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송받은 책을 찍다가 곁다리로 한 컷.
이 책장은 원래는 작가 에세이, 작가 평론, 예술/문화에세이, 인문 평론 등등등을 꽂을 생각이었는데 늘 그렇듯 어느 결에 최초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중구난방.
대체로 카테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꽂혀 있긴 한데 사이사이 다른 책장에 있어야 할 책이 꽂혀 있다. 이를테면 서재 책장에 있어야 할 니얼 퍼거슨이 뜬금없이 거실 책장에 외따로 꽂혀있다던지.
언제 한번 정리해야 되는데 엄두가 안 나서 내버려두고 있다. 그나마 정체성이 잘 유지되는 책장이 해외문학 전집 책장. 여긴 전집이라 비교적 길을 잃지 않고 잘 유지되는 편.
책장으로 개인의 독서 취향을 판단하는 것에 나는 회의적인 편인데 근거는 내 책장. 책장만 봐서는 내 독서취향을 알기 어렵다......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책장에 없는 건 과학, 의학류 전문서적. 그렇다곤 해도 칼 세이건 류나 인지심리학 정도는 있고, 하다못해 형법과 민법 책도 꽂혀 있다. 이건 몇 년 전에 법 지식의 필요성을 경험한 후에 개괄적으로나마 '법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해서 산 책. 하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이 책장을 본다면 법 전공인가 착각할 수도 있다는 거.
물론 책장으로 독서취향이 파악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확실한 건 그것이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거.
책은 모두 opp봉투로 랩핑되어 있는데 이게 사연이 좀 있다.
국내 절판된 만화책을 소장 보호하려고 사재기 정신을 발휘하여 opp봉투 수백장을 샀는데 만화책 랩핑이 끝난 직후 때마침 집에 놀러온 M이 다른 책은 랩핑 안 하느냐고 묻는 걸, 얼떨결에 "이제 할 거야." 해버린 거. 그순간, 안 할 거다-, 하면 왠지 내가 찌질한 오덕이 되는? 하여튼 그런 방어심리가 퍼뜩 들었던 것 같다. 결국 집에 있는 책은 모두 opp봉투로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는 대만족. 책의 천적은 먼지인데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데는 랩핑이 최고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