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다 침실로 가는 게 귀찮아서 그대로 담요 뒤집어 쓰고 잔 다음 날.
거실은 베란다창 블라인드가 전부라 햇빛 테러에 8시쯤 잠이 깨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눈 뜨면 바로 자리 털고 일어나는 법 같은 건 나는 모르므로 평소 하던대로 소파에서 전날 읽던 책을 쥐고 한참을 뒤챘다. 그러다가 벼락처럼 B가 준 치즈머핀이 떠올라서 드디어 소파에서 떨어져 나옴. tmi_ 사실 나는 본투비 카우치소파임
음... 근데 치즈머핀이 달아도 너무 달다. 같이 먹으려고 라떼를 준비했는데 머핀을 한입 떼먹는 순간 식겁해서 헐레벌떡 에스프레소 대령하고.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것들을 보다 사진이나 찍자고 한 컷.
옆에 쌓여있는 책도 찍자고, 또 한 컷.
밤새 뒹굴었던 소파도 찍자고, 또 한 컷.
ㅡ 소파는 너무 tmi 같아서 삭제하고.
사진이 재미없는 것 같아서 책 읽다가 추가 컷.
뷰파인더로 보면 평소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도 보이기 마련인데 사진을 찍으려고 스맛폰을 들이대니 새삼 거실을 좀 치워야겠다는(=청소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치솟는다. 그리하여 찍은 사진을 일단 홈피에 업뎃해놓고 거실을 치우기 시작한 게 정오 무렵이었는데 청소, 특히 '정리'는 여길 치우면 저기를 치우고 저기를 치우면 저어어기도 치우고의 연속이라 결국 대충이나마 청소를 끝내고 나고 나니 저녁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에 글 작성하고 있음(실시간).
청소는 +1을 0으로 만드는 무한 돌림노래 작업이라 보람은커녕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내 주변인 중 가히 '청소의 달인'으로 리스펙을 떼창하게 만드는 B는 예의 0으로 만드는 과정과 결과에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는 타입. 청소를 안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어차피 해야할 일인데 즐겁게 기꺼이 할 수 있다니 부럽다면 부러운 일이다.
말나온 김에 청소, 정리정돈, 요리, 설거지가 제아무리 귀찮은들 베딩에 비하면 양반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worst of worst of worst 가사는 베딩인데 침구를 갈 때마다 정말이지 인력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백만 번쯤 한다.
거실에 카펫을 깔아야 되는데 청소의 시간은 이미 끝났고 이제 다시 만사 귀찮다.
일요일 오전
월요일 비슷한 시각
틀린 그림 찾기 같은 일요일 오전 거실과 월요일 오전 거실.
얼핏 다른 게 없는 것 같지만 일요일과 달리 월요일은 침실에서 잤고 오전 일찍 전화 소리에 깨어 거실로 나와 커피를 내린 직후의 현장.
사진을 보며 새삼 깨달은 건데 나한테 음료를 두 개 이상 늘어놓고 마시는 습관이 있나 봄.
참고로 사진 속 머그는 1커피, 1토닉워터임.
전화 소리에 깼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전화소리+초인종 소리에 깬 것 같다.
늘 오후에 오는 택배가 월요일은 오전에 오는데 오전부터 택배가 현관 앞에 쌓였다. 월요일 택배 중 가장 기다렸던 구스패딩은 재고가 없다는 업체의 결제 취소 문자 알림을 뒤늦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