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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8675 bytes / 조회: 809 / 2022.02.04 15:41
왕가위 / 뱅크시 / F.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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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왕가위 : 영화에 매혹이 되는 순간』

뱅크시 『벽 뒤의 남자』

F.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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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됐을 때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인데 더 미루다가 품절되고 우느니 장바구니를 비웠다.

탐나는 페이지가 많아서 고민하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동사서독'만 두 페이지.

영화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영화와 현장과 관련된 얘기들 그리고 스틸 사진, 필름 컷이 가득하다.

책 판형이 화보집처럼 커서 이미지컷이 시원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건 좋은데 휴대성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만약 판형을 줄여서 나온다면 출판사가 있는 방향으로 배꼽 인사하고 구입할 생각 백만배.

 

소울메이트인 K와 나는 둘 다 김용 소설의 열성팬인데 『녹정기』를 끝으로 더는 읽을 소설이 없자 나는 동사, 너는 서독 그러고들 놀았다. 생각해보면 참 철없이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철없던' 시절에 했던 놀이라기엔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무협놀이를 했던 게 설 연휴를 앞둔 바로 얼마전이다. 부산에 온 M에게 "탄지신공을 받아랏!" 했는데 M의 비급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이름하여 '그게 뭔데' 신공. 덩달아 떠오른 추억 하나 더.

스물 중반 때 오빠랑 단 둘이 지내던 시기가 있었는데 여느 남매가 다 그렇지만 우리도 징글징글하게 싸웠다. 싸우고 나면 서로 입을 다물었는데 말하자면 먼저 말 걸면 지는 상황. 그리하여 오빠한테 말 안 걸려고 간식이나 끼니를 미리미리 식탁에 챙겨뒀는데 역시나 친오빠한테 늘 갈굼당하던 B가 이 얘길 듣고 진지하게 일갈했다. "삼국지 안 읽었나, 전쟁에서 이기려면 제일 먼저 보급로부터 끊어야지!" 하지만 지나치게 인간적이었던 나는 차마 보급로를 끊지 못한 탓에 늘 싸움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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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결제한 뱅크시의 『Wall and Piece』는 해외 주문이라 아직 열흘은 더 있어야 볼 수 있다. 생각난김에 배송 현황을 확인해보니 '입고준비' 라는데 입고준비는 뭘까; 아마도 해당국가에서 책을 매입했다는 뜻이려니. 책이 도착하면 두 권을 같이 좀 더 상세하게 포스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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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 사강 둘 다 취향이 아니므로 반쯤 변덕과 충동에 의한 주문.

예전에 같은 민음사판으로 읽었는데도 특별 한정판이라고 하니 자꾸 눈에 밟히더니만 결국 견물생심 발동.

세트로 나온 리커버 한정판 『마음의 심연』은 걸렀다. 또 모르겠다. 나중에 충동구매할지도...

 

 


PS... 


중학생 때 등하교를 같이 하던 친구가 루이제 린저와 F.사강의 아주 열렬한 팬이었다. 하교 길에 팔짱을 끼고 집 가는 방향이 갈라지는 교차로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매일같이 열기 가득한 친구의 목소리로 '니나가, 슈타인이'를 들었다. 친구가 들려주는 니나와 슈타인은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커플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친구가 너도 읽어보라고 『생의 한가운데』를 내게 건넸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친구의 감동에 동참하지 못했다. 하필 그무렵은 한창 할리퀸로맨스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라 무뚝뚝한 독일인들의 사랑이 그저 심심했다. 니나의 성장스토리에 집중했더라면 아마 루이제 린저와 소설은 내게 다른 의미로 남았을지도 모르지만 뭐하여튼 그땐 그랬다. 린저 다음엔 사강이었는데 이땐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한텐 좀 어려운 것 같아. 

친구는 나를 어리게, 나는 친구를 조숙하게 보던 시절이었다. 

 

함께 무협놀이를 하던 K도, 린저와 사강을 좋아하던 Y도 돌이켜보니 하나하나 소중한 추억, 소중한 시간이다.

아마도 내가 헛되이 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기억의 웅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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