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 1. 박완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일곱 살 수지는 6.25 동란 중에 복잡한 피난길에서 다섯 살난 동생 오목이를 잃어버린다. 실은 식탐이 심한 동생에게 고구마 한 쪽, 밥 한 숟가락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린 것이지만, 그러나 일곱 살 난 계집 아이의 영악함은 동생의 손을 일부러 놓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직후에 "수인아! 수인아!" 하고 찾은 데 있다. 다섯 살 난 어린 동생이 기억하는 이름은 온 가족이 부르던 오목이인 것을 알면서도 수지는 끝까지 "수인아" 를 목이 터져라 부른다.
거짓말 2. J.H. 보르헤스 /「황당무계한 사기꾼 톰 카스트로」
(『불한당들의 세계사』中) 지중해에서 증기선 한 척이 난파되고 많은 행방불명자가 발생한다. 그 가운데에는 어느 유력한 집안의 아들도 포함되었다. 아들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을 믿지 않고 신문에 사람을 찾는 기사를 낸다. 그리고 14년 뒤, 마침내 실종되었던 아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그는 가짜라는 의혹에 휩싸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그 어머니는 그가 진짜 아들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재미있는 것은 청년이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의 근거와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의 근거가 같다는 점이다. 아들을 자처하며 나타난 남자는 실종된 청년과 '하나도 안 닮았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사기꾼이라면 설마 전혀 안 닮은 사람을 내세웠겠는가, 금방 들킬 텐데'와 '하나도 안 닮았으니 당연히 가짜야'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아들을 잃었다가 14년 만에 되찾은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가 자신의 아들이 틀림없다고 철썩같이 믿는다. 물론 청년은 가짜, 사기꾼이었다.
거짓말 3.『파랑새는 있다』/ KBS드라마
사기꾼 제비족이 돈 많아 보이는 카페 여주인을 사기치려고 계획을 짠다. 그런데 카페 여주인이 사기꾼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 돈많은 부자로 위장한 사기꾼은 여주인을 더욱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가난한 동료 사기꾼들을 설득,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여주인에게 건넨다. 물론 계약서 같은 건 필요없다고 선심을 쓴다. 그리고 며칠 뒤, 돈 얘기를 꺼내는 사기꾼에게 여주인은 정색을 하며 "무슨 돈?" 한다. 동료들은 차츰 사기꾼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주인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기꾼의 말을 아무도 안 믿어준다. 나중에는 사기꾼 자신조차도 여주인에게 정말 돈을 빌려줬는지 헷갈린다.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 정치, 종교, 페미니즘의 주제는 기피하게 된다. 이 세 가지 주제로 객관적인 대화를 나누기란 경험상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요즘, 누군가가 거짓말을 한다. 그것을 두고, '거짓말이군요. 하지만 괜찮아요.' 하는 것과 '거짓말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괜찮아요'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인터넷과 다양한 컨텐츠를 가진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넘쳐날 수록 그 속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점은, 요즘은 정말 뉴스와 신문을 보는 것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