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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9315 bytes / 조회: 994 / ????.03.04 17:57
탱자가 쉬는 김에,


- 탱자가 계속 말썽이네요.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둘, 파워를 A/S 보내고 탱자가 쉬는 김에 오랜만에 노트북으로 다방에 씁니다.
윈도7에 길들여져 있어서 오랜만에 쓰는 XP가 불편하긴 하지만 역시 노트북이 편하군요. 척추에는 안 좋을 것 같지만 소파에 몸을 뭉개고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고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예전에 신간센에서 담배를 피우며 천국을 느꼈다던 후배 얘기도 떠오르고... - 지금은 일본도 공공장소 흡연이 많이 제한되어 이것도 옛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 요즘 부쩍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늘 쓰고 있습니다만, 몇년 전 생전 처음 쓴 소설로 유수 출판사의 문학상을 수상한 어느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표면장력'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비슷한 것이랄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게으름을 피우고 밍기적거리는 걸 보면 예의 작가 말처럼 아직 '표면장력의 끝을 보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려니...

- 그렇지 않아도 짧은 2월이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더욱 짧았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화제는 단연 김연아 선수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아 양의 쇼트, 프리 연기 모두 실황으로 안 보고 녹화 중계로 봤어요. 분명한 건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겁니다.
TV 너머로 보는 것도 이렇게 긴장되고 떨리는데 그 큰 무대 위에 혼자 선 연아 양은 저같은 범인으로선, 참, 생각할수록 신통방통 합니다.
실황 직후 그러니까 점수 나오고 결과 발표 되고 난 후 마음 푹 놓고 경기 장면을 질리도록 보고 또 봤는데 볼 때마다 훌쩍거리면서 울었어요. 1등을 해서, 금메달이라, 라이벌을 저 멀리 따돌리고 우뚝 서서,라는 이유가 아니라 척박한 환경에서 힘들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을 과정이 참 안 되었고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경기 외적으로 피겨뿐 아니라 경기가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기사들, 특히 이웃나라 스포츠 신문 기사를 무분별하게 퍼오는 건 지양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포치 기사는, 제가 경험한 건 미국과 일본에 국한되지만, 우리나라든 저들 나라든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단어와 표현으로 작성합니다. 스포츠라는 문화 자체가 경쟁 구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이고 응원하는 이들의 호승심을 자극하려는 목적이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그걸 잘 알면서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국 선수에게 유리하게 동정적으로 작성되어진 그리하여 최대한 편협되고 과장된 그들 기사를 마치 그것이 주류인양 보편적 정서이고 대표적인 발언인양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건 국가 간에 왜곡된 反정서, 악감정들을 자극하여 싸움을 붙이는 것 밖에 안 된다는 걸 기자들이 좀 자각했으면 합니다. 요즘 (특히)온라인에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들, 기사 너무 쉽게 쓰는 거 아닌지...

- 언젠가 전화했더니 M군이 중드《의천도룡기2009》를 보고 있다고 하길래, 중드의 김용 우려먹기는 벌써 20년째라 제 경우 보다 안 보다 합니다만, 친구따라 강남 가는 것도 아니겠고 몇 가지 이것저것 묻다가 결국 저도 40편이나 되는《의천도룡기2009》를 보게 됐습니다.
일단《의천도룡기2009》에는 아주 눈에 낯익은 인물이 나옵니다. 바로 주인공 장무기 역을 맡은 배우 등초인데, 평소엔 오만석이고 인상 쓰면 윤기원(개그맨 겸 탤런트이신)입니다. 정말 보는 내내 어찌나 친밀감이 느껴지던지... 지난《사조영웅문2007》에서도 국내 연예인들과 닮은 배우들이 잔뜩 나오더니, 아무래도 중국권과 우리나라는 인종적으로 유사한 유전 형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 자체는, 전 역대 의천을 다 안 봤기 때문에 잘 모르겠던데, M군에 의하면 역대《의천도룡기》중 제일 별로라고 합니다. 역대 의천 중 최고는 M군과 B양 모두 이구동성으로 양조위가 출연했던 1986년작이라고. (B양은 그때부터 양조위 열혈팬이 되었을 정도)
원작소설과 비교하면 스토리상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지나치게 길게 찍고, 반면 중요한 내용은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긴 대사로 처리해버리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유 없이 생략된 내용도 몇 있고... 아마 이런 점 때문에 혹평을 받은 듯.
무엇보다도 (원작에 의하면)새침하고 도도하고 쌀쌀 맞은 미녀 주지약을 맡은 배우는 미스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본 몇 안 되는 의천 시리즈 중에서도 제일 별로였습니다.
중드를 보고 나면 후유증이 남는데 뭔고 하니, 한동안은 들려오는 모든 말소리가 중국말처럼 들린다는 거예요. 높낮이를 달리하며 따따따따- 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지요;;
참, 김용 시리즈의 경우,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소설에서 읽은 것인가, 드라마에서 본 것인가 헷갈린다는 것도 있군요.

- 다른 때였다면 벌써 채널을 돌려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전《추노》를 닥본사 하고 있습니다. 대길이, 장혁 때문인데, 배우의 티켓팅 파워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저는 이번에 그 생각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어제 17화에서, 장군과 왕손이의 생존을 보고 얼마나 기쁘고 좋던지... 한번 죽었다 살았으니 설마 다시 죽는 일은 없겠지요?
지난 방송 이후 제가 하도 난리를 쳤더니 M군이 주모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 이들 역할의 존재 여부 때문에라도 - 왕손이는 몰라도 최장군은 안 죽었을 거라고 했을 때도 "아니야 아니야 그건 거짓말" 했던 저는 어제 최장군과 왕손이의 부활로 우스운 꼴이 됐습니다만, 그런들 어떻습니까. 개연성, 감동 그런 거 다 필요없으니 어쨌든 살아만 있어다오 랄라~ 입니다.
송태하가 제주도에서 황철웅을 살려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그사이 황철웅의 칼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사실 훌륭한 지도자에게 이상주의란 버려야 할 덕목인데 그런 점에서 안 된 것은 개죽음을 당한 송태하의 부하들입니다.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인문주의자인 태하는 말하자면 코치로서는 훌륭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부적격인 인물인데 그를 지도할만한 훌륭한 상관이 없으니 태하 역시 안 되기는 마찬가지겠습니다만...
그런 기준으로 보면 지도자로 안성맞춤인 인물은 오히려 대길입니다. 현실주의자인 대길은 자신의 욕망을 통해 세상을 실천하는 인물이지만 태하는 반대로 자신의 이상을 세상의 이치로만 이해하려는 인물입니다. 즉 송태하는 덕장이긴 하나 명장은 못 되는 인물인 셈입니다.
지금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대길이 준비해 놓은 이천 땅에서 대길, 장군이, 왕손이가 터를 잡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만... 인조가 새삼 차암- 밉네요...

- 얼마전에 창비세계문학전집을 샀는데, 그중 가장 먼저 뽑아든 것이 '미국'편입니다. 창비전집은 다른 전집과 달리 단편소설 전집이고 국가별로 구분한 것이 특징인데, 미국 편을 가장 먼저 집어든 이유는 허먼 멜빌 때문이었어요. 허먼 멜빌의 대표작『모비 딕』은 역시 읽은 것 같은데 잘 기억 안 나는, 흰 범고래를 쫒는 것만 기억나는 소설인데 CSI에서 그리샴 반장이 툭하면 인용해서 그 소설에 그렇게 인용할 게 많았던가 좀 어리둥절했거든요. 음, 그런데 최근 완역 출간된『모비 딕』의 신간 정보를 보니 무려 800여 페이지! 아무래도 어렸을 때 제가 읽었던 건 문고판이었던가 봅니다. 그러고보니 제목도 아마 '백경'이었던 것 같아요.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목록에 허먼 멜빌이 있어 미국 편을 가장 먼저 읽고 있는데 그의「필경사 바틀비」를 읽고 나서 한 마디로  이 작가에게 푹 빠졌습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랄까, 상상력과 다른 의미로, 하여튼 이 작가,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짓습니다. 당분간 책은 안 사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러고선 2월에 또 책을 사는 바람에 이제 정말 자중해야지 반성하고 있는데... 아... 정말... 지갑은 왜 이리 얇으며 사고 싶은 책은 어찌 이리 많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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