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어요~ > 설(舌)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145 bytes / 조회: 835 / ????.11.01 10:37
감기에 걸렸어요~


그 사이 손님들이 다녀가셨어요. 두 팀이 다녀가셨는데 먼저 한 팀이 오시고 도중에 다른 팀이 오셔서 합류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정신이 없었어요. 이젠 다 가셨고요~ (단풍놀이 가셨어요 ^^)

1. 지난 며칠 열도 없고 두통도 없지만 대신 잔기침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통에 기관지와 아랫배가 괴로운 기침감기에 시달렸어요. 거의 열흘 정도 고생했는데 지금은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요. 기침의 강도나 횟수가 많이 줄었거든요.
감기에 걸렸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병원에 가라고 닦달(?)하는 것을 "약 없이도 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마!" 큰 소리치고 버틴 보람이 슬슬 보입니다. 넵. 병원 안 가고, 약 안 먹고 버티고 있습니다.
아, 약 대신 생강차와 생강홍차를 마셨어요. 여름에 생강을 잔뜩 갈아서 냉동실에 얼려 두었는데 이번에 요긴하게 쓴 셈입니다. 생강을 팔팔 끓여 설탕을 타거나, 팔팔 끓인 생강에 티백 홍차를 우려내고 설탕을 타서(혹은 설탕 없이) 마시는 건데 기침에 좋은 생강은 물론이고 생강홍차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레시피라고 하네요.

2. 요즘 미드 뭐 보시나요?
전 기침과 씨름하는 동안 <The Good wife>를 보느라 덕분에 지난 며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어요.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형제가 제작자인데 <프리즌 브레이크(시즌1)> 이후 모처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예요. (한 마디로 제 취향이라는 거죠~)
드라마는, 클린턴 前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을 뒤흔들었던 르윈스키 성추문에서 발상을 얻었다는 제작측 소개대로, 시카고 주검사 피터 플로릭이 재임 중에 성상납을 받았다는 성추문의 책임을 지고 검사직에서 물러나는 인터뷰를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어 화면은 6개월 후, 갑작스런 남편의 몰락으로 하루 아침에 가장의 위치에 서게 된 알리샤 플로릭이 로펌에 출근하는 장면으로 이동합니다.
매 회 한 사건, 로펌에 접수된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The Good wife>는 간단하게 말하면 법정드라마예요. 그렇다고 <Law&Order> 종류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고, 이야기는 한층 다층적인 구조를 가집니다.
이야기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는 결정적인 배경은 주인공 알리샤가 재기를 꿈꾸는 전직 주검사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로펌의 특성상 주검사가 기소한 사건을 변호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직 주검사 글렌 차일즈는 한 때 피터 플로릭의 부하였으나 피터를 기소하고 주검사가 된 인물이거든요. 10년 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 중인 피터는 항소 및 재심리를 기다리는 상황인데 면회 오는 알리샤에게 그녀가 맡은 사건에 대해 간간히 힌트 - 즉 내부 정보를 흘려줍니다. 그리고 알리샤를 통해 적이자 라이벌인 글렌을 물 먹이는 거지요.
주인공 알리샤는 참 멋진 여성이에요. chic, cool... 이런 표현이 딱 안성맞춤인 하여튼 멋진 여성입니다. 그리고 윌 가드너. 알리샤의 상사이자 로펌의 주인(2인 중 한 명)인 윌은 초반 몇 회에선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는데 어느새 눈 가득 들어오는 인물입니다. 14회 에피소드에선 수트를 벗어던진 일반인(?)의 모습으로 놀라게 하더니 이어지는 17회 에피소드, 그리고 시즌1의 마지막 회(23회)에서 아주 제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들 외에도 실질적인 해결사이자 진정한 능력자인 칼린다도 멋지고 청년보다는 소년의 느낌이 더 물씬한 캐리는 말그대로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에요. 참, 로펌 공동 경영자인 다이앤의 특유의 웃음소리도 매력적(?)입니다.
드라마 전체를 통해 인상적인 것은 미드와 한드에서 인물들이 사랑을 하는 방식의 차이랄까, 그러니까 가시적으로 눈에 띄는 차이를 말하는 겁니다만, 물론 그들도 사랑 때문에 흔들리지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에서 그들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본질을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에 둔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남녀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대다수 한드의 이야기 구조가 사랑에 빠지기 전 - 사랑에 빠진 후로 양분되는 것과 매우 비교되는 부분이지요.
<The Good Wife>는 현재 시즌2 / 5회까지 방영됐어요.
PS 피터도 윌도 매력적인 인물인 건 분명한데 이해할 수 없는 건 남자의 그 욕구(!)예요. 정녕 그들은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포유동물인 걸까요.

3. 누군가 내게 '한 권의 책만 골라보라'고 하면 아마 상당히 긴 고민에 빠질 테지만, 만약 '한 사람의 작가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전 당연히 알베르 카뮈를 꼽을 겁니다. (다만 M군의 충고를 받아들여 '지금 현재는'이라는 단서를 붙입니다)
제 경우 서술에 익숙한 탓에 희곡은 좀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엊그제 갑자기 땡겨서(?) 카뮈의 희곡『오해』를 읽었어요.『오해』는 여러 지역에서 전해지는 설화를 근간으로 하는데 소소한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으나 이 설화의 큰 줄기는 대개 이렇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고생하며 큰 돈을 번 남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 어머니와 누이가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남자는 자기를 못 알아보는 어머니를 놀래켜주려고 가지고 있는 돈을 보여주며 (어머니가 운영하는)여관에 투숙하지요. 그날 밤 어머니와 누이는 남자를 살해한 다음 강물에 버리고 남자의 돈을 가지는데 그때서야 남자가 자신의 아들, 자신의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비극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목을 매고 누이는 오빠가 가라앉은 강물에 투신하지요. (간혹 강물 대신 우물이기도 함)
'있을 법하지 않지만 있을 법도 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주위 대다수의 반응은 "남자가 잘못했다" 였어요. '왜 그런 거짓말을...' 이라는 건데, 한편 생각해보면 기실 인간은 누구나 일정 부분 이야기를 지어내고, 자신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이야기를 즐기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결국 극적인 상황, 극적인 전개가 펼쳐지는 무대에 주인공으로 서고 싶은 심리가 비극을 부른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저 팍팍하고 고단한 인생이라는 긴 무대에서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이라는 잠깐의 유흥을 즐기고자 한 것 뿐임에도 웃자고 한 일이 죽자고 한 일이 되어 버리는 가혹한 댓가를 치러야했던『오해』는 부조리의 작가로 불리우는 카뮈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4. 리브로 온라인이 대교에 인수되면서 지난주에 말 그대로 리브로 대란이 있었지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고 제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 후딱 주문해놓고 보니 50권이네요. 주문 목록을 보면 올 4월 이후 열심히 수집(?)하고 있는 SF, 판타지 분야의 책이 꽤 됩니다. 그리고 가격적으로 숫적 열세를 압도하는 인문 분야와 본격 소설, 대중 소설이 주루룩... 목록을 보면서 골고루 주문했군-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만. 당분간 그러니까 적어도 6개월 내에는 책을 절대로.절대로.절대로 안 살랍니다 ㅠ.ㅠ

- 감기 조심하세요!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92건 22 페이지
설(舌) 목록
번호 제목 날짜
77 영화 두 편 ??.01.13
76 이 새벽에 3 ??.01.16
75 [비밀글] 재미있는 말(言)들의 세계 4 ??.01.15
74 김주원, 너 땜에 7 ??.11.22
73 미녀일까 호랑이일까 ??.11.20
72 드라마 잡담 4 ??.11.07
감기에 걸렸어요~ 2 ??.11.01
70 오늘 슈퍼스타K2 2 ??.10.02
69 0829 잡담 ??.08.29
68 <나쁜 남자> 때문에 여전히 찜찜한 4 ??.08.08
67 국가가 부른다 3 ??.06.22
66 두 소설의 유사성에 관한 2 ??.06.03
65 -것 중 하나 4 ??.05.03
64 I would prefer not to ??.04.24
63 대략난감이란 이럴 때 쓰는 말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