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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857 bytes / 조회: 1,602 / 2021.07.29 21:09
감나무
[도서] 도서관 책 중간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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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미술관』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이 책은 사야겠다- 했다. 그리하여 책을 덮고 저자의 다른 책 『명화가 내게 묻다』를 펼쳤는데 앞 책 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도 썩 나쁘지 않아 책 전반부를 읽으며 고민을 오가다 결국 이 책도 사야겠다 했다. 어차피 사려고 장바구니에 전작을 담아놓긴 했다. 그래도 나머지 책은 실물을 확인하고 살 생각이다. 요즘 슬슬 책이 넘쳐나 책장을 늘려야 하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저자의 책을 읽기 시작한 직후 첫 인상은 저자의 다상량. 글을 쓰기 위해 골라낸 단어와 표현 그리고 서술에서 넓고 깊게 사유하는 혹은 사유하려는 저자의 성실한 태도가 읽힌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타입. 초기 정여울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하필 대출한 책 두 권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작가의 말에 해당하는 '프롤로그'의 내용이 일부 겹쳐 같은 얘기를 반복해 읽는 셈이 되어 좀 아쉽다. 저자 후기도 책의 일부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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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소설(저작) 앞에 저자 약력을 넣는데 이 책은 저자 약력을 글 뒤에 후기처럼 넣었다. 이런 편집을 한 것에 따로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저자에 대한 정보 없이 즉 편견 없이 글을 읽어보라는 것인지. 

 

말그대로 신변잡기를 기록한 '수필'이라 방심하고 읽던 중 교통사고처럼 문자에 치이는 순간이 왔다. 

 

인간의 최후에 남는 것, 아무리 해도 떼어낼 수 없는 것, 외부에선 손이 닿지 않는 것, 당사자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것, 자기 안에서 키울수 밖에 없는 것, 그렇기에 종횡무진하는 것, 아무것도 아니면서 실존하는 것, 이 형언하기 어려운 인간의 나체를 조각가는 간파하고자 한다. 

 

-p.109, 다카무라 고타로 「촉각의 세계」

 

 

구체적으로 내가 치인 문장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실존하는 것'

순간 거대한 파도처럼 덮치는 우주의 허무...;

다카무라 고타로는 유명 조각가이자 일본 문학사에 또렷한 족적을 남긴 시인. 작가의 이름은 생소한데 저작 『치에코 이야기』는 눈에 익다.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국내 번역된 단행본이 없는 걸로 보아 아마 다른 일본인 작가의 책이나 일문학 관련 서적에서 봤던 듯하다.

 

/

 

'골라 먹는 떠리원' 느낌인 선집 중 아직까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나의 스미다강」이 가장 좋다. 이 수필은 읽기 전엔 프루스트를 전혀 떠올리지 않았는데 의식의 흐름을 쫓는 서술을 읽어갈수록 오, 이건 프루스트인데- 했다. 하물며 글이 끝날 무렵엔 제목마저 '스완네 집쪽으로'와 유사한 듯 느껴지는 최면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프루스트가 카카오 99%라면 아쿠타가와는 엠엔엔즈지만. 다음은 서술 방식 보단 그냥마냥 아름답다 생각했던 대목.

 

나는 푸른 물가에 하얀 아카시아 꽃잎이 초여름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려 하늘하늘 떨어지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나는 안개 짙은 11월 밤 어둔 물 위에서 물떼새가 추운 듯 지저귀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스미다강을 향한 나의 사랑을 새롭게 한다. 마치 여름날 강물에서 태어나는 검은물잠자리 날개처럼, 쉬 전율하는 소녀의 마음은 매번 새로운 경이로움에 가득 차 강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론 밤 그물 던지는 배끄트머리에 앉아 소리도 없이 흐르는 검은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밤과 물 사이를 떠다니는 '죽음'의 호릅을 느끼며,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에 얼마나 몸을 떨었는지. 

 

-p.49,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의 스미다강」

 

 

사실 아쿠타가와가 이런 문장을 쓰는가, 조금 의아하고 당황스러웠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코』나 『라쇼몬』같은 그의 소설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설과 수필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기억의 왜곡도 간과할 수 없으니 일간 그의 소설을 다시 정독해야겠다 싶다.

 

/

 

미야자와 겐지의 단편을 읽은 직후엔 조금 슬펐는데 딱히 글 어디에도 '나는 이렇소' 주장하는 바가 없음에도 행간에 깔린 관조적인 태도에서 왠지 작가를 지상에 붙들어매는 단단한 욕구가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읽는 내내 고요 속에 있는 기분이랄지. 그냥 느낌인가 했는데 저자의 약력을 보니 32살 때부터 투병 생활을 시작하고 36살에 요절했다. 이름이 귀에 익다 했더니 『은하철도의 밤』의 저자다.

 

 

 

뱀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당연하다. 내가 뭐라고), 일본의 '사소설' 경향은 독이 든 성배 같은 느낌이 든다. 대개 '사소설'이라 하면 '1인칭 소설'로 설명하는데 모든 1인칭 소설이 일본의 사소설 같지는 않다. 일본의 사소설은 말하자면 '핀치의 부리'처럼 히라가나 문자 체계가 발생시킨 경향으로 보이는데, 이런 사소설 형식은 쓰기도 쉽고 읽기도 쉽지만 혼잣말로는 인류 보편적인 얘기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만큼 공감의 범위도 좁아지고. 일본 출판계를 먹여살리는 베스트셀러의 전반이 판타지, SF, 미스테리- 나아가 라노벨이 대세를 이루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일부 있지 않을까. 는 순전히 내 생각. 언제든 수정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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