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포스터.
아끼는 OST 앨범 중에 <화양연화>가 있다. 양조위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너무 좋고 곧바로 이어지는 유메지의 테마는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감성을 그대로 답습한다. 中語를 모르지만 이때 양조위의 독백은 이 대사가 아니었을까.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 '유메지'는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 <Yumeiji>의 테마로 쓰인 곡. 스즈키 감독의 영향을 받은 바 있다고 밝힌 왕가위 감독은 <화양연화> 메인 테마로 이 곡을 썼다. 영화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창작의 재해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늘 감탄하는 왕가위의 선곡 센스.
어제 <화양연화> 삭제 영상 4개를 봤는데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기분이 멜랑꼴리하다.
삭제 영상 중 하나는 차우와 첸 부인이 이별 아닌 이별(사랑을 시작한 적이 없으므로)을 한 지 4년 만에 앙코르와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다.
소소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두 사람.
첸부인 : 기자 생활은 재미있어요?
차우 : 제가 기자란 걸 어떻게 알았죠?
첸부인 : (펭은 곧 결혼해요) 당신은요? 애인 있어요?
차우 : 좋은 사람 알면 소개해줄래요?
첸부인 : 좋아요 한번 알아보죠
결국은 의미 없는 대화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찰나 차우가 첸 부인을 부른다.
차우 : 오랫동안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내게 전화를 했던가요?
첸부인 :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이별 후, 전화했느냐는 차우의 물음에 안 했다가 아니라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하는 첸 부인.
첸 부인이 일행과 떠나고 혼자 남은 차우는 사원 기둥에 난 구멍에 붉은색 하트 모양 펜던트를 넣고 구멍에 오랫동안 비밀을 속삭인다. 참고로 개봉작에선 62년 이별 후 66년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만나는 장면을 삭제하고 앙코르와트 기둥 장면으로 바로 이동한다. 이 장면은 <해피 투게더>와 이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원 기둥에 비밀을 속삭이는 차우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길 원치 않았어요.
비밀로 간직하길 원했던거죠. 두 사람은 산으로 갔답니다.
비밀을 묻기 위한 나무를 찾기 위해.
나무를 발견해내고는 구멍을 팠죠.
두 사람은 그 구멍에 비밀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구멍을 진흙으로 메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