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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2740 bytes / 조회: 713 / ????.02.17 04:45
뒤늦게


뒤늦게 아차! 했다.
한동안 책 값이 황송하게 싼 G시장에서 책을 사들이느라 알라딘, 예스24, 교보 모두 발걸음이 뜸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UEFA 맨유전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도 보낼 겸, 사고 싶은 책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이들 세 곳을 유람하던 중이었다. 무심코 알라딘의 보관함을 눌렀는데 보관함에 늘 담겨 있는 책 몇 권 중 송태하 번역, 서커스 출판의『만년』옆에 빨간 글씨로 '품절'이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그저 '품절'이 말 그대로 '다 팔리고 없음'이려니 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예스24에서 검색해봤더니 그 곳 역시 '품절'이다. 어라? 이쯤되면 나머지 한 곳도 확인 필수!다. 그리고 교보에서도 확인했다. '품절'.
아, 이런......
장바구니에 책을 담을 때면『만년』을 힐끔 거리면서 혹시 절판되는 거 아냐? 생각하기는 했었다. 출판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인지 품절은 절판으로 가는 사다리가 되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ㅡ 했다. 무엇보다도 출간된 지도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구간도서 범위에도 안 들어왔다, 방심했던 것이다.
유숙자 번역(소화출판)의『만년』을 가지고 있지만 송태하의『만년』은 국내 첫 완역본이라 당연히 구입하려고 생각했던 책이다. 더구나 몇 권씩 쟁여두고 싶은 몇 안 되는 책이었다. 그런데 품절이라니...
일시품절과 품절의 차이는 이렇게나 크다.
다행히 아직 판매하는 곳이 있다. 날이 밝는대로 B양에게 확인해 보고 주문해야겠다.

『만년』다자이 오사무 (소화출판사)

죽으려고 생각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쥐색 줄무늬가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거겠지.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노라도 한 번 더 생각했다. 복도로 나와 등뒤의 문을 소리나게 닫고 생각했다. 돌아갈까. - pp.11-12,「잎」


태어나 처음으로 산수 교과서를 손에 쥐었다. 작고 새까만 표지. 아아, 그 속에 나열된 숫자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눈에 들어왔던가. 소년은 잠시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마침내 맨 끝 페이지에 해답이 다 적혀 있음을 발견했다. 소년은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무례한데." - pp.21-22,「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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