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호밀빵 햄 샌드위치』
롤랑 바르트『밝은 방』
헨리 치나스키 연대기라고 봐도 무방한『우체국(1971)』『여자들(1978)』에 이은『호밀빵 햄 샌드위치(1982)』
위 순서는 발표 연대로 나열한 것이고 치나스키 성장 연대로 보면『호밀빵 햄 샌드위치』『우체국)』『여자들』순.
이럴 때 순진한 독자는 혼란이 온다. 어느 순서로 읽어야 돼?
'우체국'과 '여자들'은 현재 절판이다. 저작권 문제인지 출판사의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출간된 지 3년에 들어선 '호밀빵'도 예외는 아닐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주문. 이래놓고 다른 출판사에서 보다 예쁜 장정을 입고 나오면 나는 무척 서운하겠지... 만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출판사는 절대로 그런 귀띔을 해주지 않으므로.
표지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건, 더 나은 선택이 분명 있을 텐데? 의구심 때문. 굳이 저런 사진을 골라야했을까, 편집자의 심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찾아봤다. 부코스키의 본진은 어떠한지. 이하 아마존닷컴에서 찾아본 치나스키 연작.
여전히 멋이라곤 없지만 최소한 표지를 보는 순간 거북함과 부담스러움으로 움찔하게 하지는 않는다.
혹시 모르니 다른 표지도 찾아봤다. '여자들'이 빠졌지만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부코스키가 워낙 'let it be me'하는 타입이어서인지 표지도 세련되고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작가의 혹은 소설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생활감이 아주 잘 드러나는 표지 시안.
그리고 아마존에서 우연히 발견한 국내책 중고. 근데 가격이....
비록 술과 여자와 욕설이 평생의 동반자였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표지까지 촌스러울 이유는 없지 않은가.
힐링 차원에서 자음과모음의 부코스키로 눈을 정화하자.
그런 게 있다면 '올해의 표지상'이라도 주고 싶은『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얼핏 마음산책의 에밀 아자르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영자체 캘리가 예쁜 자음과모음에게 한 표.
거듭 얘기하지만 롤랑 바르트를 읽는 건 황새 다리 쫓아가는 뱁새의 괴로움을 자처하는 자학 행위처럼 느껴진다.
움베르토 에코와 롤랑 바르트의 공통점은 기호학자라는 점. 원래 기호학자란 쉬운 것도 더럽게 어렵게 쓰는 게 업인 작자들이다.
하물며 롤랑 바르트는 쉬운 말 어렵게 하기로 소문난 프랑스 지성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라고 하니 알 만하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롤랑 바르트의 책을 챙기는 건 이른바 인문학의 숲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그와 안 마주칠 수가 없기 때문.
경험으로 롤랑 바르트 같은 저자의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체화한다는 게 올바른 표현이다. 분명한 건 가랑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고 한 권의 책을 통독하면 그 순간은 아니라도 시간이 지나 어느 때에 '지극한 사소함으로' 나를 두드리는 그의 언어와 사상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