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출생해 브라질로 이민갔다가 이탈리아에서 작가의 인생을 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소설은 신간 <달걀과 닭>을 포함해 국내에는 두 권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그나마도 한 권은 절판되었다. 하지만 나는 갖고 있지.
국내에선 비인기인(=대중 선호도가 적은) 작가의 신간 소식을 접한 순간 반가웠으나 역자를 보는 순간 반가움이 확 꺾였으니.
영화 <조커>의 예고편을 보는 순간 아, 이건 무조건 봐야해! 했으나... 음, 자막이? 고개를 갸우뚱하다 며칠 후 박모시기가 자막을 했다는 소문이 들려와 김이 팍 샌 것과 같은 이유다.
번역, 중요하다. 제2의 창작이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나는 배수아의 번역을 안 좋아한다. 언젠가도 썼지만 자기 언어를 고집할 거면 자기 글을 쓰면 된다. 물론 배수아는 역자인 동시에 꾸준히 자기 책을 내고 있는 작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가의 자기 언어 고집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요는, 나는 번역자 배수아의 글이 아니라 원작자의 글이 읽고 싶다는 거다. 배수아가 왜 그리 대중적인 인기가 많은지 나로선 의아하나 물론 이것도 내게 국한된 얘기일 거고.
독문 전공으로 짐작되는 배수아가 번역하는 책의 상당수가 독어권이 아닌 제 3세계인 것도 내겐 미스테리.
나는 A의 소설은 A의 언어로, B의 소설은 B의 언어로 읽고 싶은 해외독자다. 그런 내 취향엔 배수아는 어쨌든 반갑지 않은 역자인데 클라리시의 경우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정말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책을 산다. 이럴 땐 정말이지 7개 국어를 하고 싶다.
같은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Kingdom of heaven>을 재감상하려고 대기 중이다. 뒤늦게 감독판과 자막 수정으로 이야기의 감동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를 접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고, 한편으론 개봉 시기에 봤던 관람객으로서 사기 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이건 일단 영화를 보고 얘기해야겠지만. 요즘 항간의 평에 속은 일이 비일비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