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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7395 bytes / 조회: 4,752 / ????.06.07 05:15
[영상] 순정에 반하다 / 나인


순정에 반하다 (2015. JTBC)

 

재미도 있고, 영상도 괜찮고, 캐릭터도 좋고... 좋았는데 10회까지 어찌어찌 봤지만 결국 중간 회차를 건너 뛰고 바로 16회로 워프했다. 이 드라마는 다 좋은데 너무 많은 장르를 섞었다. 멜로, 드라마, (의학)판타지, 코믹, 신파 등등등. 도대체가 웃으라는 건지, 울라는 건지, 진지하라는 건지, 즐기라는 건지. 한마디로 잘생기고 매력 쩔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애인과 놀이동산에 간 기분. 선택과 집중이 아쉬운 드라마였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2013, tvN)

 

스킵 구간이 너무 많다. 특히 주민영이 나오는 장면은 여지 없이 스킵, 스킵 또 스킵하면서 봤다. 이 드라마 덕분에 해맑고 시끄럽고 산만하고 부산하고 오지랖 넓은 여자를 싫어하는 취향을 발견한 게 득이라면 득일까. 참고로 주민영 구간을 스킵 안 하고 본 건 19회가 유일하다.

드라마가 생각보다 지루했는데 사실 이야기는 괜찮았다. 나름 흥미롭고 서스펜스도 괜찮았고 특히 개연성에 설득력을 더하는 디테일이 좋았다. 그럼에도 드라마 전반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건 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지루했기 때문.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싶어 이진욱의 가장 최근 출연작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본 동친에게 '연기 어땠냐'고 물었다. 동친의 대답은 생략하는 걸로.

 

최근에 본 스티븐 킹 원작의 미드 <11/22/63> 역시 타임슬립물인데 요즘 슈퍼히어로는 모두 스크린으로 진출하고, 브라운관엔 존 맥클레인 류의 어설픈 루키 히어로들만 남았는지, <11/22/63>을 보면서 했던 투덜투덜을 <나인>을 보면서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더라는 거.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내가 슈퍼히어로에게 너무 익숙해진 건 아닌가 자기반성도 좀 하고.

<11/22/63>은 케네디 암살을 막기 위해 주인공이 1963.11.22일로 타임슬립하는 내용.

<나인>은 향 9개를 이용해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막으려고 20년 전으로 타임슬립하는 내용.

두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이 수다스럽다는 거. 구체적으로 제이크는 행동이 수다스럽고, 박선우는 입이 수다스럽다.

제이크는 행동으로 자신의 타임슬립 흔적을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니고, 박선우는 입으로 자신의 타임슬립 흔적을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닌다. 공통점은 두 드라마 모두 결말이 참 좋았다는 거.

 

어쩌면 이런 전개가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은가 싶기도 한데 실상 제이크나 박선우가 하는 짓은 평범한 인간에게 비범한 세계 혹은 비범한 재능이 주어졌을 때, 평범한 인간이면 당연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오류이기 때문. 역설적으로 평범한 인간에게 비범한 역할이 주어졌을 때 우주의 질서가 어떻게 망가지는가의 더없이 현실적인 조언일 수도 있겠고.

게임에 비유해보자. 여러 명의 게이머에게 동일한 아이템 9개를 주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누구는 1개만 쓰고도 문제를 해결할 거고, 누구는 절반을 쓰고 해결하고, 누구는 다 쓰고도 해결을 못할 수도 있다. 박선우는 하필 9개를 쓰고도 문제를 해결 못한 1/n일 뿐. 

 

<나인>의 미덕은 20회 마지막 장면에 있다. 이 장면은 1회 시작 장면과 이어지는데, 그리하여 이 드라마의 최종 결론은 이렇다. * 편의상 2012년 현재 성인 선우는 '12년 선우'로, 1992년 과거의 어린 선우는 '92년 선우'로 표기.

12년 선우는 향 9개를 쓰고도 자신과 형의 예정된 죽음을 막지 못했으며, 92년 선우는 향 1개로 자신과 형의 예정된 죽음을 막았다.

 

 

<나인>은 타임슬립물에 짝퉁 평행세계를 살짝 섞었는데, 12년 선우를 위해 대신 변명을 해보자면.

12년 선우는 20년 전 병원화재 사건의 전말을 몰랐지만, 92년 선우는 12년 선우의 과거 개입으로 인해 병원화재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때가 왔을 때(=형이 죽고, 죽은 형이 쥐고 있던 향을 손에 넣었을 때) 자신이 정말 구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도 달랐을 거고.

 

주민영이 덜 해맑고, 박선우가 연기를 좀 더 잘 했다면 누구에게든 거리낌없이 추천했을 텐데 아쉽다.

 

기본 전제. 향을 피우면 20년 전 한날 한시로 타임슬립하며 향이 타는 30분 동안만 과거에 머물 수 있다.

시작. 2012년. 형 박정우가 안나푸르나 등반 중 사망하고, 타임슬립의 열쇠인 향 1개를 남긴다.

1. 12년 선우는 형이 남긴 향 1개를 이용해 과거로 가서 향 9개를 습득하고, 향 9개로 1992년을 들락날락한다.

2. 12년 선우와 92년 선우가 조우한다.

2-1. 92년 선우는 12년 선우가 뇌종양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2. 정기검진을 받은 92년 선우로 인해 12년 선우는 뇌종양 사망을 피한다.

3. 12년 선우는 9번째 향을 피우지만 향이 다 탄 뒤에도 12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과거(92년)에 갇혀 사망한다.

3-1. 12년 선우의 사망 장면을 92년 주민영이 목격한다.

3-2. 1997년. 92년 선우는 후배로 입사한 주민영을 통해 12년 선우가 12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92년에 사망한 걸 알게 된다.

결말. 드라마 시작으로 돌아가서. 2012년. 안나푸르나에서 조난당한 박정우 앞에 박선우가 나타나 형을 구한다.

 

다시. 결말에서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이렇다.

1. 92년 선우는 주민영을 통해 12년 선우가 마지막 향을 쓰고 과거에 갇혀 사망한 걸 알게 된다.

2. 2012년. 형 박정우가 안나푸르나 등반 중 사망하고, 향 1개를 남긴다.

3. 향의 존재를 아는 92년 선우는 형이 남긴 향 1개를 쓰지 않고 간직한다.

4. 2032년. 92년 선우는 향 1개를 써서 2012년 안나푸르나로 가서 형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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