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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5566 bytes / 조회: 767 / ????.12.15 05:57
완전 좌절


- 오전 중에 중요한 계약이 있는데, 계약의 성질이 중요하다는 거지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밥만 먹으면 되는 거라 딱히 내가 해야 할 일은 없고 따라서 예민할 거리도 없건만, 도통 잠을 못 자고 기어이 새벽을 보고 있으니 완전 절망. 완전 좌절.
일상적으로 나는 대체로 산만하고 가끔 아주 예민한데 그 중 예민해지는 경우, 나 자신 스스로도 지금 내가 '예민한' 상태임을 모를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예민했던가? 깨달았을 때는 참다 참다 몸이 '지금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 신호를 보낼 때쯤이니, 이쯤되면 무던한 건지 예민한 건지 싶기도 하고. 지난 달이 그랬다. 행동 뿐 아니라 생각도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는 나한테 이것 저것 생각할 게 많았던 지난 달은 말하자면 힘이 들었던 거다. 어느 날 입 안 여기저기가 부르트고 헐기 시작했다. 내가 입 안이 헐었다고 하니 다들 "니가 왜?" 이런 반응. 글쎄, 나조차도 "내가 왜?" 했으니...;; 환경의 지표가 되는 동식물이 있는데 가령 나도 그런 부류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주 잠깐만 들여다 봐도 '아, 쟤가 요즘 잘 있구나' 혹은 '쟤가 요즘 뭐 문제가 있나' 금방 드러나는 부류. 그게 나다.

- 올 해 읽은 책을 정리하다가 말 그대로 좌절했다. 작년에 비해 절반도 안 읽었다. 좌절이 깊었던 이유는 열심히 사 모으기만 하고 정작 읽는 건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목적지향적인 독서(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 많았던 것도 한 이유인 것 같고. 책에도 종류가 있다. 읽고 싶은 책, 읽어야 되는 책,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 이중 마지막은 말하자면 독서라기 보다는 일=노동이 된다.

- 게으른 독서만큼이나 게을렀던 기록을 되돌아 보며, 몰아서 해치우는 드라마 짧은 감상평(무순)

1) 가십걸(Gossip girl) : 올 초에 봤던가. 하여간에 이거야말로 미국판 10대 막장 드라마구나 절절히 실감했던 미드. 어쨌든 시즌1은 다 보리라 굳게 마음 먹었건만 결국 한 편을 남겨 놓고 포기. 한 편이 남은 건 그때쯤 바빠져서 TV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
2) 플래쉬포워드(Flash Forward) : 가장 최근에 본 미드. 주인공 남자는 정작 그다지 매력이 안 느껴지고 오히려 미국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존 조의 캐릭터가 눈에 띈다. (한국(출신)인이라는데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의외로 화려하고 다양하다. 그 중 주연으로 출연한 <해롤드와 쿠마> 강추. 이 영화의 백미는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딧이 올라올 때인데 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장면이 등장한다)
불과 2분 17초에 지나지 않는 미래지만 우연히 자신의 미래를 미리 보게 된 사람들이 그것에 의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받는 것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어떤 사람은 부정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인과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개인의 대응 방식. 사주는 정해져 있지만 팔자는 고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3) 라이투미(Lie to me) : 시즌1 초반 대여섯 편에서 거짓말의 유형을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에 자칫 외면할 뻔 했으나 위기를 잘 넘기고 여전히 잘 보고 있는 미드. 스케일이 너무 큰 거 아냐? 할 때도 있지만 <멘탈리스트>와 함께 꾸준히 재미를 느끼고 있다. 흠.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던 중이었는데, 현준이 승희에게 "아이리스라고 알아?" 물었을 때 승희가 "아니, 몰라" 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그때 '저 여자는 방금 거짓말을 했어!' 큰소리 탕탕 쳤는데 - 물론 듣는 사람은 없지만 - 내가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근거는 에 등장하는 거짓말하는 사람의 특징이 승희에게서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중에 두 드라마를 다 보는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 비웃음을 샀지만, 어쨌든!
4) 지붕뚫고 하이킥 : 이건 지금 앞 부분을 보고 있어서 상세한 얘기는 며칠 더 지나야 할 수 있겠지만, 10여 편 본 현재 등장인물들은 크게 호감 - 무관심 - 비호감으로 구분된 원 안으로 열심히 이동 중. 일단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에피소드 역시 현실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올미다> 이후 간만에 드라마가 강한 시트콤이 등장한 것 같다.

- 간만에 M군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좀 더 자유롭게 홈피를 쓰고 싶은데 생각처럼 마음처럼 안 된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데 자기검열을 피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고민이다. 그랬더니 M군이 "그렇게 하면 되지, 니 홈페이지에 몇 명이나 온다고" 했다. 그야말로 감기약 지으러 갔다가 폐렴에 걸려 온 격.


아...
자야 되는데...
이러다 도장 엉뚱한데다 찍고 오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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