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이뭐병 <간첩> 참고로, M은 이 영화를 정치색 전혀 못 느끼고 재미있게 봤다고 하니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감상일 수 있다.
나쁜 평을 못하는 이동진은 <간첩>을 '재미가 없지는 않다. 간첩이 소재라서 그렇지'라고 평했는데 이동진의 말이 맞다. 재미가 없지는 않다. 영화가 시작하고 10분까지는.
'생계형 간첩'이라는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땐 '내려와서 사느라 고생이 많은'(극중 최부장의 대사) 남파간첩들의 임무수행기쯤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간첩리철진>의 홈드라마 버전이겠거니 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건 뭐 대놓고 새누리당식 종북좌빨을 향한 민망하고 노골적인 선전영화다.
얼마나 노골적인지 중반까지 기다려 줄 인내심도 없는 영화 <간첩>은 시작 직후부터 정체를 드러낸다. 은유, 상징 이런 거 없다. 그냥 직설화법이다. 남파간첩이 촛불광장에서, 광우병소규탄장에서 시위를 주도한다. 명퇴한 전직구청장은 실은 40년 차 간첩이다. 동네 부동산 억척 아줌마도 알고 보니 간첩이다. 하물며 간첩들은 이름도 없다. 김과장, 최부장, 윤고문, 우대리, 강대리다. 이렇듯 우리 사회 곳곳에 이웃으로 파고든 간첩이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할배들이 허구헌날 가스통 들고 나와서 하는 소리를 영화가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뿐인가.
비행기 타고 날아온 북한 최고의 킬러 최부장은 김과장이 '미제 커피(프렌차이즈 커피)'를 마신다고 지랄하고, 북에 있는 김과장의 노모는 허구헌날 '달러' 보내라고 전화질이다. 도대체 감독은 뭘 말하고 싶은 건가.
영화 시작 10분 만에 등장하는 국정원 회의 장면. 국정원 직원이 광화문 촛불시위자 채증 사진에서 김과장(김명민)을 찾아냈다고 당당하게 보고한다. 그래, 국정원이야 능력이 모자라서 불법채증을 안 하면 간첩 파악 못 한다고 치자. 영화에서 이 내용이 정말 필요한 부분인가? 김과장이 간첩인지 아닌지 국정원이 알아내는데 '불법채증'말고는 정녕 소재가 없더란 말인가? 나한테 얘기하면 정말 그럴싸한 스토리로 당장 세 개는 써줄 수 있는데. 거기에 김과장이 촛불시위를 주도한 명목으로 (북에)공작금을 요청하는 데에 이르면 아, 이건 그냥 웃으라는 거구나 싶다.
이번에 뽀님 프랑스 방문 중에 파리에서 집회가 열렸는데 수행했던 모 정신나간 국회의원이 시위참가자들을 불법채증했으니 곧 검찰을 시켜 고소하겠다고 했다지. 댓글에 기다렸다는 듯이 종북좌빨, 북한 지령, 집회 선동... 이라는 헛소리들이 달려있더군. 관영뉴스와 기사, 일베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지? 이젠 영화까지 등신 같은 소리를 하니.
<간첩>은 제작지원처가 궁금해서 '바탕은 검정이요 흰 것은 이름'인 엔딩크레딧을 거의 마지막까지 꼼짝도 않고 지켜보게 만든 첫 영화다. 나같은 호기심을 가진 다른 누군가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하여 그 리스트를 짧게 나열해보면 <간첩>에 아낌없이 제작지원한 고마우신 분들은 창원시의회, 창원시장, 창원중부경찰서, 경남지방경찰청, 부산 경찰청 등등등으로 아주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했다. 참. 자타공인 골수여당지지자인 모중견탤런트가 경남영상위원회 위원장인 것도 이 엔딩크레딧을 보고 알았다. 이 양반은 <퍼스트 레이디>에 일찌감치 캐스팅됐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