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_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레이먼드 카버_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엘리너 와크텔_ 『오리지널 마인드』
이탈로 칼비노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강의록인데 생각보다 판형도 작고 분량도 많지 않다. 왜 그런가 했더니 원래는 여섯 강의인데 다섯 강의 원고를 작성하고 얼마 후 작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차갑고 무자비한 인생의 판관인가 한다.
작성되지 못한 원고는 '일관성'에 관한 것으로 '필경사 바틀비'를 다루려고 했다고 하니 바틀비를 애정하는 독자로선 '억'소리 나올 정도로 참으로 아쉽다. 내년이 칼비노 탄생 100주년이라는데 그 핑계로 내년엔 칼비노 전집을 책장에 들일까...
칼비노의 책은 장바구니에 꽤 오래 있었는데 얼마전 어느 리뷰에서 발췌한 내용을 읽고 다른 책과 함께 바로 결제했다. 근데 그 내용이 뭐였는지, 어느 웹에서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어쩌겠나 사라진 기억에 기대지 말고 책을 읽으면서 직접 확인해야지.
요즘 엄마랑 '누구 건망증이 더 심각한가'로 연일 키재기 중인데 며칠 전에 내가 인덕션에 냄비를 올려놓고 반식욕을 하려고 했다고 한탄을 하니 엄마가 '너는 아무 것도 아니다, 누구네 집 초딩3학년이...'라고 최근 겪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당시엔 박장대소하고 말았는데 그래도 요즘 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디지털치매 아닌가...
레이먼드 카버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미국의 체호프’,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카버재단의 승인을 받아 오직 한국에서만 출간하게 된 이 소설집은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거나, 과거 번역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되어 찾아보기 어려운 단편 11편을 엮은 책이다. 이 단편집이 출간되면서 문학동네에서 카버의 단편소설 전체를 소개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1983년 출간된 『정열Fires』에 수록된 단편 4편과, 레이먼드 카버가 사망한 해인 1988년 출간된 『내가 전화를 거는 곳Where I’m Calling From』에 수록된 단편 7편으로, 이중 『정열』에 실렸던 4편은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는 것이다. 1960~70년대 처음 소개된 비교적 초기 단편들부터 1986년에서 1988년 사이 <뉴요커> <에스콰이어> 등에 게재된 후기 단편들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11편의 단편들은 미국 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취를 여실히 보여준다.
-온라인서점 책소개
대개 어떤 상품을 살 때 이미 상품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있기 때문에 정작 상품 설명은 대충 훑거나 스킵하는 편인데 그건 책도 마찬가지. 그래도 레이먼드 카버의 신간은 카버의 독자라면 책소개도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만 출간하게 된 배경은 이 책이 '한국에 소개된 적 없거나 현재 (한국에서)절판된 단편 11편을 엮은 소설집'이기 때문이다.
목록에서 기대되는 소설은 '미국의 체호프'라고 불리우는 카버가 체호프의 죽음에 대해 쓴 「심부름」
이정도면 성덕이라고 불러도 될 듯...(부럽다아)
어쨌든 레이먼드 카버 단편 전집을 완성한 문학동네에게 격려를 보낸다. 신간 출간을 맞아 기존 카버의 단편집이 새로운 옷을 입었는데 요즘 신간들 표지를 보면 유행이랄지 디자인 경향이 보인다. 아마도 이쪽 세계도 세대 교체가 있었겠거니...
국내 출간된 카버를 다 갖고 있는데 지난 3월에 출간된 카버의 시집은 없다. 언젠가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카버 시집보다 내가 고민하는 건 LOA 카버다. 환율이 기존가로 떨어지거나 그 전에 본토에 갈 일이 생기거나 하면 그때 구입할 계획.
엘리너 와크텔 『오리지널 마인드』
예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앞 몇 페이지를 읽다가 대출 기일에 쫓겨 반납한 책이다. 두꺼운 페이지만 아니었으면 며칠 연체하더라도 마저 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데, 근데 오랜만에 책을 손에 잡으니 기억만큼 안 두꺼워서 조금 놀랐다.
처음 『오리지널 마인드』라는 제목을 봤을 땐 범죄심리학 관련 책인가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정체는 면면이 화려한 작가 26인과 인터뷰한 대담집이다. 제목 'Original'은 여기에선 '독창적'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26인 작가 중에는 이름이 생소한 작가도 있고, 무슨 생각을 할까 평소 궁금했던 작가도 있고. 저자 리스트 중에선 '해럴드 블룸'이 눈에 띈다. 늘 작가와 작품을 비평하던 위치에 있던 인물이 인터뷰이가 되어 질답하는 장면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흥미를 끈다.
정작 해당 책엔 이시구로가 없지만, 가즈오 이시구로가 '전세계에서 작가 인터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는 와크텔이 어떤 질문으로 어떤 대답을 끌어냈는지 궁금하다. 시대가 그런 건지 요즘은 대답 잘 하는 사람은 흔해도 질문 잘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