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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2037 bytes / 조회: 868 / ????.05.08 00:23
방식의 차이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울을 덮어버리려 할 수 있다. 구세주교회에서 바흐의 오르간 작품을 들을 수도 있다. 마약 가루라는 형태로 된 즐거운 기분 한 가닥을 면도날 달린 손거울에 담아 빨대로 마실 수도 있다.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전화를 걸어 누가 귀를 기울여줄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런 건 유럽식 방법이다. 행동을 통해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나는 그린란드식 방법을 취한다. 그것은 어두운 분위기에 침잠하는 방식이다. 내 패배를 현미경 아래에 올려놓고 그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스밀라의 눈에 관한 감각. p.147> 

문제와 직면했을 때, 말하자면 나는 그린란드식 방법을 취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의 앞, 뒤, 전, 후, 인과 등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다 놓고 고민한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다. 인간 관계는 특성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번은 상대와 진지하게 부딪쳐야 한다. 나는 그게 어렵다. 이유는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꽤 어렸을 때부터 이미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인간 관계에서 나는 수동적이고 또 방관적인 셈이다.
싸우고, 화해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친하게 지내고...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한 이 과정이 내겐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 특히 '인간'에 관한 것일 때 혼자 끌어 안고 끌어 안고 끌어 안다가 한계에 이르렀다 싶을 때 '관계'를 포기한다. 이것이 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겐 '관계'가 부딪치는 것이 잘라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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