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블룸의 찬사를 보고 궁금하여 서점에서 검색하고 바로 주문했다. 참고로 해럴드 블룸은 이렇게 썼다.
블룸이 극찬한 앤 카슨은 '실연의 철학자', '캐나다의 천재 시인'으로도 불린다.
『빨강의 자서전』 『레드닥>』 은 연작. 제목에 기호가 들어갔는데 '>'의 의미가 궁금하다.
제목 부터가 벌써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긴다.
국내에 번역된 앤 카슨의 책은 모두 세 권인데 셋 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유추하기 어렵다.
대개 일본 에세이류가 이런 컬러 표지를 많이 입는데 어쨌든 책이 곱다. but. 내용은 안 곱다.
앤 카슨의 특징으로 제목의 난해함을 꼽아도 될 것 같다. 제목만으로는 도통 내용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두번째 특징은 문장 구성의 형식. 기존의 소설 문법을 벗어난 형식이 신선하기도 하고, 난해하기도 하고, 여하간에 낯설다.
『빨강의 자서전』 이 앤 카슨의 첫 소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로서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이라고 하니 작가의 글쓰기 경향을 파악할 전범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
목차만 봐도 독특하다. 본문은 말할 것도 없고. 대개 떠올리는 소설의 형식을 기대한다면 당황할 것.
'시로 쓴 소설(novel of verse)'라는 수식이 붙었는데 직역하면 '운문소설'이다.
앤 카슨을 수식하는 표현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없는 것이 의아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플래그를 걸면 팔리지 않을까봐 그런 걸까.
책을 검색하면서 안 건데 앤 카슨은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꾸준히 오르는 작가.
『레드닥>』은 『빨강의 자서전』과 연작.
소년이었던 게리온은 이제 중년 남자가 되었다.
원어가 궁금했는데 실제로도 'The beauty of the husband'다. 만약 의역이었으면 용가리콧김을 뿜었을 거다.
'스물아홉 번의 탱고로 쓴 허구의 에세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수식만 봐도 난해하다. 슬쩍 들쳐본 본문은 더 난해하고.
하필 『남편의 아름다움』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했는데 제목 탓인지 계산할 때 분위기가 좀 그랬다. 서점 직원이라고 해서 매장의 모든 책을 꿰고 있는 건 아니므로...; 그래도 『내 남자가 바람났다』때처럼 직원이 웃음을 참는 걸 보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나는 기승전결을 갖춘 내러티브를 읽는 독서에 익숙하기 때문에 앤 카슨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인데 그만큼 기대도 되는 것도 사실이라서.
덧. 앤 카슨을 보다 쉽게 읽기 위해서 그리스 신화와 미리 친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