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망다랭 1,2』
『제2의 성』
『레 망다랭』도 권 당 600페이지(+α) 인데 『제2의 성』옆에 있으니 날씬해보이는 착시.
기분 탓인지 근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신간이 부쩍 자주 보인다. 원래라면 신간을 한꺼번에 다 주문하지만 故김진영 교수에 이어 연이어 죽음을 애도하는 산문을 사는 게 부담이 돼서 『작별의 의식』은 다음으로 미루고 카트에서 뺐다.
『레 망다랭』
보부아르는 이 작품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 혼란스러운 시대에 정치와 이념 그리고 개인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지식인의 내면과 사회 활동, 정치와 문학의 관계, 사상과 현실의 갈등 등 때로는 불편할 정도로 전후 사회의 진실을 폭로하려는 작가의 단호함 덕분에 이 소설은 개인과 정치를 연결하는 서사적 초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출판사 책소개
제목 '레 망다랭'은 '원래 중국의 관료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특권층 지식인들을 펌하하여 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치소설'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소설 속 인물에게 당시 지식인들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었다고 하니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제2의 성』
여성학 수업을 들을 때 '제2의 성'과 관련하여 리포트를 쓴 적이 있는데 책이 아니라 '사회화된 성 역할'이 주제였기 때문에 따로 보부아르의 책을 읽지는 않았다. 대개 이런 경우 수업에 필요하면 교수님이 따로 '독후감' 과제를 내주는데 교수님이 그냥 넘어간 것도 있고, 또 당시엔 하필 다른 교양 수업의 과제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독후감을 쓰고 있을 때라 과제가 줄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와중에 잠깐 '왜 독후감 과제가 없을까' 궁금하긴 했다.
과거 기억이 떠오른 건 이번에 구입한 『제2의 성』이 국내 첫 프랑스어 원전 완역이라는 책소개를 보고서였다. 보부아르와 그녀의 저서에 대해선 몰라도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계약결혼'이나 '여자로 태어난 게 아니라 여자로 키워진 것'이라는 테제는 대중적으로 이미 흔한 얘기가 된 지 오래임에도 정작 책은 이제서야 원전 완역이라니, 좀 많이 놀랍다.
사진 자료가 많은데 본문 지질이 갱지 재질이라 아쉽다.
책을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 바로 한숨이 나왔는데 을유 답지 않게 영미권 페이퍼백 같은 만듦새가 의외롭달지, 실망스럽달지, 놀랍달지. 두 권으로 분권하고 하드커버에 고급 지질을 썼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인문 서적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고 계속 오르고 있는데...
안그래도 1천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 읽던 도중에 헌책 수준으로 망가질 것 같은 책을 볼 때마다 '나는 너 그렇게 안 키웠다' 속상함만 늘고...
책은 크게 1권 「사실과 신화」, 2권 「체험」 으로 구성되었다.
앞부분을 슬쩍 훑어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