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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018 bytes / 조회: 804 / ????.01.11 21:02
이번 주부턴 안 볼 테다


지난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를 보면서 눈물을 아주 제대로 쏟았다.
수요일 방송분에선 태준이 "제대로 다시 청혼을 하려고 했어요" 할 때부터 눈물이 솟기 시작하더니 끝날 때까지 펑펑 울고 --; 목요일 방송분에선 지완이 태준으로부터 1년 전 술 취했던 밤의 얘기를 전해 듣고 카페 주방에 주저 앉아 펑펑 우는 장면부터 (역시) 끝날 때까지 훌쩍훌쩍 울었다.

특히 9회(수요일) 방송에서, 춘희 아줌마가 준수 아저씨에게 하는 대사가 참 짠-하다.
젊은 한 때, 함께 도망가기로 약속했으나 준수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춘희 혼자 기차에 올랐을 때의 소회를 털어놓는 부분인데, 어차피 평생 같이 살자고 할 생각 아니었고, 잠깐이라도 내 남자로 함께 살면서 내 손으로 밥 지어 먹이고 내 손으로 셔츠 다려 입히고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그거 해보고 한의원집 사위 자리로 보내줄 생각이었다고...
흘러 보낸 시간보다 남아 있는 시간이 적은 중년의 사랑은 그래서 더 먹먹하고 절절하다.

이틀 연속,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내내 울었더니 눈은 붓고 코는 맹맹이가 되고 목소리는 푹 잠기고... 내 참...
하지만 예고편을 보고 이 드라마, 이번 주 방송분부턴 '안 본다' 결심했다.
산너머 산도 자꾸 반복되면 지겹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사랑 참 어렵다'라는 건,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 충분히 잘 알겠다. 오빠의 죽음으로 지완이 느끼는 죄의식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지완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섭식장애를 보이는 것을 알고 "그래, 놓아줄게" 돌아서는 강진의 의지도 이해한다. 그러나 다음 주 예고편의, 지완의 엄마를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강진의 모습은 스쳐지나는 짧은 장면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미.사》나《이.죽.사》때도 그랬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에 지나치게 자기도취되는 면이 보인다. 상대적으로《꼭지》《고맙습니다》에선 이런 면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걸 보면 아마 드라마의 주제가 '지독한 사랑'일 때만 나타나는 현상인가 싶기도 하고...
어찌됐든 갈등의 증폭이 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횡으로만 이어지니 연인들을 막아서는 연이은 시련도 절정 부분에서 도돌이표를 따라 계속 반복되는 음악을 듣는 것 같은 피로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번 주부턴 안 볼 테다. 진.짜.

- 으, 한눈을 팔면서 두드렸더니 온통 오타의 향연... 이 죽일놈의 오타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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