹고사는 문제가 충족되지 않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야만 상태로 전락하는지 보여주었다.

작가 존 크리스토퍼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 우리가 지금의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대재앙 이후에도 사회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묻는다. 1957년 존 크리스토퍼는 이 작품으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함께 국제환상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 출처.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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