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비에트 SF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생소한 형제 작가다. 어느 작가가 그랬더라. 내가 안 읽은 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책이라고. 하지만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책은 세상에 존재한다. 단지 내가 안 읽었을 뿐.
출판사 제공의 책 소개를 보면 고무적일 정도로 내용이 화려하다.
20세기 러시아 SF의 개척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제 작가의 초기 문학의 전범典範
SF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보다 달콤한 사탕이 있을까.
『노변의 피크닉』
<노변의 피크닉>은 외계 생명체나 외계 문명과의 첫 접촉을 다루는 '퍼스트 콘택트' 유의 소설에 속하지만, 통상 이들 작품이 평화적인 혹은 공격적인 외계의 접근 형태를 그리는 것과는 달리 그들로부터의 아무런 의사 표시가 없었다고 상정한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이 작품은 외계인의 지구 '방문' 이후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19XX년 지구에는 '구역'이라고 알려진 여섯 개의 영역이 존재하는데, 그곳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로 가득하고 순간순간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하며, 외계인의 '방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이다. 그러나 '방문자'라 불리는 외계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지구에 왔는지, 무엇을 하고 떠났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인류는 방문자들이 지구에 온 목적을 추측할 수밖에 없으며, 그 추측 가운데 하나가 그들이 우주의 한 길목에 위치한 지구에 들러서 피크닉을 즐기고 갔을 뿐이라는 가설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이곳에서는 신이 아니라 돼지가 되어야 한다”
인간을 창조하지 않고 인간 역사에 개입하지 않고
인간 사회의 관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신’의 딜레마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거대 미래 유토피아를 다룬 '정오 세계관'으로 분류되는 일군의 시리즈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스코틀랜드의 SF 작가 켄 매클라우드에 따르면 진 로든베리의 [스타 트렉]과 이언 M. 뱅크스의 「컬처 시리즈」를 예견한) '정오 세계관'에 속하는 작품들은 제각기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공통적인 배경은 22세기 지구로 이상적인 공산주의가 완성된 시공간이다. 이곳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해 노동하며, 노동은 이들에게 중요한 삶의 요소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류가 직면했던 자원 부족 문제를 비롯하여 경제ㆍ사회ㆍ환경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고, 과학기술의 진보 덕분에 바깥 우주로의 탐사와 외계 문명과의 조우가 가능해진 세계이다.
* 박스 안의 내용은 모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 일부.
국내에 번역된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책은 모두 세 권이다. 나머지 한 권은 열린책들의『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