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완벽한 타인>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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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756 bytes / 조회: 1,999 / 2021.07.04 14:32
[영상] 이재규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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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포스터는 이 영화의 전부를 담고 있다.

재미있다는 소문을 귀동냥으로 듣고 계속 봐야겠다 생각만 하다 드디어 봤다. 

 

<완벽한 타인>은 21세기 들어 가장 획기적인 전자제품일 스마트폰이 영화의 시작을 열고 엔딩을 닫는다.

 

집들이를 기회로 속초에서 같이 자란 동창들이 오랜만에 부부 동반으로 한곳에 모인다. 그리고 모임에 불참한 친구가 어린 여자애랑 바람피우다 이혼 당한 근황을 주고 받다 모임이 끝날 때까지 그들의 휴대폰 내용을 공유하기로 한다.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다 같이 듣고 읽기로 한 것. 사람의 심리가 묘해서 '너 가방에 넣어다니는 거 궁금해 보여줘' 하면 '미쳤냐, 싫어' 하는데, '너 가방 안에 이상한 거 넣어다니는 거 아냐?' 하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가방을 깐다. 일종의 딜레마인데 서로의 생활을 속속들이 잘 아는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스마트폰 공유를 거절하면 '나는 도덕적으로 숨기고 싶은 떳떳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고 실토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배우자가 있는 자리이니 더욱 발을 빼기가 어렵다.

 

그리고 시작된 스마트폰 공유. 결말이야 뭐 안 봐도 파국이지.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주제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되겠다.

 

재미있는 건 파국의 사유인데 구도가 남편vs아내인 거다. 여자vs여자도 있고, 성지향성으로 인해 남자vs남자도 등장하지만 뒤의 두 구도는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남편vs아내는 말할 것도 없이 치정.

 

나는 여전히 바람을 피우는 심리를 이해 못하겠고, 친한 친구의 뒷담을 하는 심리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건 내 입장이고, 이런 정서나 사건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보니 영화 속 인물들의 정서와 관객의 정서가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흥행비결이 아닌가 한다.

 

영화 시작 부분. 프롤로그처럼 짧게 등장했던 34년 전 꼬맹이들 장면은 생뚱맞다. 아마 '일식'을 매개로 수미상관을 맺으려고 한 것 같은데 단지 그 뿐이라면 꼬맹이들 장면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꼬맹이들과 성인이 된 그들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플롯이 있었다면 이야기 면에서 좀 더 다층적인 재미를 줄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을 판타지로 처리한 것도 개인적으론 별로였다. 실제로는 그들은 스마트폰 연락을 공유하지 않았고 당연히 자신의 비밀을 비밀로 잘 지킨 그들은 아무 문제 없이 모임을 즐기고 각자 집으로 해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경(송하윤)이 테이블 위에 반지를 던지고 사라진 이후의 내용은 그전까지 위트있고 재치있던 영화의 재미를 순식간에 반감시켰다.

 

<완벽한 타인>은 리메이크 작으로 원작은 이탈리아 연극이다. 본국에서 영화로 개봉해 성공한 <퍼퍽트 스트레인저>는 이후 18개국에서 리메이크가 이루어졌는데 영화 종반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아무 일도 없었다'도 원작 그대로인 듯 싶다. 내가 감독이라면 엔딩 시퀀스를 놓고 원안 그대로 갈 것인가 유혹과 치열하게 싸웠을 것 같다. 참고로 넷플릭스에서 프랑스 버전도 볼 수 있는데 제목은 <Nothing to hide>.

 

이건 어디까지나 성격의 문제지만, 만약 내가 저자리에 있었다면 '웃기고 있네' 거절했을 거다. 내 물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기준은 내 기분, 내 맘인데 내가 거절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방의 생각을 왜 신경쓴단 말인가. 고백하자면 내게 '싫어요'를 가르친 건 M인데 M의 옆에서 '오, 거절해도 되는 구나', '거절해도 아무 일도 안 생기는구나'를 몇 차례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싫어요'를 하게 됐다. 그러니까 요리조리 즉답을 피하며 어렵게 '싫어요'하던 걸 단호하게 '싫어요!' 하게 된 거지.

 

요는, 파국보단 의심받는 게 낫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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