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밀도가 주는 재미 <범죄와의 전쟁>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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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3551 bytes / 조회: 5,735 / ????.11.20 22:19
[영상] 이야기의 밀도가 주는 재미 <범죄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外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

 

'메소드 연기'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극 연출가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연기론에서 처음 정의된 것인데, 간단하게 '배우가 역할에 빙의'된 거라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이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최민식이 서울토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그의 연기가 더욱 놀랍다.
아, 그의 연기가 얼마나 사실적인지 경상도 사람이 아니면 그 절반도 이해 못할 그 꼰대스러움, 허세...!
최민식이 사투리를 쏟아낼 때마다 정말이지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집안 어른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덧붙여 이후 누가 내게 우리나라에서 희노애락을 드러내지 않고 보여주는 연기를 가장 잘 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하정우를 꼽겠다.
일단 이렇듯 주연 배우가 연기가 되니 영화가 가는 길이 참 순탄하다.
앞서 본 대작 두 편이 그닥 나쁘지 않았음에도 막상 다 보고나니 심심한 기분이 들어 묘하다 싶었는데 역시 극(劇)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구나 싶다. 비유하자면 <광해>나 <신세계>는 전채나 후식 없이 일품요리 하나만 먹은 기분이라면 <범죄와의 전쟁>은 풀코스를 먹은 기분이랄까. <범죄와의 전쟁>은 최익현이 나쁜놈으로 살아가는 일대기가 곁가지 없이 그렇다고 놓치는 얘기 없이 한호흡으로 쭉 흘러가는데 이 과정의 밀도가 굉장히 촘촘하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남이가'로 시작한 사이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두 남자의 얘기다.
우리나라의 인간관계는 학연, 지연, 혈연 안에서 이루어지는 바 이중에서 최익현의 자산은 지연과 혈연이다. 그의 10억짜리 수첩은 바로 이 지연과 혈연의 무덤인 것인데. 족보상으로 저어기 한참 아래 손주뻘인 어린 놈이 자신의 '가오'를 살려주지 않는다고 투정만 부리지 않았어도 최익현의 전성시대는 더 화려하고 수월하게 비단구름을 탔을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지 간에 그 난장판에서 살아남았으니 최익현의 10억 수첩은 10억짜리 몫을 제대로 한 셈이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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