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블라인드>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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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403 bytes / 조회: 5,659 / ????.08.24 19:18
[영상] 안상훈 <블라인드>




- 사진은 영화 포스터의 '하나의 사건, 두명의 목격자, 엇갈린 진술'이 등장하는 장면.


사회적 편견은 시각장애 뿐 아니라 성실함과 먼 것 같은 청소년도 피해갈 수 없다.
<블라인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홍보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시각장애인의 시점을 잘 구현한 입체 영상이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쫓고 쫓기는 장르적 특성과 영상이 잘 어우러져서 화면이 수아(김하늘)의 시점으로 넘어 가면 영화 속 공기가 극도로 팽팽해진다. 거기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플롯을 뭉개고 나아가 장르 자체를 와해시키는 자충수를 힘겹게 피해간 것도 좋았고.

하지만 예전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점이 좀 더 많다는 것일 뿐 영화 자체는 여전히 단점이 많다.

무엇보다 주연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 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김하늘은 김하늘, 유승호는 유승호랄까. 영화에 수아나 기섭(유승호)는 없고 김하늘, 유승호만 보인다.

 

이야기 전개가 세련되지 못 한 것도 영화의 큰 단점. 일단 수아가 말이 너무 많다.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주변을 관찰한다는 좋은 소재를 '과도한 수다'로 망친다. 게다가 손 끝, 귀, 얼굴 표정의 미묘한 움직임 등을 통해 수아의 예민한 감각이 관찰하고 감지해 낸 것들을 보여준 직후에 굳이 수아의 입을 통해 수아의 재능(?)을 재차 확인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촌스럽다.

 

내 평점은 ★★★ (별 다섯 개 만점). 굳이 극장에 가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르에 대해 별 기대 없이 봐서인지 그냥 저냥 무난했다. 이 얘기, 저 얘기 다 하려고 옆 길로 안 샌 것만도 어딘가.
다음 전개를 위한 억지스러운 장면도 많은데 이건 씽크빅을 안 한 작가의 창의력 문제려니 한다.

 

어느날 일상이 깨어지면서 비일상적인 상황들이 연속되고, 비일상적인 상황에 비상식적으로 대처하는 답답한 인물이 우왕좌왕하는 줄거리는 장르의 특성상 개연성을 포기하고서라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는 전개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귀신이 돌아다니는데 굳이 불꺼진 밤에 혼자 화장실을 가는 얼빠진 인간이 있어야 무서운 귀신도 보여주고, 귀가 따가운 비명소리 음향도 들려주고, 눈 뒤집고 쓰러진 시체 코스프레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는가. 스크린 밖에서 보는 사람이야 '에구 저 답답한 것, 그래, 넌 죽어도 싸다!' 스트레스를 받든 말든.


B급 장르 중 가장 무난한 흥행 장르이면서 한편 관객을 만족시키기가 가장 어려운 장르가 바로 스릴러가 아닌가 싶다.
약 두 시간의 런닝타임 내내 타인의 긴장을 조였다 풀었다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야기를 푸는 구조가 정형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형화라는 게 그렇다. 낡은 것과 새 것의 적정선을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까 수학의 정석처럼 스릴러도 장르 자체의 정석이 있는데 이 정석을 그대로 따르자니 관객이 이미 그 수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렇다고 정석을 비틀자니 그건 그 자체로 장르에 대한 배반, 배신이 되니 양쪽을 다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그런 의미에서 스릴러 장르는 만점을 100점이 아닌 80점 기준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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