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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7380 bytes / 조회: 3,483 / ????.02.04 17:59
[영상] 마약왕 / 언니


한국영화 두 편 <마약왕><언니>를 봤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엔딩까지 보고 나니 두 영화의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장르가 '배우를 활용하는' 태도인데 그런 점에서 두 영화 모두 주연배우에게 큰 빚을 졌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배우가 아무리 뛰어난들 배우에게만 의존해서는 영화가 온전히 완성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한테 두 영화는 실패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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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감독 우민호ㅣ출연 송강호, 배두나, 조정석

 

우민호의 전작은 <내부자들>이다.

참고로 두 작품 모두 감독이 각본에 참여했다.

 

사실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문제는 시나리오... 그러니까 이야기인데 단적으로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줄거리를 쓰자면 떠오르는 게 없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식상해서'가 가장 크다. 

일단 이같은 장르는 캐릭터도 이야기도 이미 전범(典範)이 너무 많다. 국내영화로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가 있고, 국외로는 이 장르 고전으로 꼽히는 베리 레빈슨의 <벅시>가 있다. 범위를 <범죄와의 전쟁>으로 좁히면 하물며 이두삼(송강호)와 최익현(최민식)은 캐릭터도 겹친다. 공통점은 최민식과 송강호가 모두 출중한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 그런데 왜 최민식은 성공했고 송강호는 실패했을까. 엄밀히 말하면 최익현의 성공, 이두삼의 실패다.

 

<마약왕>은 송강호 연기의 뷔페다. 송강호가 그간 필모를 쌓으면서 보여주었던 잘 하는 연기를 모두 볼 수 있다. 근데 송강호의 연기에 온전히 몰입하기가 힘들다. 이유는, 첫째는 이두삼의 '이야기'가 빈약하고, 둘째는 이두삼을 에워싼 주변 인물 중에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최익현에겐 최형배(하정우)가 있지만 이두삼에겐 최형배가 없다. 사실 조정석의 김인구 검사는 썩 나쁘지는 않다. 다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헷갈릴 뿐이지.

저 놈은 악한 검사인가 선한 검사인가. 다면적인 인물인가 단순한 인물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가 없으니 관객은 영화 내내 어영부영 눈치만 보는 형국인데 이런 혼란의 역풍을 맞은 게 이두삼이다.

 

최익현과 최형배가 '가오'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하는 꼬락서니가 영화의 부제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와 딱 맞아떨어졌다면, 이두삼과 김인구는 둘이 어떤 사이인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오리무중이다. 쉽게 말해, 두 인물의 갈등이 긴장감을 주려면 김인구 검사가 이두삼을 잡아넣으려는 또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김인구에겐 그런 게 없다. 구체적으로 김인구는 이두삼을 잡는 데 관심이 없다. 김인구가 관심 있는 건 마약 범죄자를 잡는 것이기 때문. 그러니까 범죄자가 아닌 '이두삼'은 김인구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인데 결국 인물과 인물이 그 자체로 부딪치는 '사연'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두 사람의 투샷이 나온들 탄산 빠진 사이다처럼 시시하다. 오히려 러닝타임을 통틀어 대사 서너 마디 주고 받은 게 전부인 김정아(배두나)와 김인구의 투샷이 훨씬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

 

<마약왕>에서 이야기가 실종된 건 앞서도 얘기했지만 영화가 전적으로 '이두삼'과 '송강호'에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물의 연대기를 그릴 때 영화가 서술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시대를 통해 인물을 보는 것, 인물의 시선을 통해 시대를 보는 것. 

<포레스트 검프>는 시대를 통해 인물의 이야기를 보고,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보는 두 방식 모두를 혼용한 예인데 평균보다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주인공을 중심에 놓고 활용하면서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우드스탁과 히피로 대변되는 60년 대부터 애플PC가 태동하는 80년 대까지 미국 현대사를 교과서적으로 찍은 연대기의 모범이다.

국내영화 <국제시장>도 있지만 이 영화는 내가 안 본 영화이므로 생략한다. 

 

배두나(김정아)는, 사실 나는 이 배우에 대한 호오가 없어서... 극중 배역만 놓고 얘기하자면 역시 미스캐스팅이라고 해야겠다. 우아하든 섹시하든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야 되는데 스크린 속 배두나에겐 그게 없다. 이건 배우의 문제로 보인다. 사실 배두나는 공효진처럼 생활 연기가 좋은 배우인데 그런 배우에게 그 엄혹하던 군부독재 시절 상류층 로비스트 의 옷을 입혔으니 몸에 맞을 리가 없다. 물론 관객의 시선에서 볼 때 그렇다는 얘기고 배두나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영화의 실패가 안타까울 정도로 연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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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을 하자면, 이시영이 없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영화.

줄거리는 아주 심플하다.

 

내 동생 어디 있어. 이년이. 퍽.

내 동생 어디 있어. 이년이. 퍽.

그리고 동생 찾고 끝.

 

영어 제목이 'No Mercy'인데 정말 정직한 제목이다. 말그대로 '자비가 없다'. '하드'보다 '고어'에 가까운데 이 정도 레벨인 줄 알았으면 안 봤다.

장르가 액션이지만 사라진 동생을 찾아다니는 언니의 액션의 이면엔 사회적 약자를 향한 주변의 폭력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액션 활극의 오락성보다 불편한 감상 - 나쁜새끼들을 향한 분노가 앞서는 영화다. 공권력이 외면한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먼저 달려드는 것이 평범한 이웃이라니, 이런 게 지옥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리하여 나쁜놈들을 향한 언니의 응징은 시원하다기보다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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