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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21924 bytes / 조회: 6,775 / ????.05.17 00:16
[영상] 영화 보는 중 (05.16 - 05.23)


'그동안 밀린' 영화 보기에 돌입했습니다.
아마 리스트에 있는 영화를 다 보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아요.
해서, 이 게시물은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1주일 단위로 계속 수정, 리스트 업뎃됩니다
.


<2014>

05.16

☆☆☆ 1. The Kick 프라차 핀카엡 │ 조재현, 예지원, 나태주, 태미
S의 추천 영화. S가 당시 킥복싱에 한창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참고로 S는 귀욤귀욤 열매를 잔뜩 먹은 예쁜 아가씨.
초등~중등 때 봤으면 무난하게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이제 더이상 10대가 아니므로...
액션영화는 배우들 액션 합이 잘 맞아야 화면이 사는데 이 부분이 해결 안 되니 보는 내내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기분. 위안이라면 관객인 나 뿐 아니라 감독과 배우도 힘들었겠다 정도.

★☆☆☆2.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 (목소리출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R.챈들러가 말하길, '어떤 종류의 글이든 그 안에는 적절한 공식 내에서 움직이는 요소가 있다'고 했는데 이는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어렸을 때 왜때문인지 전후관계는 잊어버렸지만 동화 쓰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내용이 대충, 천부적인 달리기 재능을 가진 토끼 **은 달리기가 시시했고, 연습을 게을리 했고, 중요한 시합 날 사고를 쳤고, 무리에서 쫓겨났고, 혼자가 되자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나는 노력 끝에 달리는 재능을 회복하고, 무리에게 돌아와 인정을 받는다..... 는 뭐 그런 뻔하고 시시한 얘기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굉장히 장르의 공식에 충실한 기승전결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소설로 치면 아동문학에 속한다. 장르의 공식에 충실한 건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오랜 기간 장르에 노출되면서 장르의 공식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사람, 즉 성인은 아무래도 장르의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교훈. 또래문화는 또래일 때 실컷, 원없이 즐겨둬야 한다.

 

 


 
05.17

★★★☆☆3. Broken City 알렌 휴즈 │ 마크 월버그, 러셀 크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빌리, 토드, 샘, 폴... 이런 식이라 보는 중간 중간 대화 속에 나오는 인물이 얘던가, 쟤던가 헷갈리는 걸 빼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전반적인 감상은 건조한 범죄소설 한 권을 읽은 기분.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엔딩.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기독교식으로 표현하자면 '도시'는 '개발'이라는 원죄를 품고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Broken city'는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는 제목으로 더 없이 적절하다. 살인은 공소시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 나라의 법체계가 부럽다.



05.19

★☆☆☆4. A.M.11:00 김현석 │ 정재영, 최다니엘, 김옥빈
스포주의
타임슬립이든 타임리프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인과(因果)다. 
태초에 인(因)이 있으매 그로 인해 과(果)가 발생한다. 즉, 시간여행의 시작과 끝은 인과(因果)의 촘촘한 얼개 위를 굴러가고 인과의 완성도에 따라 전체 스토리의 개연성이 확보되기도 하고 혹은 엉망이 되기도 한다.

영화로 돌아와서, 정리하면 타임머신 연구소 폐쇄 결정이 내려지고 대원들의 육지 귀환을 앞둔 상황에서 <A.M.11:00>의 인(因)은  현재 시각 11:00, 팀장 우석(정재영)이 영은(김옥빈)을 데리고 마지막 테스트를 감행, 직접 타임머신 트로츠키를 가동시킨 것이고, 과(果)는 미래 시각 11:00, 시간이동에 성공한 트로츠키로 인해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연구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석과 영은이 다시 현재로 돌아와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은 영화적인 서술, 그러니까 현재에 속한 인간이 미래를 엿보고 오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써 현재에 존재해야 할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 미래를 미리 본 대가를 치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참고로 미래의 영은이 현재의 영은에게 CCTV파일을 열지 말라고 당부하는 건, 예정된 미래에 대한 공포에 영향을 받은 인간의 불안이 결국 예정된 미래로 파국을 이끄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인데, 유비무환이라는 해피하고 긍정적인 이정표를 놔두고 굳이 우울한 결말로 직진하는 건 감독의 의중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화가 그럭저럭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만 내 경우 '불확정성 원리' 신봉자라 스토리 진행과정에 썩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여행은 스토리상 과학적 알고리즘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얼마나 최대한 줄이는가 여부에 따라 이야기의 개연성이 확보되고 인과의 흐름도 자연스러운데 그런 점에서 A.M.11:00는 낙제라고 할 수 있다. 미래로 온 우석이 CCTV 기록을 가지고 현재로 돌아오고 연구원들은 CCTV기록을 통해 앞으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미리 알게 되는데 문제는 이 영상에 우석이 CCTV 기록을 빼낸 이후, 그러니까 현재로 돌아온 이후의 장면이 찍혔다는 거다. 우석이 죽어가는 장면이 그것인데 이 영화를 먼저 본 M에게 이에 대해 물었더니 이 장면에서 어이가 없었다고...;

나는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등장하는'브리핑'장면에서부터 짜증이 났는데, 비록 알아듣는 사람이 없을지언정 스토리의 기둥이 될 과학적 매커니즘이 어쩜 그렇게 성의 없고 얄팍한지, 이건 좀 너무 하지 않은가 말이지. 반드시 사실적이거나, 실천적이거나, 현실적이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럴싸하게, 최소한 그런 척 정도는 해줘야 되는데 그걸 제대로 못했다는 의미다.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브리핑 장면을 빼고 연구소 장면으로 바로 시작해도 됐을 것을. SF가 얼마나 지적인 장르인데. 이 장르가 여전히 아이들이나 보는 공상과학만화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SF덕후로서 안타깝다.

영화 <A.M.11:00>의 미덕은, 스토리가 배배 꼬이지 않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지적낭비를 원하는 게 아니고서야 복잡하게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는 영화다. 같은 의미에서 마지막 지완(최다니엘)의 낚시성 대사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





05.20

★★★★5. 영건 탐정사무소 오영두 │ 홍영근, 최송현, 하은정, 배용근
하필 <열한시> 다음에 본 영화가 또 타임머신이다. 시작 5분 만에 흘러나오는 "타임머신 어쩌고" 대사에 "또!" 소리가 절로. 하지만 영화는 예상 외로 재미있고 신났다. <영건 탐정사무소>는 상업영화의 틀을 착실하게 갖추면서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재기발랄한 SF활극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업영화의 단점보다 독립영화의 장점이 넘쳐난다. <열한시>와 마찬가지로 시간여행- 타임리프물인데, 일단 재미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만 이해하는 시간여행의 알고리즘은 여전히 뒤죽박죽 엉망이라는 거. But.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시간여행 영화를 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듯 하니 순짝퉁구라엉터리 평행우주관은 잊어 버리고 그냥 영화만 즐기면 되겠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키노망고스틴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다. 주연배우 홍영근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이 평범한 배우가 아주 '귀여워'보인다.

★★★6. 관상 한재림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사주보다 관상, 관상보다 심상이라는 말이 있는데 관상으로 점을 치는 것은 모르겠으나 심상으로 사람의 인상을 점을 보는 거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가능하다. 다만 이나마도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그닥 신빙성은 없다는 사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지만 자기가 잘 하는 연기를 하는 거라 새삼 "오, 연기!" 할만한 장면은 없다.

김내경이, 관상을 보는 행위에 대해 '작은 흐름은 모르지만 큰 흐름은 알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읭? 스럽다. 실상은 그 반대가 아닌가? 그러니까 작은 흐름- 단서, 조각 등을 읽고, 그것으로 큰 흐름을 추측하는 거지. 때문에 큰 흐름은 언제나 확률적인 가능성만 예견할 뿐 단정지을 수 없고, 그리하여 작은 흐름은 바꿀 수 있으나 큰 흐름은 바꾸지 못 하는 게 미래를 미리 엿보려는 자들의 숙명이 아니었던가?

미래가 궁금하면 과거와 현재를 보면 된다. 미래를 바꾸고 싶으면 현재를 바꾸면 되는 것이고.
앞서 본 <열한시>는 잠언 27장 1절로 시작한다. 여러모로 김내경이 새겨볼만 하다.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잠언 27장 1절)

 


★★★☆☆7. Taken 2 올리비에 메가튼 │ 리암 니슨
리암 니슨이 52년 생이니 이순이 넘었다는 얘긴데 액션을 보면 그저 놀랍다. <쉰들러 리스트> 때만 해도 이 아저씨가 액션 히어로가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영화는 B급 액션의 공식을 그대로 쫓아간다. 911이후 내 가족은 내가 지키는 미국의 소영웅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컨셉인 듯.

 




05.21

★★★8. 분닥 세인트(The Boondock Saints) 트로이 듀피 │ 숀 패트릭 프래너리, 노먼 리더스, 윌렘 데포
1999년 영화. 2편이랄지 속편이랄지는 2009년에 개봉했으니 감독의 근성? 똘끼? 가 감탄스럽다.
제목은 우리말로 옮기면 '길거리 성자' 쯤 되겠다. 선댄스 키즈 류인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뭔가 좀 밍숭맹숭하다. 터질 듯 터질 듯 감질나다 그냥 푸시식- 식는 불발탄이랄까. 10년 동안 속편을 만든 걸 보면 감독도 아쉬웠던 걸지도. 속편의 평이 안 좋아 속편도 챙겨 봐야하나 고민 중. 일단은 <록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가 위너.





05/22

★★★★9. 헝거 게임 : 캣칭파이어 프란시스 로렌스 │ 제니퍼 로렌스, 우디 해럴슨
1편을 본 지가 오래 돼서 웹검색을 했다.
1편은 <판엠의 불꽃>, 얼마 전에 크랭크업 소식이 들려온 3편(완결편)은 <모킹제이>. 이 영화는 시리즈라 전편을 안 보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3편은 아마 캣니스를 중심으로 한 반란군과 정부군의 대립이 펼쳐질 모양이다.
1편 <판엠의 불꽃>이 그렇고 그런 액션영화였다면 2편 <캣칭파이어>는 휴먼드라마다. 그러니까 1편이 단순한 서바이벌 액션의 장르적 공식에 충실했다면 2편은 계급과 계층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에 속한 여주인공의 내적(내면) 성장이 시민혁명으로 이어지는 즉, '매트릭스 키드'로 장르의 성격이 확 바뀐다.

더 구체적으로 요약하면, 해마다 TV를 통해 전국에 실시간 생중계되는 헝거게임 74회 참가자인 캣니스가 이전 참가자들과 다른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우승자가 되는 것이 1편이고,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자 위기를 느낀 대통령(=독재자)이 시민저항의 아이콘이 된 캣니스와 시민들을 이간질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내용이 2편이다. 중요한 건 반란군이나 시민혁명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일 뿐 영화의 초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캣니스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정체성은 어쨌거나 캣니스의 '성장드라마'다.

캣니스의 캐릭터가 흥미로운데 1편이 한마디로 '기승전bitch'였다면 2편의 캣니스는 '나만 살면 돼'하던 개인주의가 '같이 살아남아야 해' 하는 이타주의로 변모한다. 결국 피타는 캣니스의 성장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는 인물인 셈.

작년 말부터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비교한 글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런 관점이라면 영리한 독재자는 두 부류가 있다. 1. 시민에게 감당 못할만큼 많은 정보를 쥐어주고 딴 생각을 못 하게 하는 독재자, 2. 시민들을 모든 정보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딴 생각을 못 하게 하는 독재자. 어느 쪽이 더 영리한 독재자인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중요한 건 깨어있는 시민정신. 시민불복종이다. 독재자는 여럿이지만 시민은 하나이므로.

1편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꼽자면 동생 대신 헝거게임에 지원한 캣니스가 동생과 엄마에게 당부하는 장면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요약하면 대충 이런 내용이다.

 

정부가 나눠주는 공짜 밥을 먹지 마라. 밥을 주고 받아간 서명으로 너를 게임의 참가자로 지목할 것이다.

 




05.23

★★☆☆10. 분닥세인트 : All Saints Day 트로이 듀피 │ 숀 패트릭 프래너리, 노먼 리더스
그냥 돈 좀 더 들이고, 스케일 좀 더 커지고, 배우들이 나이 좀 더 먹은 2부. 한 줄 평은 so so.
1부는 대놓고, 2부는 은유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집어넣었는데 이건 감독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보인다.
단순한 플롯인데 러닝타임이 무려 120분이다. 감독의 패기랄까, 인디 정신이랄까.

1부와 2부가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2부가 흥행에 실패하고 시장반응도 안 좋았던 건 10년이 흐르는 동안 감독은 그대로였으나 관객은 변했기 때문. MTV출신이라는 감독의 이력을 알고 나면 <분닥세인트>의 장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는데 실제로 1편이 나왔던 1999년은 MTV 출신들이 바람을 일으키던 시대이기도 하다. MTV 출신 중 유명한 감독으로 데이빗 핀처, 미셸 공드리 등이 있다. MTV 출신 중에 유독 one hit wonder가 많은데 그들에겐 영화산업의 미로가 너무 복잡했던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All Saints Day>는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고 관객의 취향이 변하는 동안 저 혼자 제자리를 지켰던 감독의 마스터베이션인 셈.

1부의 장점-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혼란이 무너지는 건 중반부 코너, 머피 형제와 경찰 3인방이 조인하는 장면. 이 장면으로 1부에서 스메커(윌렘 데포)의 역할이 사실상 이 영화의 조타수 노릇을 했음을 뒤늦게 알겠다. 그래도 방심하고 있을 때 반짝이는 장면이 튀어나오는 건 여전한데 바로 120분을 기어이 다 보게 만든 이유다. 후반부, 본격적인 총질을 하는 장면은 기존 다른 영화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은 정의를 위한 거라면 살인도 선(善)이라는 의도로 읽혀서 섬뜩하다.

★★★11. Snow White And The Huntsman
루퍼스 샌더스 │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햄스워스

학부시절, 공부를 안 하고 A+ 을 받은 유일한 과목이 있었으니 바로 '여성학'이었다. 시험은 주관식 논술형으로 '백설공주'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해석하는 거였는데, 한 시간 동안 시험지 가득 빽빽하게 신나게 써내려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설공주와 사냥꾼>은 문화인류학적 관점으로 보면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아쉬운 건, 공주가 사과를 베어 먹고 쓰러지기 전까지는 분명 눈을 못 뗄 정도로 재미있었으나 죽음의 강 앞에서 되돌아온 공주의 부활을 너무나 시시하게 처리했다는 거. 이건 배신이야, 배신! 

이건 뭐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 공주' 클리셰를 버리지 못한 제작진의 부인할 수 없는 패착이다.

권력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남자에겐 '힘'이라면 여자에겐 '미모'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역학 원리가 간단한 '힘 겨루기'에 비해 심리적 밀당이 들었다 놨다 하는 '미모 겨루기'는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것. 

 

왕비(영화에선 여왕이지만 원작을 쫓아 왕비로 지칭한다)가 끊임없이 거울에게 '내가 아름다운가' 확인하는 것은 즉슨 '아름다움'이라는 건 상대 시선의 긍정을 통해서만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누가 누가 더 예쁜가' 경쟁에서 이기고 왕관을 차지할 때 그 의미가 더욱 빛나고, 힘들고 어렵게 승자가 된들 화무십일홍이라 내꺼인듯 내꺼아닌 최고미모의 왕관은 언젠가는 다음 미녀에게 반납해야 하는 비극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남자의 단순하고 직접적인 힘의 욕망보다 여자의 욕망이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고, 탐욕적이고, 파괴적일 수밖에.

그러므로 왕비가 정말로 부러워했던 건 공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공주의 젊음이었던 게 아닐까. 왕비의 죽음을 지켜보는 공주의 눈빛이 슬펐던 건 자연을 거스르려고 했던 왕비의 욕망을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동화를 비튼 상상력과 전개가 모처럼 마음에 들었는데 결말로 치달을수록 점점 짜게 식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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