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의 신간 장편.
내용은 보지도 않고 주문부터 했다. 배송받고 뒤늦게 확인하니 루슈디의 장기인 신화와 판타지를 오가는 SF인 듯.
혼돈과 광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루슈디식 천일야화
가까운 미래, 강한 폭풍우가 사흘 밤낮 동안 뉴욕을 강타한 뒤, 귓불이 없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기이한 능력이 생긴다. 정원사 제로니모는 지면에서 몸이 9센티미터나 떠올라 도무지 땅을 딛지 못하고, 그래픽노블 작가 지망생 지미에게는 자신의 그림이 형상을 가진 실체가 되어 나타난다. 아기 스톰은 주변 사람들의 부정부패를 단번에 알아내며, 이별 통보를 받은 테리사는 번개를 쏘아 연인을 단죄한다. 본인들은 모르지만 이들은 모두 마족의 후손들이다. 팔백오십여 년 전, 12세기에 마계의 공주 두니아가 탁월한 지성을 가진 이슬람 철학자 이븐루시드를 사랑해 엄청나게 많은 자식을 낳았고, 이들은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모르는 채 대대로 인간세계에 널리 퍼졌던 것이다. (중략…)
-출판사 제공
여기서 가까운 미래는 31세기를 말한다. 줄거리만 보면 뭔가 마블코믹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목 '2년 8개월 28일밤'은『천일야화』의 그 '천 일'이라고.
뭐.
'말로 폭죽을 쏘아올린다'는 평을 듣는 작가답게 재미는 보장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전 에세이『조지프 앤턴』이 워낙 재미있었던 기억이 생생해 루슈디의 순수 현대물 픽션을 좀 더 읽고 싶은 바람이 있다.
참고로, 2005년 영미 시사지들이 인터넷 투표로 '세계의 지성'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이때 10위가 살만 루슈디라는 사실. 나머지 10위 권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저널리스트, 미래학자, 철학자들인데 이들 틈에 작가 살만 루슈디가 이름을 올렸다는 게 무척 재미있다. 그 열 명이 현재도 여전히 10위 권인지는 모르겠지만. 10위 권 인물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5위에 오른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인 히친스.
+ 혹시 히친스의 새 책이 나왔나 검색하는데 그의 책 거의 전부가 품절/절판이다. 히친스의 책은 대개 알마에서 내주었는데 아마 출판사 내부 사정이 아닐까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