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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738 bytes / 조회: 898 / ????.09.27 17:06
그녀들의 공통점


변명을 하자면,
저의 《홈페이지 갖기 역사》는 얘기하자면 참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어쨌든 홈피가 완성되기 전까지 '비밀의 화원'도 채울 겸 이 곳에 끄적여 봅니다.
'수집'에 대한 취미는 한 때 유행했던 말처럼 '그 때 그 때 다르지만' 요즘 DVD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중요한 룰(!)이 있는데 이를 테면,

1.초회한정판인가...
2.팩키지의 완성도가 소장용의 가치가 있는가...

가 중요합니다. 고민의 늪에 빠지는 경우는 1번과 2번을 충족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가 없다! 고 느꼈던 영화인 경우인데 이럴 땐 정말 난감하죠; 음. 각설하고, 오늘 「시월애」와 「실비아(Sylivia)」를 받았어요.
「시월애」는 잘 아실 테니 그냥 넘어 가고...
「실비아」의 DVD 한정판 팩키지는 영화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인 실비아 플라스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라는 무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양장본의 두꺼운 책과 (해리포터의 원서를 연상시키는) O.S.T가 포함되어 있어요. 포장을 뜯자마자 DVD는 밀쳐두고 책의 겉장에 조밀하게 인쇄되어 있는 그녀에 대한 내력을 읽는데 마지막 줄까지 읽었을 때, "어라"...

별거 후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서른살의 나이에 '가스 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자살'한 그녀의 일대기에 절로 동시대를 살다 간 32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전혜린씨가 떠올랐습니다. (전혜린씨의 경우는 수면제 과용이었지만)
참고로,
실비아는 63.02.11일,
전혜린은 65.01.10일
에 사망했습니다.
고등학생때 그녀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은 이후 줄곧 전혜린씨의 광적인 팬이었기에 천재라고 불렸던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과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유사한 삶을 살았을까 충격을 받았습니다. 책을 주루룩 넘겨 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문장을 옮겨 봅니다.

나는 나보다 더 깊이 사유하고,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그림을 잘 그리고, 스키도 더 잘 타고, 외모도 뛰어나며, 더 잘 사랑하며, 더 잘 살아가는 이들을 질투한다. 

실비아, 그녀 역시 끊임없는 내적 결핍에 고민하고 힘겨웠던 것은 아닐까... 지레 상상해 봅니다.
덧붙여 아래는 전혜린씨가 남긴 글중(사망으로부터 2년 전) 일부분입니다. 독일 유학의 영향인지 실존에 대한 그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란 결국 부단히 나에 이르는 길 외의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보다 나에게 성실하게, 보다 진정한 실존으로서 존재하고 싶다. 나와 내 죽음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모색하고 싶다. 언제나 언제나 너 자신이어야 한다. 아무앞에서도, 어디에서도... 과감할 것, 견딜 것, 그리고 참 나와 참 인간 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할 것을 계속 할것, 가장 사소한 일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기 성실을 지킬 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 있을 것... 


결론은 나는 자신을 부단히 들여다보는 자기성찰형 인간이 좋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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