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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0681 bytes / 조회: 4,729 / ????.11.17 21:20
[도서] 고미숙『로드클래식』


 

 

 

 

 

 

* 이하,『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에서 발췌

 

열하일기

저녁 달빛이 더욱 밝다. 변계함에게 함께 가상루에 가자고 했더니, 눈치도 없이 수역(통역관의 우두머리)에게 가도 좋으냐고 묻는다. 이에 수역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성경은 연경이나 다름없는데 함부로 밤에 나다니겠다는 말씀이십니까?"하는 바람에 변군의 기가 한풀 꺾였다. ……만일 수역이 알게 되면 나까지 붙잡힐까 두려워 일부러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혼자 빠져나갔다. 장복이더러는 혹시라도 나를 찾거든 뒷간에 갔다고 하라고 일러두었다.『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상), 172-173쪽

-pp.040-041 

 

 

서유기

#장면1 : 손오공이 도적들을 때려죽이자 삼장법사가 몹시 화가 났다. 손수 도적들을 묻어 주고 경을 읽어 준다. 그리고 나서 축문을 읽는데, 그게 참 엉뚱하다. 저승에 가거들랑 자신은 고소하지 말아 달란다. "그 놈은 손가이고 저는 진가이니, 우리는 성도 다릅니다. 억울한 일에는 그 일을 만든 원수 놈이 있게 마련이고 빚에는 채권자가 있는 것이니, 제발, 제발, 이 불경 가지러 가는 승려는 고소하지 마십시오." 저팔계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선 아주 깨끗이 빠져나가시네요. 저 양반이 때릴 때는 저희 둘도 없었다고요." 그 말에 삼장법사는 또 흙을 한줌 집더니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 "호걸님들, 고발하실 때는 손오공만 고발하십시오. 저팔계랑 사오정과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 솔출판사 '6권'

- p.097

 

 

걸리버 여행기 

마지막으로 스위프트의 연보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치명적인 러브스토리를 소개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템플 경 집에 기거할 때 스위프트는 스텔라라는 소녀의 튜터가 된다. 그때 이후 둘은 깊은 관계가 되었고, 스위프트는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스텔라에게 보낸 일기」(1710~1713)에는 당시 그가 교유하던 인물과 활동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한편, 그의 나이는 40대, 그녀의 나이는 20세 미만이었다. 그와 바네사가 깊은 관계가 되자 스텔라는 초조해졌다. 그래서 비밀결혼을 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스위프트가 결혼 자체를 워낙 혐오했기 때문이다.(아, 참고로 성공회는 사제의 결혼을 허용한다). 아무튼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은 건 분명하다.

스위프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바네사가 마침내 스텔라에게 편지를 보내 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라고 밝혔다. 스텔라는 곧바로 스위프트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그 편지를 전해 받은 스위프트는 바네사에게로 가서 그 편지를 그녀의 면전에 내던졌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로부터 수주일 뒤, 바네사는 상심과 분노로 죽고 말았다. 자신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던 스위프트의 시를 세상에 발표하라는 유언과 함게. 이 사건의 충격으로 스위프트는 시골에 묻혀 두달 여 동안 숨어지냈다고 한다. (해누리 이동진 번역 『걸리버 여행기』24~25쪽,

- p.319


 

선정된 고전 여섯 권의 시작하는 챕터마다 그 고전에 등장하는 여행 경로 이미지를 첨부했다. 이중 조르바는 여행 경로가 의미 없을 것 같아 뺐는데 막상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보니 여섯 중에 하나만 빠진 셈이라 꼭 이가 빠진 모양 허전한 것이 그냥 넣을 걸 그랬다. 아예 사진도 안 찍고 책을 반납한 뒤라 이건 말그대로 늦은 후회.

 

누구나 알지만 막상 읽은 사람은 없다는 '고전'은 사실 책을 읽는 당사자 조차도 늘 헷갈린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안 읽었던가. 그런데 기억의 오묘함이랄지, 읽은 책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키워드 하나만 던져지면 거짓말처럼 내용과 장면이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는 거. 다시 말하면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안 읽었나 헷갈리면 그 책을 읽어보면 된다.

 

고미숙의『로드클래식 』은 제목 그대로 길 위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소설 여섯 권을 골라 그 여정을 다시 되짚어보는 구성을 하고 있다. 여섯 권은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이 목록 중 내가 읽었던가 안 읽었던가 헷갈렸던 소설이『서유기』와『돈키호테』인데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그러니까『서유기』는 읽은 책,『돈키호테』는 안 읽은 책으로.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 기사 소설을 좋아하는 돈키호테, 로시난테, 산초 판사,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마을 처녀에게 맹세를 다짐하는 돈키호테 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더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아마 내가 읽었다고 착각한『돈키호테』는 애니메이션이지 않았을까 싶다.

반면『서유기』는 저자가 얘기 보따리를 푸는 것과 비례해서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데 그때마다 그래, 이거 정말 재미있는 요괴담이었지! 감탄했다. 게다가 잊고 있었던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에 고미숙의 재담을 곁들이니 그 재미가 배가 된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유아기,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전집을 외사촌동생에게 준 거다. 내가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까지 잘 보관하고 있을 텐데, 언젠가 책의 안부를 물으니 책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이모도 사촌동생도 그 책의 행방을 모르겠다고 하니 책을 덥석 줘버린 내가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리오.

 

여튼, 그 없어진 전집 중 세계명작동화던가 하여튼 그 비슷한 이름의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이 있는데 그 목록에『톰 소여의 모험』이 있었다.

 

나는『톰 소여의 모험』을 초1인가 2때 읽었는데 책을 덮을 때 이제 이보다 더 재미있는 책은 못 읽을 거라고 낙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초딩의 세상이래봐야 기껏해야 집, 학교이니 세상이 얼마나 넓으며 그 넓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는지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라 딱 그 나이의 어린애가 할 만한 상심이었다.

세상에 더 이상 재미있는 얘기가 없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이유로 나는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을 가진 세헤라자데를 살려줄 뿐 아니라 왕비로 삼은 왕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 그러니까 거듭 말하지만 이건 내가 아는 세상의 책이란 우리 집 내 방 책장에 꽂힌 딱 그 정도였으며, 50권 중에 1권을 읽으면 이제 세상에 남은 책은 49권이라고 믿었던 시절의 얘기다.

 

나는 책의 거의 시작 부분, 톰이 동네 아이들에게 뇌물(장난감, 사탕 등)을 받고 제 할 일인 담장 칠하기를 시키는 장면에서부터 이 소설에 홀딱 반했는데 마침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한동안 다음 책으로 못 넘어갔다. 다행이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는데 바로『허클베리핀의 모험』이었으니 아, 이게 또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것이다. 톰 소여와 이별한 상실감을 잊을 정도로. 역시 이별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하는 법이지.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을 읽으면서 예전 생각을 하다 문득 깨달은 건데 그 무렵에도 나는 톰은 동화로, 허클베리핀은 문학으로 읽었던 것 같다. 천지분간을 못 하던 시절에도 톰의 모험담보다 허클의 모험담에서 사건이나 플롯이 조금 더 진지하고 짜임새가 있다고 느꼈으며, 허클의 이야기에선 성장담을 본 거다.

 

이 책에서 작가가 판본으로 삼은 건 주석달린 허클인데, 이쯤되니 뒤늦게 도서정가개정 전에 주석 시리즈를 다 살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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