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 세 권.
오랜만에 구입한 일본 작가의 책. 일본인 작가의 책을 고를 때 내 기준은 드물게 매우 또렷한 편이라 스가 아쓰코를 주문할 때도 이 기준이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이중 『밀라노, 안개의 풍경』은 문학동네가 '스가 아쓰코 에세이' 시리즈로 출간했지만 이중 두 권은 품절. 품절 이유가 판권 계약 종료가 아니라 유통중단인 걸 보니 나중에 재간 가능성도 있겠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주문하는 순간에는 막 끌리는 작가가 아니었던 탓에 품절 도서 리스트를 보고도 별생각 안 들더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갖고 싶은데 없어서 못 구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스가 아쓰코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책.
제목의 유르스나르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의 작가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를 칭한다.
『유르스나르의 구두』는 스가 아쓰코가 병상에서 집필한 원고로 작가 생전에 쓴 마지막 책. 『먼 아침의 책들』은 사후에 출간되었다.
『유르스나르의 구두』가 스가 아쓰코의 마지막 책이라면 『밀라노, 안개의 풍경』은 작가의 첫 번째 책. 예순이 넘은 나이에 펴낸 이 책으로 스가 아쓰코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흥미롭달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시절(20세기 초-중반) 일본내 좀 살만한 가문의 여성들은 이탈리아로 외유를 가는 게 유행이었나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오노 나나미도 그렇고 스가 아쓰코의 일생을 보면 새삼 인간의 삶이라는 게 참 불공평하다 싶다. 불공평한 삶이 어디 인간에 국한되는 것이겠는가만은.
스가 아쓰코의 책을 한꺼번에 주문한 건 미리읽기로 확인한 작가의 문장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반평생을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안 남편과 함께 살며 문학을 가까이한 이력답게 일본인 특유의 사소설에서 벗어난 이유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