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는 그동안 에세이를 건너뛰었더니 정말 오랜만에 책을 산 느낌이다. 김훈은 여전히 전작주의 작가.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이 소설은 1958년 북에서 사회주의 작가로 살아가는 시인의 이야기를 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전작 <밤은 노래한다>가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어 신간 소식을 듣는 순간 무척 반가웠다.
게다가 무려 '백석'이지 않는가.
월북 작가들의 이후 행로를 보면 한결같이 드는 감정은 연민이다. 작가에겐 쓰고 싶은 걸 못 쓰는 자기검열이야 말로 무형의 감옥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
김연수(지은이)의 말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표지도, 제목의 켈리그라피도 소설에 대한 정보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제목의 '달'에서 마루야마 겐지가 연상되어서인지 일본소설 느낌도 들고. 하여튼 뭔가 실험적인 느낌이 드는 표지.
소개글을 보면 대충 '판타지'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일지 좀처럼 짐작하기 어렵다. 직접 읽어보고 확인하면 될 일이나 배송받아 책장에 꽂아두고 끝이라, 여전히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변명을 하자면 산 책은 책장에 꽂아두고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만 읽고 있어 그렇다. 올해는 내 책도 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