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endie : (감정의) 고조. 폭발
국내 개봉 제목이 참 센스없는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은 <그을린 사랑>입니다. 변두리 극장에 걸려 있음직한 간판에나 어울릴 것 같은 이 제목은 도대체 누가 고른 걸까요.
<그을린 사랑>은 '반전'이 충격적이라는 소문에 끌려서 본 영화입니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반전'을 보여줄 영화가 있을까, 그다지 기대 없이 본 영화이기도 하고요.
스포 없이 시작 줄거리만 간단하게 펼쳐보면 이렇습니다.
쌍둥이 남매 시몬과 잔느는 변호사로부터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듣습니다. 나왈은 두 통의 편지를 남매에게 남기는데 1통은 아버지를 찾아 전하고, 또 1통은 오빠를 찾아 전하라고 합니다. 즉 그 두 사람에게 편지를 전한 뒤에 장례를 치르라는 게 나왈의 유언입니다. 아버지는 사망했고, 오빠의 존재는 전혀 몰랐던 남매가 혼란에 빠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반발하는 시몬과 달리 잔느는 나왈의 흔적을 쫓아 나왈의 고향 레바논으로 향합니다.
위에 쓴 것처럼 이 영화는 말미에 밝혀지는 반전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눈치가 박치인 제가 영화 도중에 반전이 되는 내용을 알아챈 걸 보면 어쩌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 반전은 대단치 않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감독은 반전의 의외성보다 반전 내용의 의미가 가지는 비극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레바논에 대해 사전 지식을 좀 쌓고 볼 것을, 싶었어요. 제가 레바논에 대해 아는 거라곤 기껏해야 월드컵 축구 아시아 예선에서 같은 조에 속하면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대 정도거든요. 영화를 본 직후 검색해 보니 중동의 여느 국가가 그런 것처럼 이 나라도 종교로 인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더군요.
- (출처) KIDA세계분쟁 데이타베이스
전시상황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곳엔 상식도, 이해, 질서도 없습니다. 대개의 전쟁이 인간을 다루는 방식이 인간성을 없애는 데서 시작하거나 끝을 맺기 때문이지요. 그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온 정신으로 저항합니다. 그리고 순응하는 자는 패배자가 되고 저항하는 자는 승리자가 됩니다.
그래서 전 나왈이 승리자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유언을 남길 수 있었던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