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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302 bytes / 조회: 6,049 / ????.06.11 13:15
[영상] 마스터셰프US 시즌1


마스터셰프코리아 보시는 분 계신가요?
국내 케이블TV에서 방송 중인 마스터셰프코리아(이하, '마셰코')는 셀러브리티 특집 때 처음 보고 이제 시즌2를 매회 쫓아가면서 보고 있는 아마추어 요리 경연 프로예요.

마셰코를 재미있게 보던 중에 본토 방송이 궁금해 지난 주말 동안 마스터셰프US 시즌1을 정주행했어요.
프로그램 셀링 가이드가 있는지 아주 사소하고 소소한 것까지 방송 포맷이 똑같습니다. 하다못해 심사위원의 멘트까지도요. '레스토랑에서 이대로 팔아도 되겠다'던지 '(이런 음식을 만든 자신에게)부끄러워하세요'라던지...
방송 스케일은 미국이 확실히 크더군요.
3회를 보던 중에 아, 이거 혹시 우승자가...? 싶었는데 역시 우승자가 휘트니네요.
나이도 어리고(22살), 예쁘고, 영리하고, 요리천재 등등 쏟아지는 극찬이 우승자를 예감하게 했어요. 매 회 미션도 안정적으로 수행했고요.
사실 저는 휘트니처럼 발성하는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 아가씨가 멘트를 할 때마다 피로감이 느껴져서 별로였는데 마지막 4인을 남겨 두고 탈락미션을 할 때 휘트니에 대한 인상이 바꼈어요. 초콜렛 수플레를 만드는 미션이었는데 굉장히 근성이 있고 그런만큼 요리를 하는 자신에게 확신도 있고... 어쨌든 우승자로 자격이 충분하다 싶었어요.
반면 결승에 올라갔던 나머지 1인인 데이빗은, 아, 이 남자 정말 별로였어요.
처음 예선 때도 그러더니 이 남자 캐릭터가 그런 것 같더군요. 굉장히 쇼맨쉽이 강합니다. 초딩 그것도 초5학년스러운 쇼맨쉽인데 그나마도 찌질해요. 이게 넘치는 끼를 주체 못 해서 그런 것이기 보다는 남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데서 나오는 거다 보니, 금방 까불까불 까불다가도 누가 조금만 지적하거나 싫은 소리를 해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다음 순간 웁니다. 이 남자 도대체 뭔가요?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아는 약한 걸까요. 전 태어나서 배우가 연기할 때 빼고 이 남자처럼 잘 우는 남자는 처음 봤어요. 이건 뭐 봉숭아도 아니고 톡- 하고 손만 대면 자동이더군요.

예전 학부 시절 학교 축제 때 우리 과에선 퀴즈대회를 했어요. 소위 '장학 퀴즈' 그런 건데, 문제가 진짜 더~~~럽게 어려웠습니다. 답을 맞추면 물론 점수를 얻지만 틀리면 감점되는, 토너먼트 방식인데 문제가 워낙 어렵다 보니 더 많이 맞춘 사람이 남는 게 아니라 더 많이 틀린 사람이 떨어지는 상황이 속출했어요. 결과적으로 버저를 안 누르고 가만히 있었던 (영리한?)참가자가 우승자가 됐습니다. 답을 맞추겠다고 옆에서 미친 듯이 버저를 눌러댄 사람은 당연히 떨어졌고요.

마스터셰프를 보는 동안 그 퀴즈대회가 생각나더군요. 어차피 떨어지는 건 한 사람이라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 - 간 맞추고, 재료를 다 익히고, 요리를 완성하면 일단은 마지막 4인, 나아가 결승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지요. 제가 볼 땐 데이빗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앞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요리에서 어떤 특별함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고요. 개인적으로 전 한국계로 보이는 마이크를 응원했는데 요리를 완성하지 못해 도중에 탈락한 것이 무척 아쉬웠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매 회 미션에서 탈락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어요. 마셰코에선 경쟁자가 탈락되고 내가 통과되는 순간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제하는 장면을 자주 보는데 US는 그 순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발산합니다. 동양적인 혹은 유교적인 혹은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인지 뭔지 모르지만 '넌 떨어지고 난 통과해서 미안해'라니, 굉장히 아이러니한 감성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태도를 탈락자에 대한 예의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승부였다면 경쟁에서 힘들게 이긴 순간을 마음껏 즐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는 안 올, 다시는 맛 보지 못할 생애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경쟁자도 위로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개인의 선호일 테고요.

시즌1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미션은 트럭운전자에게 먹일 햄버거를 만드는 7회였어요. 미래는 예측불허라는 점에서 삶은, 인생은 결국 공정한 거지요.
가장 어이없었던 미션은 11회였어요. 미스테리박스에서 1등을 한 시탈(Sheetal)이 탈락미션 주제로 '바닐라'를 골랐던 회입니다. 주제는 디저트이고 재료는 꿀, 과일, 바닐라 중 한 가지를 고르는 거였는데 선택지를 가진 시탈이 바닐라를 고른 것이죠. 그 순간 든 생각은, 시탈이 자신만의 특별한 바닐라 디저트 레시피가 있는 게 아니면 그냥 다른 경쟁자를 엿먹이려는 수작이군- 이었어요. 자기도 같이 죽을 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말이지요. 결과는, 시탈은 이 미션에서 탈락 직전까지 갑니다.

우승자 휘트니는, 이건 제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휘트니가 우승한 결정적인 무기는 디저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이 아가씨는 디저트에 아주 강하더군요. 사실 디저트로 누군가를 감동시키기란 참 어려울 것 같거든요. 우리가 김치로 누군가의 입맛을 감동시키기가 어려운 것처럼요. 제가 만약 마스터셰프US에 도전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디저트를 철저하게 준비할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계란 삶는 법을 찾느라 블로그를 30분 넘게 뒤지는 요리치이므로 이건 그냥 입으로만 하는 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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