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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15553 bytes / 조회: 486 / 2022.08.04 16:56
바타유 / 박찬욱 / 제발트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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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 『에로티즘』『종교이론』『저주받은 몫』

제발트『전원에 머문 날들』

김훈『저만치 혼자서』

박찬욱/정서경『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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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제발트, 김훈 모두 전작주의 작가들.

제발트의 신간이 출간된 건 알고 있었고, 김훈 신간 출간은 몰랐고.

 

'오, 신간이네' 놀라움과 함께 김훈 소설집을 주문했는데 주문한 책을 배송받기도 전에 다른 신간 소식이 올라왔다. 이것도 주문해야지.

 

제발트의 책은 일단은 출간 족족 모으고는 있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신뢰할만하다 생각하는 작가들의 추천만으로 사모으는 거라 주문하면서도 '이거 모험 아닌가' 반신반의한다. 그럼 직접 읽어보고 확인하면 될 걸 게으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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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버닝> 이후 가장 좋았던 영화.......... 라고 하면 안 되는구나. 내가 본 건 영화가 아니라 각본집이므로.

<헤어질 결심>은 각본집이 워낙 잘 나와서 해당 장면이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한 이미지로 펼쳐진다. 너무 생생해서 엔딩의 충격에 며칠 정신을 못 차렸을 정도.

영화를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으나 박찬욱 감독과 이젠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자정을 앞두고 아무 생각없이 집어 들었던 <헤어질 결심>은 내 앞에 긴 열대야와 함께 스탕달 신드롬을 덥석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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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에서 바타유를 검색하다 『저주받은 몫』이 복간된 걸 알았다.

출간일이 06/30일이니 정말 최신간이다.

사실 『저주받은 몫』과『에로티즘』은 나랑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도서관에 가면 대출 중이고, 서점에선 일시품절이고- 를 몇 차례 반복하던 와중에 『저주받은 몫』이 아예 절판됐다. 중고책을 구하는 방법도 있으나 어쨌든 나랑은 인연이 없나보다 포기했는데 그 『저주받은 몫』이 소리소문 없이 복간된 것이다. 그리하여 반가운 김에 늘 나를 비껴갔던 『에로티즘』과 함께 바타유의 책 세 권을 바로 주문했다.

 

솔직히 바타유의 약력을 보면 어디 가서 바타유의 책을 샀다 혹은 읽었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 풍토에선 더욱. 빈말로도 두둔하기 어려운 바타유의 생전 행적을 생각하면 현대 사상에 그가 남긴 흔적과 영향력은 그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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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은 인간을 수동적 평온상태로 유지시켜주는 반면 욕망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든다.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은, 그래서 욕망의 대상을 부정하고 파괴시킴으로써 또는 적어도 변화시켜서라도 욕망을 충족시키려든다. 예컨대, 우리는 음식물을 파괴하든지 또는 변화시키지 않고는 허기를 채울 수 없다. 이처럼 인간의 모든 행동의 근본은 '부정'négatrice에 있다.

 

-알렉상드르 코제브 《헤겔강독 서설》, 『종교이론』p.11

 

 

최근 우리나라 지상파 드라마의 한 축은 '불륜'이 담당하고 있는 모양새인데(각 잡고 정주행한 드라마는 없지만) <부부의 세계>를 예로 들자면 클립 영상으로만 접하긴 했지만 배우자의 외도에 정신의 일부가 무너지는 여자를 보며 늘 궁금했다. 

 

왜 바람을 피우지? 왜 바람을 피울까?

다른 사람에게 설렐수도 있겠지. 그 순간이 짜릿하고 황홀할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책임과 의무 쯤이야 씹던 껌 취급할 정도로?

 

인간의 염치, 양심, 수치심은 유독 '사랑'과 관련되면 실종되는가 보다. 그러니 평생을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배우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소리가 뻔뻔하게 나오지. '사랑'을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다. 한마디로 자신은 죄가 없는데 사랑이 멀쩡한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다. 이 얼마나 얄팍한가.

 

뭘로 포장하든 '사랑'의 속알맹이는 '욕망'이고, 욕망의 시작과 끝은 성애 - '에로티즘'이다. 도대체가 사랑하는 상대와 하고 싶은 게 뭐겠는가.

 

기존 관계를 정리하는 성의도 없이 불륜/외도를 선택함으로써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는 그들 심리를, 코제브의 서설을 빌려 이해해보자면, 배신이라는 일탈을 통해 이미 신뢰관계를 구축한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는 가학에서 충족되는 욕망의 쾌감으로 볼 수도 있겠다. 기만 당한 내 배우자가 상처받을수록, 무너져내릴수록 내 일탈은 더욱 극적으로 치열해지고 일면 자기희생적으로까지 여겨지는 거다. 요는, '사랑'으로 정의되는 화학반응이 무려 멀쩡한 나를 이렇게 파렴치한으로 만든 주범이라는 거지. 

 

인류의 몇 프로를 차지하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 누군가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직접적인 폭력을, 그것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행할 수 있는 서사는 전쟁을 제외하면 '사랑'이 유일하다.

 

그들이 외친다. 나는 죄가 없어. 사랑이 죄야. 

이러니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소리가 나오는 거다. 사랑이 죄지, 사랑에 빠진 나는 죄가 없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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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연인데(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나는 <헤어질 결심>과 바타유의 책을 같이 주문했다. 그러니까 <헤어질 결심>과 바타유의 책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는 건데 어쩔티비 같겠지만 나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그 과정에 있었던 의식의 흐름이 재미있다.

 

바타유의 책을 주문할 때 내 의식의 흐름은 단순했다. 위에도 썼듯이 올봄 내 EQ 저장소에 로맨스 소설과 지상파 불륜 드라마가 양적으로 비대하게 쌓였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분류가 발생한다. 남녀로맨스는 대개의 소재가 '불륜' 아니면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 가까운' 이더라는 거. 둘 다 고전 중의 고전 클리셰인데, 그중 보다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서사로 무장한 '불륜남녀'들의 다양한 행태를 보다 보니 차츰 궁금해진다. 

 

- 사랑의, 구체적으로 사랑에 빠진 인간의 심리 혹은 속성은 뭘까 궁금

- 외피는 사랑이지만 결국 문제는 성애, 성애면 역시 바타유 아니겠어

 

요런 의식의 흐름이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본인도 그렇게 살았고 그런 삶이 저작에 그대로 녹아든 바타유를 읽어야겠다는 결심엔 그런 가벼운 기대 심리가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같이 주문한 <헤어질 결심>이 사건으로 시작해 사건으로 끝나지만 결국 배우자가 있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로맨스 연대기였던 거다. 그리고 아직 이런 치명적인 사랑에 내성이 없는 내 심박수는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마구마구 올라간다. 안돼, 안돼, 제발...

 

 

사랑, 좋지.

다만 인간이라면 대낮을 견디는 용기로 사랑을 해야 한다.

기왕 하는 사랑인데 찬란하게 빛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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