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중남미를 대표하는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
2008년에 그의 시집이 출간된 적이 있으나 쭉 절판이다가 지난 2017년에 재출간되었다. 정확히 개정증보판이다.
사실 재출간된 걸 모르고 있었는데, 설마 출간되겠어, 포기하고 일찌감치 영미판 원서를 구입해놓았기 때문에 출간소식에 관심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 우연히 다른 책을 검색하다 리뷰가 올라온 걸 보고 바로 주문.
개정 신간을 받아서 확인하니 구간에 비하면 선작이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그의 시 중 일부만 수록되었다. 아쉽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는 독자에겐 이것도 감지덕지.
내가 구입한 원서는 미국판으로 스페인 원어와 영어가 함께 수록되었다. 중요한 건, 'Complet Poetry'라는 점. 미국판은 페루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로사가 쓴 서문이 수록되었다.
이 시인에 대해 쓴 정현종 시인의 산문을 읽은 일이 있다. ‘숨막히는 진정성의 시들’이라고 제목을 붙이셨다. 고혜선 선생님의 번역도 유려하지만, 그 산문이 실린 책 <날아라 버스야>(정현종, 시와시학사)에 수록되어 있는 정현종 선생님의 번역에는 사무치는 데가 있다. 두 번역을 번갈아 읽어도 좋은 것은 물론 세자르 바예호의 시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 한강 (소설가)
* 구간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수록
초현실적, 난해하다 등의 평을 듣는 시집『트릴셰』는 여전히 일부만 수록되었다. 아쉽지만 대신 이번 신간에는『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이 잔을 거두어다오』 전편이 완역 수록되었다.
이미지의 페이지는 그냥 펼치는 대로 찍은 것.
왼쪽 스페인어, 오른쪽 영어.
『검은 전령』은 바예호의 첫 시집이다.
바예호의 시는 고통으로 가득하다. 그의 시는 그의 삶을 모태로 태어났는데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그의 고통의 시어에서 위로를 받는다.
모든 가난한 예술가들이 다 그러하겠으나, 나는 시인이 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유독 시인은 불행, 불운을 봇짐처럼 등에 매달고 낡은 펜대를 낡은 종이에 굴리는 빈한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팔리지 않는 성냥에 언 손을 쬐는 성냥팔이 소녀... 그런 이미지가 있다. 아마 일부 요절한 시인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던 탓에 그럴지도...
-「검은 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