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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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583 bytes / 조회: 830 / 2022.12.13 16:26
[도서]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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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뤼트허르 브레흐만(저), 조현욱(역)ㅣ 인플루엔셜

 

 

이 책의 제목은 남성이 인간을 대표하지 않도록 'mankind' 대신 'humankind'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지만, "'휴먼카인드'는 '인간은 친절하다'human is kind라는 이 책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내포한다. 

p.14, 최재천 추천사

 

 

 

다음은 이번 대선 선거에서 드러난 20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사회 인식을 떠올렸던 대목.


어린 시절 폭력적인 이미지에 노출되는 것과 성인기의 공격성의 상관관계는 석면과 암, 칼슘 섭취와 골밀도 사이의 상관관계보다 더 밀접하다. 냉소적인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에 이보다 더욱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더많이 시청하는 10대들은 비열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자주 언급한다는 것이다.

 

-p.77

 

위 최재천 추천사에도 언급되었지만, 이 책의 주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성선설과 성악설'이다. 풀어쓰자면 현대 사회에 만연한 '성악설'은 (주로 정치인)집단이 전략적으로 퍼뜨리고 양산하는 프레임일 뿐, 실제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영향 아래 있지 않으며 근본은 선하고 긍정적인 휴먼이라는 것이다. 물론 본문에선 '성악설', '성선설'이 등장하지 않고 대신 홉스의 '만인지상'과 루소의 '에밀'을 반복해서 소환한다.

 

* 성악설은 순자, 성선설은 맹자가 주장한 학설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학교에서 배우기 전까지 성악설이 예수 부활의 시작과 끝을 '원죄'와 '회개'로 정리한 기독교에서 나온 개념인 줄 알았다.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겪는 대다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는 수렵과 채집을 중단하고 정착 - 농경이 시작되면서 부터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출산-정착-농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가족이 생겨나고, 가족이 모여 부족을 이루고, 여기저기서 생겨난 부족들이 힘을 겨루는 상황이 발생하고, 세를 불리기 위해 부족과 부족이 연합하고...... 뭐이런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를 거치며 부족 연합은 거대한 군집을 이루게 되고 이 군집이 오늘날 국가의 태동이 되었다는 것이다. 국가의 탄생은 곧 전쟁의 기원이 된다. 부족일 땐 고작 '싸움'이던 것이 국가에 이르러서는 '전쟁'이 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흥미를 자극하는 (나는 몰랐던) 인류학자들의 '교양'과 종종 마주치는데 전쟁이 처음 발생한 시기가 빙하기가 끝나고 특정 시점이라는 것도 그중 하나.


고고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곳에 정착하기 시작했을 때 최초의 군사 요새를 건설했다. 또한 이 시기는 궁수들이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드는 장면을 묘사한 최초의 동굴벽화가 나타났을 때이기도 하고, 이 무렵의 수많은 유골들에 폭력에 의한 부상의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학자들은 최소한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pp.157,158

 

 

본문에는 여러 정의와 구체적인 사례와 학자들의 성찰적 표현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정확하게는 '거듭되는 암시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된다'는 건데 '플라시보'와 '노시보'가 대표적이다. '이 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플라시보, '이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있다'는 노시보인데 플라시보보다 노시보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나쁜 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TV뉴스를 예로 든다.

살인, 경제불황, 전쟁을 연일 보도하는 뉴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전염되는 건 질병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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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본문에 유발 하라리와 『사피엔스』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겹치는 내용도 많다. 차이가 있다면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온 인류 진화의 연대기를 통해 인간의 문명, 문명 속의 인간에게 문제 제기를 한다면, 『휴먼카인드』는 진화 인류의 종착지인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을 따져보자고 한다. 둘 다 읽으면 좋겠지만 여유가 없다면 하나만 읽어도 무방하다. 가독성과 재미는 『사피엔스』가 더 낫다. 참고로 나는 『사피엔스』는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쭉 읽었고, 『휴먼카인드』는 몇 차례 끊어가며 읽었다.

  


인터넷에는 기원을 알 수 없는 우화 하나가 떠돌고 있는데,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다. 어떤 노인이 손자에게 이야기한다. "나의 내면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두 마리 늑대의 처절한 싸움이다. 하나는 악이다. 분노에 차 있고 탐욕스러우며 질투가 심하고 교만하며 비겁하다. 다른 하나는 선이다. 평화롭고 타인을 사랑하며 겸손하고관대하며 정직하고 시뢰할 수 있다. 너의 내면에서도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잠시 뒤 손자가 "어느 쪽 늑대가 이기나요?" 라고 묻자 노인은 미소 지으며 답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지."

 

-p.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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