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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978 bytes / 조회: 6,501 / ????.08.06 03:11
[영상] 명량


<명량>
개봉 6일 째인 8월 4일에 조조로 봤어요.
사흘 전에 예약해서인지 요리조리 좌석도 선택하고 여유가 넘쳤는데 막상 당일 극장에 가니 좌석이 꽉 찼더군요.
참고로 5일 현재 명량 관객수가 600만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상으로는 천만은 가볍게 넘길 것 같아요.

한 말씀만 좀...
극장을 나서면서 내내 머리 속에 떠돈 건 '감독의 코멘터리가 보고 싶다'였어요.
진도 부근의, 명량해협이라고도 하는 울돌목을 이용한 이순신의 실제 전술과 감독이 연출한 장면의 갭이 크거든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고증'도 그런 부분이고요. 감독이 이런 논란을 예상 못 했을 리는 없고, 굳이 역사적인 장면에 인위적인 수정을 가한 데는 분명 감독의 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상
영화 자체만 보자면, 전 좋았습니다.
이동진의 평을 보니 영화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고 영화적 서술을 비교했던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말하자면 전투를 준비하고(전반), 전투를 치르고(후반). 이렇게 한 호흡으로 영화를 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역시 이동진 씨의 평에 의하면 늘어지고 지루한 감이 있다던 전반부는, 고작 배 12척을 가지고 300여 척을 상대해야 하는 전투를 앞둔 이순신을 둘러싼 시대적, 정치적 상황이 이순신이 서 있는 곳은 사면초가이며 그가 내몰릴 곳은 바로 사지임을 담담한 어조로 충격적인 서술 없이 전달한다는 게 저의 감상이고요. 그래서 오히려 영화 속 비장한 분노가 보다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슬픈 얘기를 하기 위해 굳이 눈물을 흘리고 통곡을 할 필요는 없죠.
명량해전이 벌어지는 후반부는 이 전투의 양상을 익히 아는데도, 즉 이미 그 자체가 스포일러인 역사의 한 장면임에도 꽤 몰입해서 봤다는 점에서 매끄럽지 못하고 거칠고 성긴 연출도 그럭저럭 수용하게 되더군요.

최민식
영화를 보기 전, 보통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역사를 영상으로 재현할 때는 인물을 제목으로 삼는 게 보편적인데 제목이 왜 이순신이 아니고 명량인가 의아했거든요. 이 의문은 최민식의 연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더군요. 최민식은 말하자면 역할에 닥치고 빙의하는 메소드 연기를 하는 대표적인 배우인데 <명량>에선 좀 다른 연기를 보여줍니다. 전문용어로 힘을 뺐다고 할까, 그토록 선이 굵고 강렬한 색채를 뿜어내던 배우가 명량에선 얇은 습자지처럼 보입니다. 덕분에 섬세한 감정선이 오히려 더 잘 보였고요.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명장 이순신이 아니라 '명량해전'이고 그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나중에 페이스북 '영화공장'에서 최민식 씨가 인터뷰 하신 영상을 봤는데 '이순신'이라는 명장을 연구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깊은 고민을 하셨다는 얘기가 인상적이더군요.

주제
<명량>의 주제는 한줄로 정리하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의지'가 아닐까 해요.
해방 이래 실력차가 뚜렷한 국제 경기에 나서는 국가대표에게 힘 없고 가난한 국가가 요구하는 건 언제나 '정신력'이었지요. 물론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를 가진 대한민국 얘깁니다.
장군은 고민합니다. 죽기 싫은, 살고 싶은 병사들의 두려움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영화에서도 다루지만 <난중일기>를 참고했다는 김훈의 <칼의 노래>에는 장군이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고, 악몽을 꾸고, 좀처럼 깊이 잠들지 못한다는 서술이 나옵니다. 저 황량한 바다 위에서 누구보다도 두려웠을 이는 다름아닌 장군 본인이었을 테지요.

김한민
이 감독은 좁은 장소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감독이라는 인상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명량>의 감독이 김한민이라는 걸 알았을 때 해전 그러니까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사의 갈림길이라는 외줄을 타는 군상들을 어떻게 찍었을까 꽤 궁금했어요. 막상 확인한 장면은 감독의 색이 그닥 잘 드러나지 않는 평이한 연출이었습니다. 제 섣부른 추측이지만 감독이 제 양껏, 마음껏, 못 찍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대사
전투가 끝나고 평화로운 바다 위. 토란을 내밀며 음식이 초라하다고 면구해하는 아이에게 장군이 "먹을 수 있어서 참 좋구나" 합니다. 삶은, 죽음은 그런 것이죠.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는 것, 토란을 먹을 수 있는 것. 삶은 그렇게나 가까운 것을...

총점
별 다섯 개 기준 4개 드립니다~

뱀발

왜군의 카리스가 너무 약했어요. 그러니 절대적인 수적 열세의 공포심도 덜했고 그 결과 승전의 카타르시스도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메시지가 남긴 가장 큰 비극은, 역사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국민(성)
...이라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어두운 화면을 보면서 내내 비분강개했다는 감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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