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Children of Men>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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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690 bytes / 조회: 5,317 / ????.12.28 07:44
[영상] 알폰소 쿠아론 <Children of Men>


 

 

요즘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다 보니 이런 참사가...;

연말연시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우울하고 암울하고 희망없는 디스토피아라니..., 보면서 내내 아, 낭패다 싶었다. 영화가 끝난 후 원작이 있을 것 같아 온라인서점에서 찾아보니 번역본은 없고 외서가 있다. 설정에서 영화와 다른 점이 살짝 보인다.

 

 

P.D.James『The Children of Men』

The human race has become infertile, and the last generation to be born is now adult. Civilization itself is crumbling as suicide and despair become commonplace. Oxford historian Theodore Faron, apathetic toward a future without a future, spends most of his time reminiscing. Then he is approached by Julian, a bright, attractive woman who wants him to help get her an audience with his cousin, the powerful Warden of England. She and her band of unlikely revolutionaries may just awaken his desire to live . . . and they may also hold the key to survival for the human race.

 

 

 

<칠드런 오브 맨>은 일단 불친절한 영화다.

2027년 영국 런던. 원인불명의 불임시대. 세계 최연소 인류인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 아이의 나이는 18세(최소 지난 18년 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얘기). 당국은 이민자와 전쟁 중이고 근대를 재연한 것 같은 거리 풍경은 문명의 퇴보 흔적이 여실하다.

이상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순전히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흔히 하듯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간 대화가 아니라 등장인물들 뒤로 지나가는 TV화면, 신문 스크랩, 우마차가 도로를 활보하는 풍경 등으로 관객은 상황을 유추할 뿐이다. 즉슨 펼쳐지는 상황은 많은데 왜 이렇게 됐는지, 이유나 배경은 생략되었다.

 

만일 지금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 세대라면 세상은, 사회는, 또 개인은 어떤 모습일 것인가.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곧 생명의 탄생이 사라진 세상을 뜻한다. 생명이 탄생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오직 현재만 있을 뿐. '미래를 알 수 없다'와 '미래가 없다'의 의미는 'to be'와 'not to be' 만큼이나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자살을 돕는 약 거래는 합법, 마약 거래는 불법'을 권장하는 비뚤어진 정부의 논리이다.

 

'번식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끔찍한 설정에도 영화가 덜 충격적이었던 건 아마도 화면을 차지한 인물들이 주로 청장년이어서였을 것이다. 만약 청장년이 아닌 노인들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면 시각적 충격만으로 그 어떤 내러티브보다 강렬한 묵시적 효과를 얻었을 텐데 이 점은 조금 아쉽다.

 

인류 최후의 아이를 임신한 키에게 테오가 아이의 아빠가 누구냐 묻자 키가 "없어요, 난 처녀예요" 대답한 직후 곧 상대가 여럿이라 아이 아빠를 모른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키의 아이를 메시아적 은유, 즉 종교적 신성과 연관짓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이겠으나, 불임의 시대에 태어난 아이는 개인이 아닌 인류의 아이(=Children of men)로 멜서스식 비관론으로 단순 해석하는 것도 감상의 한 방법일 수 있겠다. 다양한 해석은 감상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숨은 은유가 많이 보이는데 이들 은유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이를테면 개들에게 인기가 좋은 테오라던가, 집시와 이민자들로 대변되는 이방인의 의미라던가. 음. 역시 종교적인 은유로 귀결되는 건가.

 

테오(테오도르)는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인데, 딜런(인류 최후의 아이)의 의미도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 나는 찾지 못했지만 아이의 의미를 생각하면 분명 이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가전(市街戰) 도중에 울려퍼진 아기의 울음소리는 총소리를 멎게 한다. 반란군도 정부군도 모두 총을 내리고 인류의 마지막 아이를 위해 길을 열어준다. 인상적인 롱테이크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와중에 급습하듯 등장한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정수로 꼽을 만하다.

 

엔딩 장면. 새로운 생명을 태워갈 배 이름은 'tomorrow'다.

 

 

::: 이동진이 뽑은 '2016년 외국영화 top10'에 있길래 일부러 찾아서 본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요즘처럼 우울하고 암울한 시기엔 그닥 감상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영화 개봉은 2006년인데 국내 개봉은 2016년이다. 아마 <그래비티>의 흥행이 10년 전 작품의 개봉을 가능케한 듯 하다.

:::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그래비티><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위대한 유산>이 눈에 띈다. 하지만 내겐 감독을 기억하게 만든 첫 영화는 <칠드런 오브 맨>이 될 것 같다.

::: 여행허가증 때문에 사촌을 찾아간 테오가 사촌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 중 창 밖에 매달려 있던 핑크핑크한 돼지를 보는 순간 장 피에르 주네의 <델리카트슨 사람들> 포스터를 떠올린 건 나뿐인가. 이 돼지가 핑크 플로이드 '애니멀스' 커버라는데(구글링했는데 이미지를 찾는 데 실패했다) 꽤 노출이 길었던 걸 생각하면 핑크 플로이드 음반과 통하는 메시지가 있기라도 한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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