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일까 호랑이일까 > 설(舌)

우리는 다른 곳에서는 태어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태어난 것이다. - p.16「다른 호랑이」 

옛날에 매우 엉뚱하고 고집 센 왕이 살았다.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행동에 옮겨야 직성이 풀렸던 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형벌 내리기를 즐겼다. 가령 죄를 지은 사람이 있으면 군중이 모인 경기장으로 끌어내 맞은편 두 개의 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한쪽 문 뒤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있어 여는 즉시 호랑이 먹이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쪽 문을 열면 아리따운 여자가 걸어 나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그녀와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죄수에게 아내와 가족이 있어도 상관없었다. 그게 왕이 상과 벌을 주는 방식이었다.

왕에게는 공주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공주는 왕의 노예와 몰래 사랑을 나누었고, 이 사실을 안 왕은 노예를 잡아 옥에 가두고는 나라 안에서 가장 사나운 호랑이와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구해 오게 했다. 노예가 죽든지 결혼하든지 어쨌든 공주에게서 떼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형을 집행하는 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이윽고 노예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노예는 왕에게 절을 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왕 곁에 앉아 있는 공주에게 붙박여 있었다. 노예는 공주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녀가 비밀을 알고 있음을 눈치 챘다. 공주는 어느 쪽 문에 처녀가 있는지 알았던 것이다. 처녀는 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였고, 공주는 그녀를 미워하던 터였다. 그 처녀와 노예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그 누가 알랴?

노예의 두 눈은 어느 쪽이냐고 묻는 듯 이글이글 타올랐다. 공주도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공주는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그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문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고, 그는 자신 있는 손길로 오른쪽 문을 열었다.

자, 한번 생각해 보라. 공주는 지난 수주일 동안 호랑이가 소름 끼치는 이빨을 드러낸 채 뛰쳐나오는 광경을 상상해 왔다. 다른 쪽 문을 연 모습도 상상했다. 처녀를 보고 미소 짓는 그의 얼굴! 결혼식 종이 울리면 공주는 입술을 깨물며 머리칼을 쥐어뜯는 것이다. 차라리 그가 당장에 죽어 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무시무시한 호랑이와 사랑하는 이의 비명소리!

공주는 노예가 물어 올 줄 알고 있었고 무슨 대답을 할지도 생각해 두었다. 한 순간의 지체도 없이 공주는 오른쪽 문을 가리켰다. 나는 이 물음을 여러분에게 던지고자 한다. 과연 무엇이 나왔겠는가. 미녀일까, 호랑이일까?

- 미녀일까 호랑이일까 by 프랭크 스탁턴