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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7152 bytes / 조회: 1,364 / ????.11.18 03:35
비밀독서단 / 응답하라1988


:: 비밀독서단, '지승호'

 

최근 정말 재미있게 보는 인포예능.

프로그램 성격상 주인공은 '책'이지만 책과 시청자 사이에 통로 역할을 하느니만큼 패널들의 역할이 크다보니 아무래도 패널의 면면을 보게 된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신기주 기자.

5회에서 얼핏 저자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 온라인서점에서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 책이 몇 권 뜬다. 4회에 '책으로' 등장했던 지승호의 책과 신기주의 책을 모조리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는 대체로 기자 출신 작가에게 기대하는 신뢰 같은 게 있는데 일단 쓸데없이 형용사를 남발하는 문장을 구사하지 않아서 글이 편하다. 국내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넘치다 못해 퍼붓는 은유에 질릴대로 질린 역반응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인물은 조승연으로 5개 국어를 하는 언어능력자인데 5회까지 보면서 느낀 건 자존감이 높고, 건강한 자아를 가졌구나라는 거. 한마디로 이 양반 멘탈이 강한 것 같다. 물론 좋은 쪽으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4회 주제가 '입만 열면 손해보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인데, 신기주 기자가 추천한 책이 지승호의 신간『더 인터뷰』였다. 그런데 멍하니 보다 말고 뜬금없이 울컥하는 거다. 인터뷰어로서 지승호의 태도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였는데, 그러니까 인터뷰이가 작가이면 출간한 책을 모두 읽고, 배우이면 출연한 영화를 모두 보고... 그런 식으로 인터뷰이에 대해 최대한 준비를 하고 인터뷰에 임한다는 거다. 내가 울컥했던 건, 아마 지승호의 그런 태도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느껴서일 거다. 인간에 대한 예의. 상대를 이해하고자 내 목소리 내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거 참 어려운 일이고,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승호의 그런 성실함에 울컥했던 것 같다.

책장에 지승호의 인터뷰집이 몇 권 있으나 아직 읽은 것은 없는데 인터뷰에 대해, 나는 일종의 편견같은 게 있었다. '준비된 질답'이랄까, 전문용어로 '짜고치는' 거랄까. 그래서 가끔 이런 대담집을 읽어도 대본대로 진행하는 예능을 보는 것처럼 별다른 감흥 없이, 질문도 대충대충 대답도 대충대충 읽었는데, 그런 이유로 '남의 말로 책을 낸다'는 얘길 들었을 때 그가 느꼈을 감정이 안타까웠고 한편으론 나도 그들과 공범이 아닌가 많이 반성했다.

 

* 인터뷰어 지승호 : http://ch.yes24.com/Article/View/28320

 

사실 방영하는 줄도 몰랐던 이 방송을 보게 된 계기는 2회에 등장한 시인 박준의『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가 방송 후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화제가 된 걸 기사로 읽고서였는데, 막상 프로그램이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은 JTBC의 몇 몇 프로가 그랬던 것처럼 혹시라도 종영될까봐 걱정, 시집의 성공을 보고 방송의 영향력을 확인한 출판사에서 물밑로비가 들어가지나 않을까 걱정... 이런 쓰잘데 없는 걱정을 하면서 보고 있다.

 

방송에도 나왔던『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의 한 구절.

 

「마음 한철」中

 

(…전략)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사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응답하라 1988

 

전작의 성공과 요즘 뜨는 아이돌 혜리 덕분인지 방송 전부터 심심찮게 제작일기가 여러 매체에 올라왔는데, 캐스팅 기사가 올라온 직후 동친에게 말했다.

 

나무: 감독이 88은 포기했나봐

동친: 왜?

나무: 남편감들이 다 모르는 애들이야

동친: 누군데?

나무: 고경표랑... 나머지는 모르겠어 (그나마 고경표는 영화 <명량>덕분에 안다)

 

하여튼,

이후 피디가 인터뷰에서 '시청률은 포기했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응팔을 포기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대를 안 한 건 사실인 듯.

 

동친: 드라마가 너무 비현실적이야

나무: 고증이?

동친: 그건 모르겠고 개그맨 유행어 따라하는 거라던지, 동네 평상에서 아줌마들이 대놓고 음담패설하는 거라던지

나무: 평상음담은 좀 그렇지. 그런데 유행어는 예전엔 막 따라하고 그러지 않았어? 난 이모부가 그랬던 기억이 나

동친: 저렇게까진 안 했지

 

응팔 1회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응사가 끝난 지 불과 1년 만에 왜 김성균일까?, 보라한테 정신과적인 병이 있나, 였다.

자매들이야 원래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면서 큰다고는 하지만 저건 너무 지나치다 싶은게 보라의 행동은 그냥 자매들 싸움이 아니라 극단적 분노조절장애의 현장을 보는 피곤함이 느껴졌다.

 

나무: 85년 1억이면 지금 가치로 얼마 정도 돼?

동친: 10에서 20억 사이? 그쯤 되지 않을까?

나무: 지금은 20억으로 온가족 인생역전이 힘들지 않아?

동친: 그렇지

 

그 시절은 은행 이자도 높았으니 더더욱 그시절 1억으로 누릴 수 있는 것과 지금 20억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의 간극이 너무 크다. 시절이 이러니 수저계급론 같은 것도 나왔을 테고. 나라꼬라지가 참...(기승전나라꼬라지)

 

여튼. 시리즈 중 시대적 정서에 공감은 가장 덜 가지만 별개로 시리즈 중 제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응칠, 응사는 학원물 같다면 응팔은 시대극을 보는 느낌인데 군데군데 박장대소 하면서 보는 지점이 있다. 매회 콧날이 찡한 부분도 있고. 성씨 딸내미들 중 혜리가 연기가 제일 낫다고 했더니 동친은 정은지가 제일 낫다고.

그나저나 남편감으로 택이를 밀었던 사람은 나뿐인지. 뭐, 정환이로 거의 확정인 것 같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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