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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5222 bytes / 조회: 895 / ????.03.19 04:02
대략난감이란 이럴 때 쓰는 말


1. 온,오프 매장에서 품절에 들어간 법정스님의『무소유』중고가가 천정부지다. 이틀 전, 한 책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 5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어머나-, 하고 웃고 말았는데 알라딘 중고샵에 올라온 가격이 아주 기가 막힌다. 글쎄 최저가 7만원, 최고가 15만원이다. 게다가 판매가 15만원 등록자는 중고 정가를 43만으로 기재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마냥 웃을 일은 아닌 듯.

2. 며칠 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하던 책을, 결국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사기로 결정, 가격이 꽤 나가는 이 책을 사는 김에 5만원을 채워 적립금이나 받자 했다... 했는데... 열심히 고민하면서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더니 49,800원이다... 아... 이런... 나 어떡해...ㅠㅠ

3. 대만의 인기무협작가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는 그 인기만큼이나 책에 얽힌, 말하자면 재미있는 야사도 많은데 대부분 출판사 고려원과 관련된 얘기다.
이를테면, 고려원이 망하는 건 시간 문제인 어느 날, 사장이 비장한 얼굴로 책상 서랍을 열어 원고를 꺼냈는데 바로 위급할 때 쓰려고 아껴두었던 영웅문 원고였다. 그리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출판한 영웅문이 완전히 대박을 터뜨리자 기사회생은 물론이고 빌딩까지 올렸다는 전설. - 아주 무협소설다운 상상을 일으키는 장면이다
또 이런 얘기도 있다.WTO가입 이후 저작권 계약 문제로 고려원 측이 김용을 만났는데, 당신 책은 이미 우리가 팔만큼 팔았기 때문에 다른 출판사하고는 계약이 어려울 것, 이라고 하자 대노한 김용이 한국에는 절대로 내 책을 안 판다, 하여 오랫동안 저작권 계약을 못 했다는, 별로 신빙성 없게 들리는 소문까지.
하여튼 재미있는 강호의 세계다...

나는 시리즈 중「사조영웅전」이 가장 재미있었다. '독수리를 쏜 영웅 이야기'이라니, 제목부터 얼마나 멋진가.
내용에 너무 깊이 빠져든 나머지 우리들끼리 서로 이름 앞에 동사, 서독, 남제, 북개를 붙여 부르기도 했고 자주 나오는 대사 "묘하군, 묘해"는 어느새 입에 착 붙어 습관처럼 쓰곤 했다. 반면 감정이입이 가장 힘들었던 건「신조협려」였는데 일단 곽부가 너무너무 미웠고, 양과의 험난한 인생이 읽는 내 감정까지 험난하게 했기 때문이다.「의천도룡기」는, 이건 정말 혼자 생각이지만, 아마『녹정기』로 가는 과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장무기라는 인물의 설정이 그러한데, 네 명의 미인을 놓고 고민에 빠지는 장무기는 마치 꼭 일곱 명의 미인을 거느리며 해피엔딩을 맞는 위소보의 전신인 것처럼 느껴진다.

음_ 하여튼, 그러니까 바로 이 김용의 영웅문과 관련, 바로 엊그제 재미있는 글 하나를 읽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마침 지난 달에《의천도룡기2009》를 봤는데 매년, 매 시리즈를 본 후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는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원작을 많이 왜곡했더군, 특히 등장인물들이 너무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해서 지루한 장면이 많았어"이다. 물론 이번 역시 먼저 본 M군과 비슷한 얘기를 하며 투덜댔더랬다.
그런데 엊그제 내가 읽은 글에 의하면, 고려원은 누락이 많아 속도가 빨라서 읽기가 편하지만 정식판본인 김영사의 '영웅문'은 등장인물들이 상황과 설정 관련 설명하는 장면이 많아 지루하고 그래서 읽는 속도도 더디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다들 고려원 출판사의 책을 읽었고, 김영사에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완역 출판한 것은 알지만 이미 읽은 책을 '언젠가는'이면 몰라도 당장 다시 사서 읽는 친구가 우리들 무리 중에는 없었던 것이다.
어이없음 뒤에 남은 것은, (중국)드라마가 원작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읽은 고려원 영웅문이 왜곡된 것이었다는 뒤통수의 충격. 그리고 아무래도 김영사의 영웅문을 다시 읽어야 하나, 하는 고민.

※ 그나저나 200원을 채워야 하는데... 아... 금요일 배송은 아무래도 이대로 물건너 가는 듯...

4. (위)'3' 내용의 절반쯤을 썼을 때, 마우스를 잘못 건드려 화면이 홈으로 이동했다. 가슴이 철렁하는 걸 느끼기도 전에 재빨리 마우스를 뒤로, 앞으로 마구 눌렀으나 이미 글은 날아가버렸다.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순간 어떤 기분인지...

5.『혼불』을 읽고 있는 중. 이제 겨우 3권 째인데 자꾸만 10권에 눈이 간다. 벌써부터 이렇게 미완성이 아쉬운데 나중에 열 권을 다 읽고 나면 어쩔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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