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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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563 bytes / 조회: 3,698 / ????.01.26 03:46
[도서]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구정연휴 동안 읽었는데 예상 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책.
집 여기저기 책이 무더기로 흩어져 있는데, 그중 하필 이 책을 집어든 건 책을 주루룩 넘기다 우연히 멈춘「오셀로」편이 무척이나 재미있어서였다.「오셀로」는 셰익스피어 비극을 다시 읽으려고 민음사판을 사둔 터라『철학카페...』를 읽는 도중에 책장에서 책을 꺼내 잠깐 읽기도 했다.

기획서적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니 기피하는데, '상품'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다. 기획서적은 특히 처세술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처세술 혹은 자기계발류를 안 좋아하다 보니 그 비호감이 다른 분야로까지 넓혀진 것일 수도 있겠고...
여튼 제목만 보면 딱 기획서적처럼 보이는『철학까페에서 문학 읽기』는 구간 50%할인 도서로 다른 책을 사면서 장바구니에 넣은 건데 안 읽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문학 속에 나타난 은유나 주제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는데 그 내용이 어렵지 않고 흥미롭다. 다만 중언부언이 좀 있는데 이는 저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애초 동일한 주제와 목적 의식을 가진 소설을 골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목차 중 '광장', '당신들의 천국', '멋진 신세계', '1984년'은 유토피아의 탈을 쓴 디스토피아를 고발하는 소설인데, 서술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 동일학 철학적 해석을 네 번이나 읽게 되는 셈 . 그런 면에서 작품을 좀 더 다양하게 골랐으면 어땠을까 아쉬움도 들지만, 여러 작품에서 동일한 철학적인 주제를 발견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책에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 열세 편. 이중 안 읽은 건 네 편, 재독 예정이 두 편, 읽을 가능성이 없는 소설이 한 편이다.

읽을 가능성이 없는 한 편은 바로 M.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예전에 공부한답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던 모구립도서관에 새입고된 책 중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새 책을 좋아하는 나는 막 들어온 '잃어버린...' 네 권(1회 대출 제한)을 냉큼 빌려 집으로 왔는데 이때 소설 속 '의식흐름 기법'에 쓴맛을 보고, 도중에 독서를 포기하는 최초의 경험을 했다.

(전략), 아무리 사소한 것까지도 생생하게 그려내는 그의 솜씨는 세상의 모든 독자들을 가차 없이 두 부류로 나누어놓지요. 처음 300쪽 이전에 책장을 덮는 사람과 3000쪽을 마치 중독된 것처럼 읽어내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 p.313,『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말하자면 나는 300쪽 이전에 책장을 덮은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도 등장했던 마들렌 에피소드는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이야기인데, 삼순이가 헤니를 보며 마들렌 얘기를 할 때 '저 작가(혹은 대본 작가)는 정말 저 소설을 읽었단 말인가? 헉!'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한 사실은 내겐 악몽으로 남은 (아직까지는)유일한 소설이라는 것.

책에 관한 책은, 사실 실패 확률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작가가 소설이나 비평 등의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내공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 또 해당 책의 목차 중 안 읽은 소설은 읽기 전 길잡이로, 읽은 소설은 과거의 독서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된다.

읽는 도중에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해 보관함에 담았다.

왠지 모르게, 어느 부분인지 정확하게 짚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종교적 보수성이랄까 느껴지는 지점이 있는데 책을 읽는데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내가 특히 예민한 것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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