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직후 액션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많았던 <나는 살인범이다>를 봤어요.
일단 기대했던 액션은 질적으로 좀 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액션은 스토리의 긴장과 몰입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는 살인범이다>의 액션은 이야기를 너무 앞지른달까, 이야기에서 뚝 떨어져나와 혼자 튀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드라마인데 그 드라마와 융화가 잘 안 되니 액션의 현실감도 떨어지고...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디어의 상업성을 보는 시선입니다.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TV 카메라를 앞세워 등장한 살인범 이두식을 쫓아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은 꼭 짝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동경에 가득찬 것처럼 보입니다. 이두식이 자신의 살인행각을 고백하고 참회한 책의 출판기념 기자회견에서 어느 여성기자가 '피부 관리는 어떻게 했는가'라는 질문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영화가 시종일관 비웃는 미디어 상업성의 천박함의 절정으로 꼽고 싶습니다.
예전에 탈옥수 신창원 검거 후 비슷한 사회현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끔 이런 걸 볼 땐 정말 세상이 미쳐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가.
중요한 얘기를 빼먹었네요.
영화에 시종일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인 최형사가 차려놓은 밥상을 몇 번이고 걷어차는 장면 그러니까 다 잡은 범인을 자꾸 놓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곧장 액션으로 이어지는데 액션 때문에 이런 전개가 필요했나 싶기만, 여하튼 정말 홧병 납니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