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잔뜩 생겨서 기회에 고열량으로 이것저것 마셔봄.
사진은 더블에스프레소칩.
이참에 멤버쉽 등록하고 프리퀀시를 모을까 고민도 잠깐.
그런데 결론은 '아메리카노'라...ㅋㅋ
점점 줄어드는 커피.
늘 완독하고 올 거임! 외치며 책을 챙겨가지만 계획대로 안 되는 건 '카페에서 완독하기'도 마찬가지...
이날 역시 가져간 책 두 권을 완독하기는 커녕 한 권도 다 못 읽고 귀가.
사실 오랜만에 보는 M한테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ㅋㅋ
내가 끊임없이 떠드니 운전 중에 M이 한마디 한다.
"어떻게 입이 쉬지를 않냐"
어, 미안~~~
나는 책 읽고, M은 스위치.
동부산점에서 실패한 『인형의 주인』 완독은 이틀 뒤 기장역DT점에서 달성.
이날 마신 커피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더블칩과 마찬가지로 7천 얼마였던 걸로...
늘 생각은 하는데 막상 귀찮아서 관뒀던 개인 텀블러를 챙겨서 갔다.
앞으로도 늘 챙겨야지.
『인형의 주인』
ㅣ조이스 캐롤 오츠
표제작 「인형의 주인」을 포함, 여섯 편의 중편이 실렸다.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고딕소설의 대가답게 수록 소설 모두 미스테리 스릴러.
수록된 중편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떠올랐던 질문은 선의에서 비롯된 '정의'와 악의에서 비롯된 '정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두 정의를 동일선상에서 같은 조건으로 판단해도 되는가, 라는 것.
이와 관련하여 일찍이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 실행 전에 '저 노파는 죽어마땅하다'는 자신의 살인 정의를 세운 바 있다.(『죄와 벌』)
오츠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정통적인 방식으로 고딕 소설의 플롯을 전개한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충격보다는 아는 얘기라 더 무서운 도시괴담들. 그리하여 오감을 집중시키는 것도 미스테리를 구성하는 사건이 아니라 미스테리를 전개하는 '인물'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해자를 동정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는 아마도 가해자든 피해자든 죽음의 공포는 똑같아서일 거다. 게다가 폭행이라는 게 일방, 쌍방, 선빵, 역빵 등등 리얼타임 반응역반응이다 보니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의 역할과 위치는 수시로 바뀐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선인과 악인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남는 건 '의도'다.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이 이미 정의하지 않았나. 반응역반응의 과정에서 승자를 결정짓는 건 누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가 라고.
소설은 여러 인물들이 가해자였다가 피해자가 되거나,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중첩해서 보여주는데, 결국 '최종 피해자'가 되고만 인물들의 공통점은 선택의 순간들이 왔을 때 매번 선택을 미루거나 혹은 나쁜 선택을 한다는 거다. 이걸 전문용어로 '스불재'라던가.
소설은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타인의 심리, 결말들. 어쨌든 엔딩의 온점을 찍는 건 독자의 몫이다.
여섯 편 중 가장 좋았던 건 마지막 「미스테리 주식회사」
정통 미스테리의 미덕으로 꽉 채워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