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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351 bytes / 조회: 835 / ????.05.16 19:04
비가 오니 좋긴 한데...


아, 가랑잎 한 장 뒤집히는 소리에도
세상은 저리 쉽게 떠내려간다

- 기형도「植木祭」


김훈의 글은 소설이든 산문이든 온전히 그의 문장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그의 문장은 멀리 달아나 버린다.
하물며 그의 글에 대한 서평이나 리뷰조차도 가볍게 쉬엄 쉬엄 읽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신기한 것은 김훈을 읽다보면 자꾸만 詩가 읽고 싶어진다는 것.
비가 오니 좋긴 한데 머릿속이 좀 복잡한 오전을 보낸 끝에 뒹굴뒹굴 하다가 오랜만에 기형도의 시집을 펼쳤다.
이 시인을 떠올릴 때마다
「빈 집」을 오랫동안 자신의 프로파일에 걸어두었던 옛 친구가 생각나고
詩를 전공하던 정말 시인같던 모선배가 생각나고
무엇이 이 시인을 그렇게 빨리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을까, 거듭 궁금하고
마지막 날 시인이 홀로 앉아 있었을 어두운 극장을 상상하고...
등등 시집 한 권이 불러 일으키는 감상은 이렇게나 많다.
어쩐지 감상에 빠지기 쉬운 수요일.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가사 한 번 참 잘 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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