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Saul Leiter)
1923년 피츠버그의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나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지만 1946년 학교를 중퇴하고 화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다. 이후 친구이자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푸세트 다트에게 포토그래퍼가 될 것을 권유받았고, 30년 가까이 성공적인 패션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으며 '하퍼스 바자', '엘르', '에스콰이어', 영국 '보그', '라이프' 등에 사진을 게재했다. 이후 업무 차 뉴욕을 찾은 독일 출판사 ‘슈타이들’의 대표가 우연히 그의 작품을 보게 되면서 60년 만에 레이터가 찍은 사진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그의 사진들은 ‘컬러 사진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비비안 마이어와 함께 영화 '캐롤'의 배경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12년에는 그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In No Great Hurry:13 Lessons in Life with Saul Leiter'가 개봉되었다. 작품집으로는 'Early Color(2006)', 'Early Black and White(2014)', 'In My Room(2017)' 등이 있다. 2013년 11월에 사망했다.
뉴욕이 낳은 전설, 사울 레이터 사진 에세이 한국어판 정식 출간.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천재 포토그래퍼 사울 레이터의 작품과 언어를 담은 사진 에세이다. 사진과 회화로 구성된 대표작 230점과 그의 남긴 말들을 집대성한, 그야말로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이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 슈타이들이 우연히 발견한 거장, 영화 '캐롤'의 시작점, 뉴욕이 낳은 전설… 사울 레이터를 수식하는 말들은 지금도 보는 이들에 의해 재탄생되고 있다. 과감한 구도와 강렬한 색감, 몽환적 분위기와 서정적 감성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사진이라기보다 이야기이며 한 편의 시다.
책에는 작품뿐 아니라 그만의 생각을 담은 문장들이 함께 실려 있어 사진집 이상의 울림을 준다. 스튜디오보다 거리, 유명인보다 행인, 연출된 장면보다 평범한 일상, 빛보다 비를 더 사랑하여 “나에게 철학은 없다. 다만 카메라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던 진짜 포토그래퍼. 60년이 지난 지금, 독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국경과 세대을 초월하여 뒤늦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다.
(출처. 출판사 책 소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황혼의 작가의 통찰이 정말 사랑스럽다.
현재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은 절판됐다. 절판된 책이라 중고 가격이 사악한데 책이 보고 싶다면 원서를 사는 방법도 있다. 혹은 복간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기다리는 인내심이 없어서 그냥 원서를 구입했다.
레이터가 본인의 사진에 잠언 형식으로 짧은 메모를 덧붙인 구성이라 번역의 비중이 그닥 크지 않다.
참고로 알라딘과 교보가 할인율이 크다.
오른쪽은 아마도 스페인 발행 도서인 듯. 사울 레이터의 책은 원서도 절판 비중이 높다.
All about Saul Leiter 원서.
표지 및 책 날개 앞뒷면
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겉표지도, 절제된 미학을 연상케하는 속표지도 다 마음에 든다.
군더더기 없이 단조로운 회색 속 표지가 깔끔하다.
사연이 많은 듯, 할 말이 많은 듯...
사물의 측면과 후면을 주로 찍었던 포토그래퍼와 잘 어울리는 색감.
포토그래퍼의 책답게 내용은 사진이 가득하다.
빨강, 노랑, 초록의 색감이 드러나는 사진 몇 장.
토드 헤인즈는 영화 <캐롤>을 찍을 때 비비안 마이어와 사울 레이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영화는 레이터의 사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 많다. 그중에서도 레이터를 소환하는 건 붉은 색감과 유리, 안경등의 소품을 활용해 렌즈 너머로 피사체를 보는 듯한 시선.
비비안 마이어의 책은 시중 서점에서 판매 중인데 구입을 고민 중이다. 고백하자면 레이터의 사진도 썩 취향은 아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더욱 그렇고. 비비안 마이어는 '명성'과 '성공'에 관하여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인물. 덧붙이자면 내 취향은 브레송 같은 매그넘 작가들.
브레송이나 레이터 모두 찰나의 순간에 탐닉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브레송은 '기억에 남을 만한 찰나'를, 레이터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찰나'를 찍었다.
그러나 그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기보다는 금방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을 담길 원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보이는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세상에게 설교하지 않고 오로지 순수하게 관찰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했다. 그래서 레이터의 사진에는 거울과 유리창이 자주 등장한다. 피사체를 평가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염두에 둔 목적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그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사진만큼이나 흥미를 끌었던 레이터의 그림. 그는 화가이기도 했다.
영상에도 등장하는 레이터의 작업실.
레이터의 사진과 메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