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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6350 bytes / 조회: 2,526 / 2021.02.12 21:38
[영상] 흥해라! <승리호>


최근 M은 오랜만에 중드 도장깨기를 하고 있는데 오전에 M과 관련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감 : 영화는 이해를 하겠어. 근데 재미도 없는 시즌제 드라마를 끝까지 보는 이유가 뭐야? 

M : 나중에 재미있어질까봐.

감 : 초반에 재미없었는데 나중엔 재미있는 드라마는, 내가 장담하는데 지금껏 한 번도 못 봤어. 그건 그냥 잘못 끼운 첫단추야. 처음에 노잼이면 끝까지 노잼이야. 

 

중드는 대개 시즌 당 30여 편(+)으로 길기도 더럽게 길다. 영드는 6부작이기나 하지. 재미가 있으면야 뭐가 문제이겠는가만은 재미가 없으니 답도 없는 거다.  

 

최근 뭐 보냐. 뭐 본다. 재미있냐. 재미없다. 재미도 없는 걸 왜 끝까지 보냐.

 

이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영화 <승리호>가 나왔다. 팬데믹으로 극장 개봉을 연기한다더니 결국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를 한 모양이다. M이 <승리호>를 봤냐고 묻길래, "아직 안 봤지만, 근데 우리나라가 스페이스 오페라를 제대로 만들까 싶다, 왜 저 장르를 선택했나 의문이 들었다" 대꾸하니, 사람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많은데 그러지말고 너도 직접 함 보라고 한다. 

 

사실 몇 달 전에 <승리호>의 트레일러 영상과 예고편을 본 적이 있는데 예고편 버프를 감안해도 썩 영화를 보고 싶은 호감을 느끼진 못했다. 일단 나는 한국형 SF는 소설이든 영화든 불신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M과 얘기를 나눈 직후 곧바로 넷플릭스에 접속한 건 M이 <승리호>를 '볼만하다'고 평했기 때문이다. 

'최고야', '끝내줘', '제일 좋아'를 입에 달고 사는 나와 달리 M의 최상급은 기껏해야 '나쁘진 않다', '괜찮았다' 정도인데 오랜만에 '볼만하다'는 평이 나온 것이다. 

 

참고로, 최근 몇 년 새 M이 괜찮았다는 평을 준 건 영드 <셜록홈즈>와 한드 < 비밀의 숲> 정도. 특히 <비밀의 숲>은, 평소 정중동인 M의 성정을 감안하면 극찬에 가까운 평을 했다. 역시 M의 추천으로 <비밀의 숲>을 보고 있는데 과연 제대로 물건이 나왔구나 했다. 

 

여튼 이런 상황이니 영화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봤다. <승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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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로 봤으니 포스터와 예고편 모두 넷플릭스 버전으로 가지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졸라 재미있다! 

과장 아니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 영화가 시작하고 5분이 지날 때 생각했다. 하루빨리 홈시어터를 연결해야겠구만. 저건 최소 100인치 이상 화면으로 봐야 한다. 물론 사운드 짱짱하게 울리면서.

작은 화면으로 보기엔 사이즈가 큰 영화다. 보면서도 영화 매체의 매력인 박력과 오디오를 종종 놓치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예정대로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장담하건대 분명 입소문을 타고 천만 관객을 찍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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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점, 영화에 킬포가 많아서 정말 시간 가는 걸 모르고 봤는데, 일단 유머 코드가 맞아서 내내 깔깔 웃었다. 피식 피식 웃다가 결국 박장대소가 터진 건 '언니'에서. 본 사람은 어떤 장면인지 알 것. 

 

내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 된 계기는 추격씬인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함선들이 무중력 공간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면서 우주 쓰레기를 경쟁하듯 사냥하는 장면을 넋놓고 보면서는 '오, 이 영화 내 타입인데' 했다. 극장에서 개봉작으로 봤다면 아마 블루레이를 구입하지 않았을까 했던 건, 영화를 보는내내 최소 두 번은 더 보겠구나 했기 때문. 코로나가 종식되고 혹시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면 기꺼이 보러 갈 의향이 있음. 

 

다시 말하지만 안방극장의 작은 화면이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못살리는 게 안타깝다. 반면 단점이 부각되는 것도 있는데 일단 연기. 이 영화의 구멍 지분 8할은 연기자들의 발연기다. 외국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건 주연배우들한테도 해당하는 얘기인데, 발성이 문제가 좀 있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도 아닌데 대사가 입에 착 안 붙고 뜨는 느낌이다. 더빙한 느낌이랄지, 표정이나 액션은 좋은데 대사만 뜬다. 

 

너무 알려져서 스포가 아닌 얘기라 언급하자면, 나는 업동이가 유해진 배우인 걸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몰랐다. 영화를 다 보고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알게 됨. 목소리 연기가 어색하다고 흉봐서 미안해요, 유배우님. 그치만 저를 제일 많이 웃겼어요. 나중에 M에게 물어보니 M은 첫 대사에 바로 알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막귀인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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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내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했던 업동이. 

 

기존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익숙해진 장면이 여럿 있는데 대개는 장르적 클리셰로 봐도 무방할 장면이라 별 생각 없이 즐겼으나 그중 장 선장이 업동이 머리통을 수거하는 장면은 익숙한 클리셰로 넘기기엔 방지턱이 좀 높았다. 약방 감초 같은 장면이라 없으면 심심했을 것도 같고... 물론 제작진이 더 많이 고민했겠지만.

 

장르적 클리셰에 부연 좀 하자면, 

계모와 의붓딸이 등장하면 관객은 기대한다. 계모라고? 의붓딸을 괴롭히겠구만. 가끔 어떤 계모는 의붓딸을 아끼고 사랑한다. 세상은 넓고 계모는 많으니 그런 계모도 있을 수 있지. 그럼 또 관객은 기대한다. 저거 의붓딸 아니고 친딸 아냐? 클리셰라는 건 이런 거다. 비틀든 안 비틀든 뻔한 맛으로 즐기는 게 클리셰의 묘미. 클리셰를 보며 뻔하다고 욕하는 건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판다고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텍스트로 해석하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가 있고, 오감으로 즐기는 영화가 있다.

 

<승리호>는 후자. 무엇보다 러닝타임내내 지루한 구간이 없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재미있다는 얘기.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이 당연한 게 쉽지 않다. 완급조절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늘어지고 사족이 생겨나는 구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의 신파는 아쉬운 부분이지 비판받을=욕 먹을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건 비단 한국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산업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내러티브 상의 문제라 관객의 입장에선 걍 포기하면 편하다. 당장 헐리우드산 재난영화나 스페이스 오페라 몇 편만 떠올려봐도 신파가 찐빵 앙꼬인 걸 알 수 있다. 

 

<승리호>와 관련하여 많이 언급되는 <가오갤>도 신파가 덕지덕지인데 굳이 국산이라고 하여 <승리호>가 더 욕 먹을 이유는 없다. 어벤져스 언급도 마찬가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작정하고 신파를 끼얹었다. 왜 신파 가지고 욕하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가던데. 국산 신파는 촌스럽고 헐리우드산 신파는 세련되기라도 하나? 하물며 비평가도 그러고 있으니. 

 

덧붙여 재미가 없다는 거면 모를까, 남는 게 없다는 비판도 난 좀 이해가 안 간다. <승리호>는 상업영화, 오락영화의 문법에 아주 충실한 영화다. 재미있게 즐기라는 액션활극에 감동과 교훈이 없다고 욕한다면, 잔치집에 가서 곡소리가 안 난다고 불평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재미있으라고 만든 영화는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고, 울라고 만든 영화는 보고 울면 그만이다. 마찬가지로 M의 말을 빌어, 내 취향이 아니면 내 취향이 아니다 하고 말면 그만이다.

 

SF를 좋아하는 팬의 심정으로, <승리호>가 대내외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결실이 국내 영화 산업이 서양의 점유물 같던 SF 장르에 입지를 다지는 발판이 되어주길 바란다.

 

<승리호>를 보고 나서 M에게 실토했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실은 나도 대중문화의 일부 장르는 헐리우드키즈식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반성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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